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멸치 한 마리에 삼만원...눈물 뚝뚝

비가 왔다. 많이 많이도 내렸다.

비가 오면 이상하게 칼국수가 먹고 싶다. 일요일 저녁 멸치 국물 진하게 내서 감자도 넣고 애호박도 썰어넣고 칼국수를 끓였다. 꽤 먹음직스러웠다. 더운데 땀 철철 흘리며 먹어야 제격이라고 하지만 칼국수 끓이면서 이미 땡볕 아래 허수아비처럼 몸이 뜨거워졌길래 에어컨 틀어놓고 시원하게 들이켰다. 참말 맛났다. 면도 후루룩 후루룩 맛났고 국물도 멸치랑 채소랑 어우러져서 맛이 꽤 좋았다.


캬하~ 만족스럽다. 염분 때문에 칼국수 국물은 많이 먹지 말라고 하지만 맛있는 걸 어떻게~하면서 국물을 마구 떠먹고 있었다.  역시 만족스러운 한 입을 꿀꺽 삼키는 순간 뭔가 목을 찌르는 느낌이 났다. 딱히 아프다기 보다는 걸리적거리는 느낌이었는데 먹다보면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계속 먹었다. 그런데 꿀꺽할 때마다 계속 거추장스럽더니 점점 아픈 것도 같았다.

먹다말고 입을 있는대로 벌리고 거울로 비춰보니 뭔가 편도에 박혀있는 게 보였다. 칼국수에 이런 단단한 게 있을리가 없는데 뭐지?라고 살펴봤지만 까만 것이 대략 7mm 정도가 나와있을 뿐 뭔가 잘 모르겠었다. 일단 박혀있으니 손을 넣어서 빼려고 시도해봤으나 엄지와 검지를 동시에 넣어야하는 상황상 불가능 했다. 혹시나 하고 밥 한술을 크게 떠서 꿀꺽 삼켜봤으나 빠지기는 커녕 이게 더 들어간 것 같았다. 점점 패닉과 동시에 뭘까...

아뿔사, 체를 쓰기가 귀찮아서 멸치 국물을 낼 때 젓가락을 멸치를 한마리씩 낚아 올려서 버리고 난 후 다른 재료들을 넣고 끓였었는데 멸치의 대가시가 남아있었나보다. 멸치도 생선이라고 가시로써 그 존재를 주장하는 건 좋은데 그걸 왜 꼭 내 목에 박혀서 하는게냐??

아무튼 집에 있던 손전등을 입에 비추고 거울을 들고 각도를 맞춰가면서 그 존재는 확실히 확인을 했는데 손이든 핀셋이든 스스로 빼는 것은 불가능했다. 무엇이든 내손으로 입을 막게되니 그 위치가 보이지도 않고 보인다 한들 꽤 깊은 위치라 닿지를 못하는 것이다. 침을 삼킬 때마다 박혀있는 것이 불안하게 움직였으나 응급실을 가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우스운 것 같아서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혹시나 자고 일어나면 빠져있을가 하는 허황된 꿈까지 꾸면서...

그럴 일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도 아주 단단하게 굳건하게 잘 박혀계셨다. 멸치가시 님은 --;;

결국 출근하자마자 근처 이비인후과를 찾았는데 왜 이비인후과는 그렇게 없는 것인지. 1차진료기관은 없고 축농증 수술로 특화된 대규모...의사가 대략 10명은 넘은...병원 밖에는 없었다. 초진이라 예약도 안 되고 무작정 가서 두 시간 여를 기다려서 들어갔다. 어느 정도는 의사가 웃어주지 않을까 했는데 아주 진지하게 꽤 많은 사고라는 것이다.

흠...

마취스프레이를 뿌리고 (이 마취스프레이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례를 들었던 적이 있는지라 슬쩍 겁도 났다.) 입을 있는대로 벌리고 가시를 뽑아냈다. 의사는 아주 손쉽게 뽑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뽑아놓은 가시를 보는 순간 너무 놀랬다. 겉으로 보이는 길이가 대략 5mm(처음엔 7mm였는데 밥 먹은 결과 더 들어갔다.)였는데 꺼내놓고 보니 15mm정도인 것이다. 이렇게 길었으니 당연히 침을 삼킬 때마다 걸렸던 것이다. 보고 나니 이게 멸치가시가 아니라 멸치 등뼈쯤 되는 것 같았다. 등뼈를 내 편도에 박은 나쁜 멸치 같으니라구!


너무 빠른 치료가 아쉬워서(?) 이걸 안 뽑았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라고 물어서 결국은 째려보임을 당했다. "어떻게 되긴요 염증생기고 같이 곯으면 아주 대략 난감하시겠죠. 혹시 안쪽에 가시가 남은 상태에서 잘라지면 수술을 해야하는 겁니다." 순간 오싹했다.

의사가 알려준 주의사항은 가시가 입안에 들어가면 씹어 삼키려고 하지말고 일단은 뱉으라는 것이다. 또 일단 박히면 가능한 빨리 병원에 오라는 것이다.  민간요법 중 가장 위험한 것은 가시가 걸렸을 때 밥을 삼켜서 내려보내려고 하는 것이란다. 운이 좋아 내려가면 다행이지만 잘못해서 박힌 위치가 안 좋으면 수술까지 해야 하기도 한단다. 아무튼 일단은 안 먹는 게 가장 좋다는 건 당연하겠다.

