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색을 하고 공식적인 언어를 동원해서 분위기 잡고 하는 이야기에 상처 받는 것 보다 때로는 가볍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상처받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은 '농담으로 한 이야기인데...'라는 가벼운 답이다.

거기에 농담으로 한 얘기를 왜 진담으로 알아듣고 화를 내는거냐며 마치 속좁다는 반응을 보이면 적반하장도 유분수격이 되어버린다. 누구든 농담이야~라고 하는 이야기에 진담을 섞을 때가 많다. 농담이라고 한다고 해서 진정한 농담만 가지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얼마 전 출장을 다녀온 직장 동료가 홍콩에서 사온 과자 다발을 사무실에 풀어놨다. 꽤 많은 양이기도 하고 출출할 시간이기도 해서 적당량씩을 나눠서 다른 팀과도 같이 나눠먹으려고 판을 벌이고 있었다.  직원들이 이팀 저팀 나눠서 과자들을 배달하고 돌아왔는데 우리팀 가장 막내 여직원이 얼굴이 벌게지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처음에는 그 우는 표정에서도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하며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하더니, 굵은 눈물방울이 뚝하고 떨어졌다.  다른 팀에 과자를 가져다 주고 맛있게들 드세요 하고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려는데 그 팀 팀장이 XX씨는 뚱뚱하니까 이런 거 먹지말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거기까지는 기분은 나쁘지만 상사니까 '네"하고 웃으면서 자리를 떠나려고 하는데 그렇게 살이 쪘으니 애인도 없고 결혼도 못하는거야 라고 하더란다.

같은 사무실내에 파티션으로 구분되어있는지라 이쪽의 웅성거림은 그쪽에 바로 전달되었다. 그 팀의 직원 하나가 얼른 달려와서는 우리 팀 막내를 위로하고 나섰다. 원래 그 분이 좀 그러니까 그냥 이해하라고.

그런데 문제는 그 팀장이 우리 팀으로 와서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것이다.  " 왜 그렇게 예민해. 그래서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나? 농담도 못 받아치는 게 사회인인가? 뚱뚱한 사람이니까 먹는 거 조심하라고 하는 게 무슨 잘못인가? 어른으로서 다 생각해서 하는 이야기인데..."하면서 혀를 차며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나왔다. 이미 인격적으로 모욕감을 느끼도록 실언을 하고 그게 농담인데 너그럽게 못 받아친 직원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정말 친한 사람이야 그런 얘기할 수 있다. 진심으로 진정을 담아 생각을 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팀장이 그렇지는 않았다. 다른 직원들 다 있는데 그 팀원들이 다 듣도록 웃으면서 동의까지 구해가면서 이야기하고, 조용히 넘기려는 직원에게 애인이며 결혼 이야기까지 확대하면서 혼자 흥분해서 얘기해놓고선 그게 농담이란다.

일단 그자리에서 말을 나눠봤자 시끄러워질 것이 뻔하니 내용을 정리해서 우리팀 이름으로 회사 인사과 핫라인으로 보냈다.  회사 인사과에는 성희롱 방지 매뉴얼과 함께 인격적인 모독을 삼가는 규정이 분명히 있으며 이는 전 직원이 1년에 한 번씩 교육 받도록 되어있다. 인사과에서 바로 담당자가 우리 팀 막내직원과 그 팀장을 순서대로 불러갔다. 

여기서 밝혀진 사실은 그 팀장이 이전에 막 결혼을 앞둔 여직원에게 결혼한 여직원들은 본인이나 가정을 위해서라도 다 그만둬야한다는 요지로 비아냥거리다가 성차별에대한 교육을 이수했으며, 동일한 일이 일어날 경우 상벌위원회에 다시 회부되게 될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때도 역시 결혼을 앞둔 직원이 막바지 준비때문에 하루 휴가를 내자 이말을 했다가는 나중에 농담으로 마무리했었다고 한다. 이쯤되면 이 상사의 농담의 개념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상처를 주는 이야기를 하고 본인은 촌철살인의 언변을 했다거나 위트있는 사람이니 하고 스스로 착각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팀장의 말은 누가 들어도 농담아니다. 농담은 그 말을 하는 당사자나 듣는 사람이나 다 같이 웃을 수 있을 때가 농담이다. 하는 사람은 즐거웠는데 듣는 사람이 기분 나빴다면 조롱이거나 놀림이거나 비아냥거림인 것이다.

실언을 농담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그저 치졸함이다. 사과조차 하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을 그저 유야무야 뭉게버리는 태도는 생각이 제대로 박힌 어른으로서는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충고나 꾸짖음이라면 아예 정식으로 진심을 담아서 상대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고, 농담이라면 모두 즐거운 상황이 될 수 있도록 재치를 담아 흥겨움을 표하면 어떨까?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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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농담도 때와 장소를 가릴 필요가 있겠지요~~~
    무심코 한 말이 그 사람에게 비수가 될 수 있으지 말이죠

    2011.09.01 12: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때와 장소와 사람도 가려야할 거 같아요. 어지간히 친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인신공격성 말은 절대 농담으로 치부될 수 없는 거 같기도 하구요.

