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우의 노래를 듣다가 갑자기 첫미팅의 기억이 났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두 번째 미팅이다.
첫 번째 미팅은 중학교 3년 때 고입 시험이 끝나고 나서 중2때 담임선생님이 주선해줬던 미팅이었다.
이 미팅은 재미있었지만 애틋하다거나 마음에 담긴 그런 기억은 아니다.

마음에 담아 진한 향기를 남긴 미팅은 대학교 입학하고 나서의 첫미팅이었다.
아직 대학 생활에도 적응하지 못 했었고, 뭔가 불만에 가득차서 아직은 저항적인 상태의 심리가 가득차 있을 때였다.
새로운 친구들과는 아직 말도 통하지 않고, 떼지어 듣는 교양수업 틈틈히 음악이나 듣고, 야구 중계나 듣던 게 그나마 소심한 일탈이었을 때였다. 한창 축제를 준비할 때였지만 즐겁다기 보다는 그저 선배들이 시키는 가지가지 잡일 내지는 노동만 할 때라 이게 뭐하는 짓일까 하는 때였다.

그 때, 과조교가 축제팅을 주선했다. 그 역시도 별 흥미는 없었지만 노역에서 해방된다는 그 사실 하나 만으로 미팅 자리에 나가게 되었다. 몇 명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대략 10 명 정도의 과친구들과 함께 그 자리에 있었다. 어색한 순간에도 아마 가장 심드렁하게 앉아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 뭔지 진행같은 걸 하고 있었지만 무슨 내용인지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색함을 딛고 일명 랜덤 짝짓기가 진행되어서는 이제 더 지겨운 일대일 대화라는 게 시작되었다.

당시 친하던 과친구와 그 친구의 짝, 그리고 내 짝, 이렇게 넷이서 한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 친구의 짝이 된 친구는 맞은 편 10명의 남자아이들 중에서 유난히 나랑 비슷한 느낌의 아이였다. 심드렁 그 자체였던 그 아이. 네 명이 되자 마자 내기를 하듯이 '나 이런 자리 불편하거든'이라는 포스를 퓽퓽 풍기고 있었다.

몇 가지 빈곤한 질의가 오가고 난 후 지쳤다는 듯이 심드렁 아이는 남자들만의 대화라는 듯이 야구 이야기를 잠깐 꺼냈는데 나와 같은 두산팬이었다. 그러나 그 또래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여자가 야구를 알면 얼마나 알까 했던 그 아이는, 당시 모든 스포츠 중계를 돌려보던 나와 곧잘 이야기가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 이야기를 하다보니 음악을 듣는 취향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락을 즐겨듣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가 자리를 하던 그 음악 카페로 자리를 옮기고나니 더이상 말도 필요 없을 정도로 코드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괜히 학교로 보내던 편지들, 만나서 끊임없이 나누던 이야기들, 야구장에서의 신나는 응원들, 음악하는 친구가 초대해준 음악회에서 눈물을 흘리던 그 장면들 까지 첫 미팅의 아름다움은 그렇게 오래도록 전해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 아이의 노래였다. 참 많은 노래를 불러줬었다. 오래된 노래들, 최신 가요들, 좋아하던 락까지. 노래를 못하는 나를 대신하듯이 많은 노래를 참 잘도 불러줬었다. 노래방이 아니면 그저 학교 앞 인도에서도 잘도 불러줬다.
 
그런데 그 아이가 어딘가로 가야했을 그 때,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그 때 마지막으로 불러줬던 노래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운동장에서 전철역에서 불렀던 자잘한 순간순간의 노래는 다 기억하면서 그 마지막 노래는 기억나지 않는다. 희안하다.

한 때는 그게 너무나 아쉽고 슬펐었다. 왜 그것만 기억나지 않을까? 그 노래가 기억난다면 그 추억이 완성될텐데...

이제는 그 마지막 노래를 잊어버려서, 그래서 그 추억이 완성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이렇게 다시 기억할 수 있으니까.

