입술이 다 말라서 터졌는데 립그로스 하나, 립밤 하나 바르는 것을 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얼굴에 기름이 번들번들하는데 슬쩍 기름 종이로 찍어내는 걸 두고 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변신의 과정을 상세히 실시간 다큐멘터리로 보여주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내 얼굴을 도화지 삼아 아트할 때야 그럴 일이 없지만,
스스로 화장을 할 때 우리의 표정의 변화는 참으로 다양하다.
입을 오물였다가 벌렸다가, 후~, 우~, 요~ 도 했다가 하는 다양한 모양새를 연출하기도 하고,
눈을 치켜 떴다가 내리 깔았다가 평상시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표정을 보여준다.
이것이 결코 아름답지 않음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오늘도 지하철에서 이런 장면을 목격했다.
그것도 거의 떡칠에 가까운 화장을 하는 여자로 붓으로 파우더를 바르다가
옆 자리에 앉은 다른 여자의 옷에 멋지게 파우더 샷을 날려줬다.
진한 색상의 니트를 입었던 여자의 옷은 아주 볼만해 졌고 앙칼진 목소리의 합창이 시작됐었다.

결정적으로 보는 눈에 대한 불편함도 있지만 그 옆 사람은 무슨 죄일까?
파우더를 뒤집어쓴 그녀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경우에
화장품에서 나는 냄새도 문제겠고,
가방에서 화장품을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하며
두 손으로 거울 들고 화장품 들고 넣었다 뺐다하면서 옆사람을 얼마나 건드리겠는가.
바스락 거림은 기본이다.
비비크림 하나를 바른다고 했을 때도 퍼프로 두드리건, 손가락을 펴서 바르건 그 진동과 부산함은 옆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아침 출근길에 조용히 독서하는, 내지는 부족한 수면을 채우는 옆 사람에게는 정말 불편한 하루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물론 1분1초가 아까운 시간에 잠 좀 자느라 그랬수다 라고 한다면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여자로서 자신의 소중하고 비밀스러운 가치를 그 몇 분하고 바꾸고 있다는 것과 남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고 있음은 알아야겠다.



화장은 사회적으로 약속된 규범이라기 보다는 자기 스스로의 자신감을 갖기위한 자기 관리이고 이미지 관리이다. 머리를 안 감고, 목욕을 안 하면 당장 위생에도 문제지만 냄새등으로 남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게 되니까 이는 어느 정도는 집단에서 갖추어야할 예의범절의 하나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화장은 안 한다고 해서 자신의 위생은 물론 누구에게 피해를 줄 일도 없다.

화장이 예의라고 생각하는 범주도 물론 있다. 단지, 그런 범주에서 반드시 화장이 요구되는 직장여성이라면 대다수 정성들인 화장이 요구되기도 하고 이미 그런 자태를 남에게 보여주지 않을 만한 예의는 갖췄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화장을 하는 것은 자신감의 고양 또는 예뻐보이고 싶은 심리에 기반을 둔 자기 관리이고 자신의 이미지 관리인데 뭇사람들이 보는 대중교통에서의 자기 관리를 포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또한 개인은 자신이 원치않는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사생활을 보여줘야 할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의 사생활을 보지 않을 이유가 있다. 그런 이유에서 옷을 벗어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자신의 신체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경범죄 대상이 되는 것이다. 물론 화장을 하는 행위가 일부러 자신의 신체를 남에게 보여주는 행위와는 다르지만, 남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시각적, 후각적 잣대로서도 편하지 않고 실제 원하지 않는 접촉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불편하다. 비슷한 예로 같이 식당에서 합석한 아저씨가 물수건으로 손닦고, 얼굴닦고, 목닦고 겨드랑이 까지 닦는 다고 생각해...우웩~ 스럽지 않은가?? 이런게 그 사람에게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일반적으로 보기 싫은 장면이라는 것이다.

