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내 게시판 지분을 가장 꾸준하게 차지하는 멤버는 아마도 길이다.

뭘 하면 했다고 말썽이고, 안 하면 안 했다고 말이 나오니 무한도전 내에서 가장 불운한 멤버 중의 하나겠다.  지난 주 무한도전은 오랫만에 스튜디오 촬영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급작스런 스튜디오 촬영분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도 주어지지 않은 설정에서 멤버 개개인의 특성과 능력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것도 좋고, 의도치 않은 웃음이 나오는 장면들도 꽤 즐기기 때문이다.

이 스튜디오 촬영분에는 조정경기를 같이 치뤘던 데프콘, 정재형과 함께, 리쌍의 멤버인 개리가 초대장을 받았다. 엉성하게 설정된 정재형에 대한, 데프콘에 대한 몰래카메라가 만들어낸 웃음에 비하면 첫등장부터 어느 정도 이런 몰래카메라의 설정을 눈치챈 개리의 반응은 남달랐다. 길이 사고쳤냐라고 묻는 한 마디에서는 약간의 걱정이 묻어나오기도 했지만 속은 느낌은 아니었다.



속아넘어가지 않는 개리를 보면서 멤버들은 몰래카메라고 뭐고 그냥 놀자라는 식으로 마구 달려들어 그냥 놀아댔다. 아예 몰래카메라가 끝나고 나서 유재석은 "깜짝 놀랬다고 해 그냥" 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문을 했지만 개리는 바로 "아 형 괜찮아요~ 하면서 상황극에 몰입하는 순발력을 보여줬다. 실패한 몰래카메라라는 것을 너도나도 알면서 바로 상황극으로 돌입한 것이다.  이런 일련의 장면들 속에서 길은 유재석을 업는 장면과 한 줄의 대사외에는 카메라에 거의 잡히지도 않았다.

개리가 리쌍의 멤버임을 생각하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나대줬어도 좋을 타이밍이었다. 동거동락으로 꾸밀 무대를 위한 의상을 나눠줄 때도 하나하나 의견을 제시하고 분위기를 살리는 개리에 비해 길은 그저 흐뭇한 표정으로 귀여운 곰돌이 옷을 받았을 뿐이다. 이나영과 통화를 하는 중에도 전화기를 들고 번호를 따는 추임새를 넣는 개리에 비해 길은 그저 옆에서 뒤에서 겉돌기만 한다.

개리는 무엇을 하든 화제의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적절한 때 개입을 하는 집중도를 보여줬다. 무도 멤버들과 친해졌다고는 해도 게스트이기에 이런 타이밍을 잡기는 쉽지만은 않다. 데프콘은 그렇다 치더라도 예능으로 잘 나가는 정재형 보다 그 몰입도는 더 뛰어났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게스트 출연분에서는 게스트를 우대하고 되고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게스트를 위해 자리를 양보하지만, 길이 무한도전의 게스트로 나온 개리를 끌어주거나 기회를 주거나 한 것도 아니다. 자리도 떨어져 서있었던 때가 많았고, 개리는 스스로 자리를 찾아서 조용히 끼어들었을 뿐 길이 그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은 없다.

홀로 춤추며 노는 무대를 보며  '갖고싶다...강개리.'라는 자막으로 제작진의 마음이 드러났다.
내가 봐도 강개리 탐났다.

외모로 보면 예능적 캐릭터에서 길이나 개리나 오십보 백보이다. 누가 특별히 잘 생긴 것도, 특별히 재미있게 생긴 것도 아닌 외모로 예능에서 승부수를 걸만한 존재들은 아니다.  또 경험치로 비교해보면 둘은 비할바가 아니다. 이미 놀러와에서 보조 MC를 거쳤고, 무한도전의 정식멤버로 꽤 오랫동안 활약해 온 길에 비하면 개리는 런닝맨이 첫 예능이고 그것도 이제 막 1년이 넘었을 뿐이다. 

