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누나네 머무는 형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어릴 때 일이 생각났다.

엄마는 장녀로 아래로 여동생 네 분과 남동생 두 분이 계신다. 즉, 이모가 네 분, 삼촌이 두 분이신 것이다.
엄마는 나홀로 서울로 유학온 케이스 였기 때문에 결혼 후 일가친척은 모두 원래 고향에 살고 계셨고 엄마만이 결혼 후에도 서울에 살고 계셨는데 이모 두 분과 삼촌 한 분은 내가 어릴 때 나와 함께 살았었다.

물론 내가 어렸기도 했지만 그 문제로 우리집안에 문제가 된 기억은 없었다. 생각난 김에 아빠와 통화하면서 여쭤봤다. 이모나 삼촌이 같이 살 때 불편한 게 있었냐고. 아빠는 왜 오래전 일을 묻냐고 의아해하긴 하셨지만, 아빠는 어릴 때 외롭게 자란 편이라 이모나 삼촌이 같이 있는 게 더 가족이 많은 것 같아서 좋았다고 하셨다.

게다가 그냥 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이 이모 둘과 삼촌 한 분은 교육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삼촌이야 그나마 대학교를 거의 마칠 때쯤 우리집에 계셨었지만, 이모 둘은 막내 이모가 중학생 때...울엄마와 막내이모는 어마어마한 나이차이가 나신다...그 윗 이모가 고등학교 때부터 우리집에 계셨었고 그 학비를 다 아빠가 대주셨었다.

아빠를 좋아하던 이모들 덕에 이모들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사진을 보면 아빠가 꼭 함께 했다. 참고로 내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식 때 아빠 사진은 없다 -_-;;;; 아무튼 한 이모는 거의 장학금을 받았기에 학비는 따로 안 들었었지만, 막내이모는 대학 졸업때까지 모든 학비를 다 내주셨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걸 부모님이 생색내시는 것, 거론하시는 것도 못 봤다.

나로 말하자면 같이 살았던 이모나 삼촌에 대해서 그저 당연시 여겼기 때문에 특별한 기억이 없다. 이모들 데이트할 때 옆에 앉아서 인형노릇하면서 코코아나 얻어먹고, 이모들 공부할 때 그 책상 밑에 들어가서 이모들 발냄새 맡으면서 잠잔 기억 밖엔 없다. 불편했다기 보다는 엄마 비슷한 존재가 둘 더 있다.... 이정도로 생각했었던 듯하다.

결과적으로 아빠는 좀 더 고생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장녀로서의 엄마의 위치를 잘 이해하시고 그걸 당연히여기셨었던 것 같다. 지금도 이모들 사이에 아빠는 인기인이시다. 엄마, 아빠 생신이나 명절 때는 서울에 있는 이모들은 각자 집안 행사를 마치고 난 후 우리집으로 모인다. 물론 때마다 부모님 용돈이나 선물도 잊지 않으신다.

이모들의 이런 마음이 전해졌는지 사촌 동생들도 엄마 생신 때는 찾아오거나 선물을 보내오거나 한다. 외국에 유학을 하면서도 챙긴다.  그렇게 몇 년의 동거 생활 이후 몇십 년의 세월동안 이모들이나 삼촌은 우리 부모님에게 참 성의껏 잘 하신다. 그렇다고 그게 이전에 신세를 졌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도 아닌 듯하다. 심지어 삼촌이나 이모는 노년에 접어드신 아빠에게 시골에 집을 지어드리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걸 못해서 진심으로 아쉬워하신다는 말씀도 하신다. 아빠도 그걸 바라신다기 보다는 그 말 자체로 무척이나 흐뭇해 하신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장녀로서 엄마가 대단한 특혜를 받고 자랐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고등학교 때부터 서울에 홀로 올라와 고학하신 케이스이다.  그렇다고 외가에서 엄마에게 책임을 질 것을 종용하신 적도 없다고 한다. 그저 동생들을 때가 되면 불러 올려서 교육을 시킨 것이다.

이런 가족들 틈에서 자란 나로서는 후배가 처한 상황과 사돈 어른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댓글들을 보니 다른 분들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사실 이런 내력은 이모들에게 또 전달이 되서 돌아가신 한 이모의 딸을 막내 이모가 키우다시피 했다. 지금도 지방에 사는 삼촌의 아이 둘이 이모네 머무르고 있다. 이모부가 역시 그걸 당연시 여기시는 듯하다.

우리집이 많이 다른 건지는 모르겠다.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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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ㅎ 티비나 영화에서 볼 듯한 스토리네요 ㅎㅎ 네오나님 즐거운 한 주 되세요 ㅎㅎ

    2011.08.13 08: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저희 어머니도 여상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 들어서
    이모와 삼촌 둘을 다 공부시켰답니다.
    그땐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있으셨죠. ^^

    2011.08.13 08: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땐 그러셨던 것 같아요. 엄마가 번 돈 대부분을 집에 보내셨다고 하니 말이죠.

      2011.08.15 22:17 신고 [ ADDR : EDIT/ DEL ]
  3. 아빠가 참 대단한 분이십니다. 이모나 삼촌들이 아빠를 좋아하고 따르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법이죠.
    그덕에 네오나님이 이모와 삼촌들로부터 용돈 좀 꽤나 받아썼겠는걸요? ^^

    2011.08.13 08: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와아~~~ 그 내용 썼다가 넘 길어져서 뺐는데 ㅎㅎㅎ 맞아요. 엄청 받았었죠 히~

      2011.08.15 22:17 신고 [ ADDR : EDIT/ DEL ]
  4. 감동적인 스토리 잘 보고 갑니다

    2011.08.13 08: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가슴 뭉클해져요~

    저두 네오나님 가족처럼 그러한게 뭐 아주 당연한건 아니라 생각들지만~

    가족이기에 가족이니까 아무꺼리낌 없이 그런건데~

    앞에 사돈 한테 돈받으라는 사돈어른 정말 이해가 안가더라구요 에~휴



    즐건 주말되셔요~^*^

    2011.08.13 09:44 [ ADDR : EDIT/ DEL : REPLY ]
  6. 아버님이 일단 대단하신 분이네요. 어머니를 무척 사랑하시나 봅니다.

    2011.08.13 10: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이야기가 그렇게 귀결도 되는군요. 일흔이 넘으셨는데 가끔 아침에 러브레터도 써놓으신다는 거 보니 그러신 거 같아요 ㅎ

      2011.08.15 22:18 신고 [ ADDR : EDIT/ DEL ]
  7. 매우 감동적이 이야기입니다
    토요일을 편안하게 보내세요~

    2011.08.13 10: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너무너무 감동적이네요!!
    푸근한 마음 안고 떠납니다^^

    2011.08.13 13: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그냥 하라고 해도 힘든데..
    역시 가족의 힘은 대단한것 같아요^^

    2011.08.13 15: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부모님께서 돈후하시네요.
    사람을 포용하는 힘도 있으신 것 같고요.
    화목하다고 소문 많이 낫겠어요.

    2011.08.13 22: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흔한 이야기는 아닌듯 합니다.
    대단한 가족입니다. ^^

    2011.08.13 23: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부모님이 정말 대단하시네요...
    쉽지 않은 일이예요 저희 아버지경우만 봐도..아무리 형제라고 해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인덕이 있으신 분들이시네요.

    2011.08.15 14: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