화장은 얼마든지 좋다. 떡칠을 하든 민낯 화장을 하든 자기가 좋고 만족한다면이야 예쁜 옷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감 고양은 물론이고 그로 인한 다른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같은 사람이라면 예쁜 게 누구에겐들 좋지 않을까. 그 예쁜 것, 아름다운 것, 그것은 마음에서 부터 와야한다 같은 고루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 예뻐지는 단계는 자신에게는 충분히 신비롭고 비밀스러울 가치가 있고, 다른 사람을 그것을 보고 싶지 않을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화장은 집에서 짧으면 짧은대로, 길면 긴대로 시간을 투자해서 하는 것이 더 아름다울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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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하여튼 남한테 피해는 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ㅎㅎㅎ

    2011.06.15 10: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아...ㅋㅋㅋ 출퇴근한지 오래되어 잊고 있던 풍경이네요.
    세월이 지나도 이 풍경은 여전히 남들을 괴롭히고 있군요. ㅋㅋ

    2011.06.15 10: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지하철 화장은 좀 자제해야 겠어요.
    보기 민망하지요.

    2011.06.15 11: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완전 공감 합니다.
    화장 안한 얼굴을 보고 누구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수요일은 수수하게 보내세요~

    2011.06.15 11: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화장을 하건 안 하건, 집에서 마칠 일은 집에서 마치고 나오는게 기본인데 말이죠 ㅎ

      2011.06.16 17:10 신고 [ ADDR : EDIT/ DEL ]
  6. ㅋㅋㅋㅋ
    간혹 앞에 여자가 마스카라 칠할때 저와 눈이 마주치곤하죠
    전 내가 잘생겼나? 합니다.ㅎㅎㅎ

    2011.06.15 11: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옳은 말씀입니다.
    속시원하게 잘하셨습니다.
    자신의 소중한 모습 남모르게 오래오래 간직하는것도
    수양일 겁니다.

    2011.06.15 11:22 [ ADDR : EDIT/ DEL : REPLY ]
    • 자신의 소중한 모습이라는 말씀이 맞습니다.
      그걸 굳이 남에게 보여줄 이유는 없는 듯합니다.

      2011.06.16 17:11 신고 [ ADDR : EDIT/ DEL ]
  8. 어떤 영화에서나 봄직한 장면을 재미있게 표현해주셨습니다 ^^

    2011.06.15 11: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외국 여성분들이 한국에 오면 놀라는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화장하는 모습라고한게 기억이나네요..ㅎㅎ

    2011.06.15 13: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예전에 그런 이야기들 많이 들었었죠.
      외국인들에게도 낯설겠지만 같은 여자로서도 낯설어요.

      2011.06.16 17:12 신고 [ ADDR : EDIT/ DEL ]
  10. 지하철에 메이크업룸이라도 만들어줘야 할까요..-_-;;ㅋㅋ

    2011.06.15 15: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ㅋㅋㅋ 만들어줘도 이용안 할 겁니다.
      거기서 이용할 시간 있음 집에서 하고 나오겠죠. 전동차 안에라면 모를까? ㅋㅋ

      2011.06.16 17:13 신고 [ ADDR : EDIT/ DEL ]
  11. 전,, 냄새가 싫어요 >.<

    2011.06.15 22: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요즘은 바쁜 세상이라서 그냥 이해합니다.

    2011.06.16 00: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비밀댓글입니다

    2011.06.16 03:00 [ ADDR : EDIT/ DEL : REPLY ]
    • 완전 행복한 시간 보내시고 알찬 시간 보내시고 건강하게 다녀가세요!!! ㅎ

      2011.06.16 17:14 신고 [ ADDR : EDIT/ DEL ]
  14.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지요.
    자신을 가꾸는 일인데 그런일을 공공장소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인지~~~ ^^

    2011.06.16 07: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게 어느 정도면 이해도 하고 그러려니하고 눈도 피해주겠는데 풀 메이크업을 다 보여주는 건 좀 아니더라구요.
      용기 또는 만용? ㅎㅎㅎㅎ