초기 런닝맨에서는 그저 뛰는 역할밖에 못하다가 하나밖에 없는 여자멤버인 송지효의 월요남친 자리를 꿰차고 확실한 캐릭터를 만들었으며, 그 활약도 다른 멤버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나대지 않으면서도 요소요소에 끼어드는 집중력도 좋지만, 대사든 행동이든 밉지 않은 캐릭터로 서서히 그 인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리쌍에서의 개리의 모습과는 좀 괴리감이 있지만 예능에서의 개리, 그 자체로도 인정할 수 있을만큼 매력적이다.

길은 개리에 비하면 훨씬 더 많이 알려져있다. 하지만 호감보다는 비호감의 요소가 크다. 뭐만 해도 부정적인 반응에 휘둘리는 그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민폐형 캐릭터라고 다 나쁜 것도 아니다. 바보지만 귀여워, 민폐지만 재미있어, 라는 반응이 나와야하는데 길의 경우 아쉽게도 그냥 민폐의 반응이 크다.

무한도전의 길에 대해 가장 좋은 느낌을 받았을 때가 바다와 함께 했던 서해안고속도로가요제를 방송할 때였다. 길의 카리스마도 제대로 표출해줬고, 그의 음악성도 보여줬으며, 따뜻하고 깊은 감성을 보여줬으며, 바다를 감싸안는 남자다운 부드러움도 충분히 보여줬다. 리쌍의 길로서 좋아했던 그 느낌 그대로를 그 편에서 볼 수 있었고 그래서 그 카리스마가 그리워졌었다.

카리스마라는게게 눈빛 하나로 대중을 압도하는 강한 카리스마만 있는 게 아니다. 편안하면서도 조용하고 다정한 카리스마도 분명 존재한다. 그 중간 지점의 카리스마도 분명있다. 예능에 출연하는 모든 연예인들은 어떤 종류든 나름의 카리스마가 있다. 허당의 카리스마도, 초딩의 카리스마도, 날유의 카리스마도 정대세의 카리스마도 존재한다. 길은 리쌍에서 갖는 카리스마와는 달리 무한도전에서는 자신의 카리스마를 못 드러내고 있다. 과연 예능에서 지닐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드라마도 아니고 촬영분에 비해 방송되는 분량이 현저하게 적고, 시청자는 방송분 밖에는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출연자를 키우고 누르는 것은 최종적으로는 제작진의 몫이다. 하지만 촬영분에서 보여준 것이 많거나, 포인트를 제대로 잡아야야 방송분량으로 잡힐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겠다.



지금까지 몇 년동안 길이 무한도전에 함께한다는 것은 분명 무엇인가 그런 카리스마가있기에 가능한 것일테다. 빠른 성장을 보여주며 자신의 카리스마와 캐릭터를 확실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개리를 보면 길은 느껴야 한다.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카리스마가 아직 무한도전에서는 전무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빠른 시일내에 확실하게 만들어야함을.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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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ㅎ 개리가 요즘 런닝맨에서도 활약을 하고 있죠 ㅎㅎ

    2011.08.15 09: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저런...개리의 등장으로 길이 더 위험해졌네요~ 쯧쯧쯧. 1박2일에서 김종민이 욕먹는것처럼
    무한도전에서는 길이 김종민 역할이네요~

    2011.08.15 09:44 [ ADDR : EDIT/ DEL : REPLY ]
    • 김종민이 뭘 안 한다고 욕을 먹는 것에 비해 길은 해도 먹는 게 참말 안 됐더군요.

      2011.08.15 22:10 신고 [ ADDR : EDIT/ DEL ]
  3. 요즘 개리가 예능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더군요.
    상대적으로 길이 조금 위축되어서 안타깝네요. ^^

    2011.08.15 10: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개리가 무도의 정식멤버는 아니지만 개리가 나올 때 더 위축되는 거 같아요.