하긴 예전에 직장동료는 삼치 가시가 잇몸을 찔렀던 것을 그냥 두었다가 염증이 생겨서 한동안 큰 고생을 했었다. 

아무튼 바로 병원에 가면 가시 뽑는데 몇 초 걸리지도 않는다.  
아침에 봤을 때 가시 주변이 좀 빨개졌었던 지라 염증이 걱정되었었는데 아직은 괜찮아서 다행이라고 한다.  혹시라도 붓거나 아프면 다시 와서 처방전을 받아가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병원비가 무려 3만원이다. 1차진료기관이 아닌가도 싶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건가 싶기도 했다. 아무튼 멸치 등뼈 덕에 비싼 병원비 물었다. 3만원이면 대빵 좋은 멸치 한 상자 사겠구만...이라며 아까워하게 만든 멸치님이 야속했다.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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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헉~~~~ 갑자기 멸치가 톱상어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2011.08.09 09: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헉...그래도 크게 안다친게 정말 다행이에요 ㅠㅠ

    2011.08.09 09: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어익후~!!
    엄청 무섭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깝깝하셨겠습니다
    안보이면 몰라도 보이니 빼보려 얼마나 노력하셨을까...
    그래도 빨리 병원에 가서 다행이예요^^

    2011.08.09 09: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대빵

    마지막 대빵에 웃음이...^^

    2011.08.09 09:19 [ ADDR : EDIT/ DEL : REPLY ]
  5. 가장 허무했을때로군요...

    저도 같은 경험 있는데요...

    정말 죽는줄 알았거든요....
    근데 이비인후과에 가서 10초도 안되어 뽑아내는거 보고는 ...ㅎ

    걸리면 초죽음....해결은 초간단.....
    바로 그 경우네요...애쓰셨습니다..ㅎ
    즐건 하루 되시구요^^

    2011.08.09 09: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헉, 그런 일도 있군요.
    가시가 걸리면 참 대략난감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2011.08.09 11: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허어... 그래도 큰 사고 없어서 다행이에요!!

    2011.08.09 11: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오랜만에 들렸다 휴~~ 한숨을 다행이네요..^^

    2011.08.09 11: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큰일날뻔 하셨군요^^;;
    하지만, 제목과 내용이 센스있으셔서 흥미롭게 읽었다는..^^;

    2011.08.09 12: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아...생각만해도 오싹하네요;;; 그래도 간단하게 제거하셔서 다행입니다!

    2011.08.09 12: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헉;;;;
    등골이 오싹합니다;;;
    이젠 괜찮으시죠?;;;

    2011.08.09 12: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어이쿠.....그래도 잘 치료 되셨으니 다행이네요...
    아..멸치가시가 박히기도 하네요..조심해야 겠어요...

    오늘은,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11.08.09 12: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빨리 병원에 가셨다면 덜 고생하셨을 걸 그래고 별탈없이 제거되어 다행이네요.
    특히 어린얘들이 그러면 바로 병원으로 가라고 TV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괜히 보인다고 무리하게 꺼내려다 2차 감염이 될 수도 있고..

    2011.08.09 13: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바다

    10년전 오랜만에 친한 동생이 집에 놀러왔었어여 전 광어회를 배달 시켰는데 광어회가 너무 맛이 없어 광어미역국을 끓였어여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며 미역국을 먹는데 갑자기 목이 엄청 아프면서 말을 해도 소리가 전혀 안나오는 거예여 미역국을 끓일때 광어회와 광어회밑에깔려있던 몽통뼈와머리를 함께넣어 끓였었는데 그큰 광어가시님이 제목에 걸려 아무리 물을 먹어도 내려가지 않고 점점 힘들어 지는 거에여..휴--"..얼굴도 달아오르고.. 이러다 죽는건 아닐까..옆에 있던 동생은 언니야 괜찮냐고 계속 물어보고..완젼 민망..술 먹다 말고 웬 날벼락일까 ㅋ..근데 2시간만에 해결을 했어여..마지막으로 언젠가 들은적이 있는것 같아 똑같이 해보았어여.. 그 순간 그 큰 광어가시놈이 쑤욱~내려 갔어여^-^밥 딱 1숟가락.

    2011.08.09 14:32 [ ADDR : EDIT/ DEL : REPLY ]
  15. 허준

    젓가락으로 뽑으면 됩니다

    2011.08.09 14:38 [ ADDR : EDIT/ DEL : REPLY ]
  16. 저도 지금껏 가시가 목에 박히면 뭘 자꾸 꾸역꾸역 먹어서 해결했는데 그게 위험한 방법이라고
    들었습니다. 무조건 병원에 가야한다고...하지만 사실 귀찮기도 하고, 쪽팔리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네오나님 사례를 보니 앞으로는 병워에 가야겠네요. 부러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니...

    2011.08.09 15: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고생많으셨네요..
    그렇게 박히기도 하는군요.
    더운날씨에, 비싼 멸치드셔서 화도 나시겠지만,
    그래도 활기차고 즐거운 하루 되시길요^^

    2011.08.09 15: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헐.. 고생하셨군요..
    그래도 잘 치료하셨으니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치료비가 너무 비싼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2011.08.09 19: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헉...자칫하면 수술까지 갈 수 있다니 정말 위험하네요;;;;
    저도 가시같은게 걸리면 정말 시껍해요;;

    2011.08.09 22: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큰일날뻔 하셨네요-ㅁ-
    치료비가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수술 안하고 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2011.08.11 16:1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