      2011.09.05 00:31 신고 [ ADDR : EDIT/ DEL ]
  3. 어휴, 사람 외모 가지고 뭐라고 하는건 정말 기분 나빠요 -_-
    전 그래서 개그맨들이 상처주는 말로 웃음주는 것도 반갑지가 않습니다 ;

    2011.09.01 13: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저도요.
      저도 개그맨들이 서로 상처주면서 웃기는 거에는 별로 공감가지 않더라구요.
      아이들이 그걸 보고 따라하기라도 하면 어떨까 생각도 들구요.

      2011.09.05 00:32 신고 [ ADDR : EDIT/ DEL ]
  4. 아우 증말! 뚱뚱한 사람은 사람이 아닌가요?

    갑자기 열 훅! 받네요 증말!

    그런 팀장님은 날씬하고 여직원에게 그런말을 하시는건지~

    여직원 무쟈게 기분 나빳을것 같아요

    여자들 몸무게 이런거나 외모에 대해서 저리 지적하면 상처받는디~ ㅠㅠ

    것두 애인이 없고 결혼을 못했다니~ 이건 악담 같아요 ㅠㅠ

    그 여직원분 정말 순하신가봐요 저같음 받아쳤을텐데~ ㅎㅎㅎ

    2011.09.01 13:11 [ ADDR : EDIT/ DEL : REPLY ]
    • 악담도 그런 악담이 없죠.
      이 친구가 완전 신입이라 그냥 넋이 나갔던 것 같아요.
      뭐 저야 다른 걸로도 이미 한 판 했죠 ㅋㅋ

      2011.09.05 00:34 신고 [ ADDR : EDIT/ DEL ]
  5. 상사라는 사람이.. 생각없이 말을 하네요...;;

    2011.09.01 14: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헐~ 뭐 저런 무개념이 다 있나 싶네요.
    옆에서 듣고 있었다면 팀장이고 뭐고 멱살부터 잡고 싶어지는...
    상벌위원회에서 따끔하게 징계받았으면 좋겠네요.

    2011.09.01 15: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렇게 격한 사람에게는 아마 그러지 못하는 성격같습니다. 약한 존재에게 강한 그야말로 치졸한 성격이죠.

      2011.09.05 00:41 신고 [ ADDR : EDIT/ DEL ]
  7. 농담도 가려가면서 해야지,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렸나봅니다.
    상처를 마니 받으셨겠네요.

    2011.09.01 15: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말 한마디로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고 하죠! 안봐도 뻔하네요....

    2011.09.01 16: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농담 아니죠...
    직장 상사.. 개념이.. 좀 없네요.. ^^

    2011.09.01 16: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농담에도 정도가 있는 법인데....
    특히 예민한 신체 관련 농담은 조심조심해야겠지요.

    2011.09.01 16: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비밀댓글입니다

    2011.09.01 17:38 [ ADDR : EDIT/ DEL : REPLY ]
    • 우리팀에서는 완전 귀요미라 아무도 그런 말도 생각도 안 하거든요. 그냥 개념상실인간인거죠. 판결은 이미 났습니다. 지난 일까지 누적되어 있는 상태라 상당히 컸네요.

      2011.09.05 00:43 신고 [ ADDR : EDIT/ DEL ]
  12. 아랫사람이라고 함부로 대하는 상사는 자격이 없는것 같습니다.
    참 안된 사람 같아 보이네요...

    2011.09.01 18: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헉;;;;
    이건뭐 싸우자는건가;;;;

    2011.09.01 18: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말은 가려서 해야겠죠. !!!

    2011.09.01 22: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아르미

    저한테 뚱뚱하다고 놀리는 그놈의 새끼한테 너도 나같은 딸래미 나서 욕처먹고 다녀라 그랫지요....그 상사는 그 정도 인격 밖에 안되니 저럼놈이다 생각하셔요^^

    2011.09.01 23:07 [ ADDR : EDIT/ DEL : REPLY ]
  16. 짜증나

    어디회사 누굽니까???진짜..알고싶네요...농담의 뜻도 모르는 사람이 일은 어찌 한답니까?그팀장...성격나빠 재수없으니 말하지말라고 하십시요...농담이라고...

    2011.09.01 23:19 [ ADDR : EDIT/ DEL : REPLY ]
  17. 말을.. 그렇게 하면 안되는것이지요.
    참 역지사지해보면 알 수 있는 것을...
    정말 요즘 막말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2011.09.01 23: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문제는 저렇게 말하고도 자기 말이 틀렸냐고 우기는데 정말 한 판 하고 싶더군요.

      2011.09.05 00:44 신고 [ ADDR : EDIT/ DEL ]
  18. adsf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요. 두번째로 말 토다는거 보고 경악.. 사람이 그렇게 만만해 보였나?

    2011.09.19 10:33 [ ADDR : EDIT/ DEL : REPLY ]
  19. ....

    너를 위하여 하는 말이 아니고 너 스트레스 주어 죽이려고 하는 말이야~! 하면 덜 약오를듯~

    2011.09.19 18:37 [ ADDR : EDIT/ DEL : REPLY ]
  20. ....

    너를 위하여 하는 말이 아니고 너 스트레스 주어 죽이려고 하는 말이야~! 하면 덜 약오를듯~

    2011.09.19 18:37 [ ADDR : EDIT/ DEL : REPLY ]
  21. 개객기

    ㅡㅡ 진짜 한대 쥐어박고 싶은 양반이네요

    2012.02.12 01:13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