      2011.08.15 22:11 신고 [ ADDR : EDIT/ DEL ]
  4. 무한도전 재방 찾아봐야겠네요.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2011.08.15 11:43 [ ADDR : EDIT/ DEL : REPLY ]
  5. 이름이 특이하군요
    광복절 연휴를 잘 보내세요~

    2011.08.15 11: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자생존의 무림같은 예능에서 길이는 분발해야 겠네요.

    2011.08.15 11: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예 욕을 먹더라도 한 방향으로 캐릭터를 잡았어야했는데 그마저도 놓치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011.08.15 22:12 신고 [ ADDR : EDIT/ DEL ]
  7. ㅎㅎ 잼잇어요 ㅎㅎ
    잘 보구 갑니다 ㅎ

    2011.08.15 12: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잘 보고 갑니다. 멋진 하루 보내세요~
    구독추가하고 가요~

    2011.08.15 13: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개리가 요즘에 예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있죠...ㅎ
    재밌습니다..ㅎ

    2011.08.15 13: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개리... 런닝맨에서도 그렇고..
    점점 눈길이 가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ㅎㅎ

    2011.08.15 14: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조용히 스리슬쩍 떠오르는 존재라 거부감없이 자리매김을 하는 듯해요 ㅎ

      2011.08.15 22:14 신고 [ ADDR : EDIT/ DEL ]
  11. 리쌍이 예능에 나오지 않을때 라디오에서 들을때도 항상 느꼈던건 개리 입담이 훨씬 좋다는 거였어요~
    근데 예능에서 길이 먼저 자리를 잡길래 좀 의외다 싶었죠.
    그래도 항상 열심히 하면서 길도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어요~
    개리는 뭔가 타고난 감각이 있는데 길은 그게 없어서 그저 열심히 하는것밖엔...;;

    2011.08.15 14: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전 사실 길의 그 범접하기 어려운 듯한 카리스마가 제일 좋거든요. 웃기려고 하는 것보다 오히려 거친 이미지로 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생기더군요. 리쌍에서의 길의 그 카리스마면 참 좋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어요.

      2011.08.15 22:15 신고 [ ADDR : EDIT/ DEL ]
  12. 나나나

    개리 넘 웃겨요.
    글구 넘 진중하기도 하고.
    유재석 구박에 아! 스트레~스 하는 것도 넘넘 귀엽고.

    2011.08.15 20:39 [ ADDR : EDIT/ DEL : REPLY ]
  13. ㅋㅋ...강개리 점점 재미있습니다^^ 글 잘보고 갑니다..^^

    2011.08.15 22: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대한민국에서 왠지 무한도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적이 없는 인간은 저뿐인거 같아요..ㅎㅎ

    2011.08.15 23: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알라코

    우와.. 글 정말 잘봤습니다!! 길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어렴풋한 것들을 콕콕 찝어주시네요

    2011.08.16 00:32 [ ADDR : EDIT/ DEL : REPLY ]
  16. 처음에는

    사람들이 너무 욕하는 거 같아서 길씨가 불쌍하다 생각했는데.. 저번에 빅뱅편에서, 예능초짜인 지드래곤도 역할에 몰입해서 머리쓰고 그러는데 길이 "쟤가 나 선배라서 안잡고 봐준거같다" 이 소리 하는 거 보고 그나마 있던 동정심도 싹 떼버렸네요. 자기 가수 이미지 만드는데 급급해서 무한도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안중에도 없는 인간이구나.. 하는 걸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2011.08.17 11:21 [ ADDR : EDIT/ DEL : REPLY ]
  17. 제생각이랑똑같아요

    글쓴이님께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말을 적어주셨네요^^ 요새 강개리씨 예능에서 블루칩으로 꼽히고 있죠ㅎㅎ 런닝맨에서도 그렇게 정말 재밌던데, 무한도전에서도 단기간 출연이지만 적응을 잘하시더라구요! 길씨도...무한도전3년차인데...개리씨한테 예능을 배우는게 어떨지 ㅎㅎㅎ

    2011.08.29 15:09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