읊조리듯 부르는 김연우의 노래에서 그저 지나간 작은 장면이 기억났다.
그냥 그 장면들이 영화처럼 뇌리를 지나간다.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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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상하게 기억의 한 부분이 고장난 것처럼 전혀 기억이 안 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자꾸 그 잊혀진 기억에 다른 기억들이 자리잡으면서 나중에는 소설이 되더라고요. ㅎㅎㅎ

    2011.08.04 09: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비밀댓글입니다

    2011.08.04 09:49 [ ADDR : EDIT/ DEL : REPLY ]
  3. 아련한 추억이로군요
    목요일을 뜻깊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2011.08.04 10: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ㅎㅎ 정말 기억에 남는 추억이실거 같아요 ....ㅎㅎ 대학교때 제대로 된 미팅의 시작...ㅎㅎ

    전 고등학교 때 대면식이 기억에 남네요 ㅎㅎ

    2011.08.04 10: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저도 어릴적 추억이 생각나네요
    추억이 우리를 항상 아련한 과거로 데리고 가죠!!

    2011.08.04 11: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어떤 한가지가 나와 통하면 그 후론 우호적이 되지요. 저도 두산팬인데 왠지모르게 두산팬을 만나면 친근감이 느껴지더라고요.

    2011.08.04 11: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첫사랑....?

    짧은 소설을 한권 본것 같네요^^
    어디로 갔는데...
    왜 헤어졌는지...
    몰라도...

    자꾸 눈앞에 그려지는 그림은....
    학교앞 횡단보도에 수많은 학생들이 지나가는...
    거기서도 걸으면서 불러줬을듯한...ㅎㅎㅎ

    낭만적이예요^^

    2011.08.04 11: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ㅎㅎ 네오나님 때문에 갑자기 저도 학창시절 미팅때가 생각나네요.. 고2때 첫미팅에서 만난 인연이 제 첫사랑이었는데 ...ㅎㅎ

    2011.08.04 11:20 [ ADDR : EDIT/ DEL : REPLY ]
  9. 추억은 아름다운 자신만의 일기장입니다.
    가끔 하늘을 보고 누워서 머리속의 일기장을 펴본답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2011.08.04 11:32 [ ADDR : EDIT/ DEL : REPLY ]
  10. 아~~ 기억이 추억이 되셨네요...
    전 미팅을 한번도 못해 봤어요..ㅋㅋㅋ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11.08.04 12: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저도 어릴적이 생각나네요^^
    잘 보구 갑니다^^

    2011.08.04 12: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이런 사생활 고백, 아주아주 바람직합니다 ^^
    재밌어요~ 그 노래가 뭘지 저도 궁금한데요?

    2011.08.04 12:58 [ ADDR : EDIT/ DEL : REPLY ]
  13. 추억의 되새김.
    저 또한 되새기게 되네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읽게 되네요.^^
    잘 보고 갑니당^^

    2011.08.04 14: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정역시 아련한 추억이 있네요...
    흥미롭게 잘보구 갑니다..^^

    2011.08.04 15: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이런 종류의 상상을 하고있을때면 뭔가 입꼬리가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ㅎ

    2011.08.04 16:55 [ ADDR : EDIT/ DEL : REPLY ]
  16. 정말 노래를 좋아했던 친구인가 봐요.
    누구나 그 시절, 그런 추억들 하나 둘씩 갖고 있겠죠.^^

    2011.08.04 18: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제목부터 설레네요. 추억할 만한 미팅이었네요. 전 왜 그런 기억이 없는 건지. 그 친구는 지금도 노래를 아주 많이 부르고 있을 것 같네요. 예쁜 추억인 것 같아요. 노래와 미팅. 노래를 들으면서 추억할 것이 많은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겠지요. 글 잘보고 갑니다.

    2011.08.04 20: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한창 예민한 나이때의 첫 미팅...
    정말 아련하면서 그리운 기억이겠어요~
    전 제대로 된 미팅이나 소개팅은 해본적이 없는 듯;

    2011.08.04 23: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