      2011.06.16 17:15 신고 [ ADDR : EDIT/ DEL ]
  15. 저 사진에 나와있는 분은 화장이 아니라 변장이잖아요. 그런데 저 실제로 저정도 변장을 본적 있어요.
    대학교때 공대 다닌터라 가정대 식품영양학과랑 조인해서 수학여행을 갔는데 한방에서 얘기하고, 게임하고
    놀때 정말 예쁜 애가 있었거든요. 나중에 밤늦게까지 단체로 술마시면서 흐트러지고, 한쪽에서 먼저 잔다고
    화장을 지웠는데 헉 소리가 절로 나더군요. 딴사람이 앉아있더라구요. 그때 한 스무명 정도 모여 술마셨는데..
    화장기술에 깜짝 놀랐던 순간이었습니다~

    2011.06.16 09: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변장이죠. 그런 분들은 박수쳐줘야 해요. 얼마나 갈고 닦은 실력이겠어요. 나름의 노력과 애쓰는 부분이 있으니 전적으로 응원합니다 ㅎㅎㅎ

      2011.06.16 17:16 신고 [ ADDR : EDIT/ DEL ]
  16. 저도 동의합니다.
    출퇴근 시간에 볼수있는 광경중 빼놓을수 없는 광경인데
    가끔 정도가 지나칠 정도로 화장을 하시는 분들을 뵐때마다
    제가 다 민망하더라구요. 마치 치아에 낀 고춧가루를 가리지않고 제거하려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사람마다 가치관이 틀려서 생각이 다를순 있겠지만
    저도 조금 자중해줬으면~ 할때가 있었답니다.

    2011.06.16 12: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그 정도라는 것에 주안점을 뒀는데 어떨 때는 과연 얼굴이 도화지인 걸 굳이 지하철에서 자랑하는 이유는 뭘까 분석해 보고 싶더라구요.

      2011.06.16 17:19 신고 [ ADDR : EDIT/ DEL ]
  17. 참 전철은 다양한 사람들이 타는지라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되네요;;
    어떤 행동이든 도가 지나치면 눈총을 받는 듯;;
    여러사람이 같이 있는 공간이니까요;;

    2011.06.17 16: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도투락

    대체로 보면 남의 시선을 은근히 즐기는 듯~. 그렇게라도 남이 봐주기를 바라는 듯한 행동이 한편으로는 안돼보이던데...

    2011.09.19 19:44 [ ADDR : EDIT/ DEL : REPLY ]
  19. 옹이

    젊은 여자애가 부시시한 얼굴로 전철에 앉아서 화장을 시작하는데 내릴때는 딴사람이 되서 내리더라구요
    얼굴하나 변하지않고 화장할때 왜 입술내밀었다 당겼다 눈썹을 올렸다 흪겼다하는 그표정들 ....
    같은 여자인 제가 창피해서 얼굴을 들수가 없더군요

    2011.09.20 00:50 [ ADDR : EDIT/ DEL : REPLY ]
  20. kjo990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을 알게되어 반갑습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표현을 잘 못하지만 가끔 흘겨보기도 하고 기침도 내보고 하지만 그런 분들은 요지부동이더군요. 다들 조금만 건들면 덤벼들 태세로 당당하게 화장들하고 계시더군요. 아참 요즘은 사무실에서 화장해주시는 대담한 신입사원이 생겨 골치가 아프답니다. 어째든 동감합니다.

    2011.09.20 09:29 [ ADDR : EDIT/ DEL : REPLY ]
  21. 파리넬리

    제 생각엔 예쁜여자에 미치는 사회에 대한 반항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규정짓고 판단하고 평가하는 태도들에 대한 반동적인 행동패턴이 아닌가하는 ....일테면 아무렇게나 행동함으로써 어디에도 걸리고싶지않은 젊음.... 나이가 마흔넘어 돌아보니 저런행동까진 아니지만 비슷한행동패턴이 있었던것도 같아요 지금은 절대 혐오스러운 행동, 생각들말에요......ㅇㅇ

    2011.09.20 11:03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