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사는 이야기2011. 8. 20. 09:03


하루에 두 번 비슷한 일을 목격하고 보니 앗! 정말 조심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여자들에게 여름철 가장 시원한 차림 중의 하나는 나실거리는 원단으로 된 넉넉한(널널한이 더 잘 어울린다) 사이즈의 치마나 원피스이다. 입어본 사람들은 알 수 있겠지만 통기가 무척 잘 되기 때문에 다른 어떤 옷 보다도 시원하다.

겨울에도 이런 넉넉한 사이즈의 치마는 사랑받는다. 그때는 안쪽에 속옷을 든든히 껴입으면 그 무엇보다 따뜻한 복장의 형태가 되기 때문인데, 이런 겨울과 여름의 차이라면 여름에는 달랑 속옷 한 장만 입을 때가 많다. 물론 옷의 색이 옅은 것이라면 비칠 것을 고려해서 속바지나 속치마를 입어주지만 진한 색의 경우에는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  또 외출복이라면 당연히 다른 속옷도 갖춰입지만 동네 산보 정도로야 편안 차림을 선호하게 된다.

(이런 느낌의 치마라면 요주의 ^^)



꽤 볕이 있던 일요일 오후 어슬렁거리면서 서점에 놀러가고 있었다. 천천히 걸어서 가고 있는데, 앞에서 아주 화사한 노란 빛의 원피스를 입고, 큰 챙모자를 쓰고, 선그라스까지 쓰신 멋쟁이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를 기다리시는 듯 한 건물 앞에 서계셨었다. 화사한 원피스가 예뻐서 쳐다보면서 걸어가고 있는데 치마 부분의 실루엣이 좀 독특했다. 아랫부분을 걷어 올려 부케장식을 한 듯한...

아차! 곁에 가까이 가서야 알게 되었다. 할머니는 속바지를 입고 계셨는데 치마 끝단이 속바지 안으로 말려들어가서 치마 옆부분이 꽃봉오리처럼 부풀어 오른 것이었다.  노란 꽃무늬 원피스가 꽃을 만들고 있었고, 하얀 속바지가 꽃받침이 되었으며 할머니 다리가 줄기가 된 형상이다. 

할므이~~~~슬쩍 옆으로 가서 알려드렸더니 화들짝하시며 매무시를 바르게 차리신다. 예쁜 핑크빛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신다. 나에게야 괜찮으셨겠지만 혼자 거기서 꽤 서계셨던 듯하니 다른 사람들의 눈초리가 슬슬 생각에 떠오르신 모양이다. 오늘 내가 넘 이쁜가 왜들 쳐다보지~ 했었는데... 라고 생각하시는 듯.

 


여자들은 안다, 이게 어떤 상황인지. 치마를 입고 화장실에 갈 때 이렇게 넉넉한 사이즈의 치마라면 양끝을 그러모아 허리춤에서 잡고 볼일을 보고 나서 옷을 챙겨입게 되는데 그때 말끔하게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치마 끝단이 속옷 속으로 들어간 상태가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흔한 일이라, 바지 안에 셔츠 끝단이 들어간 것을 빼듯이 다시한번 매무시를 확인하면 되는데, 그 과정을 깜빡 놓치게 된 상황이다.  여름을 제외한 계절이라면 바깥에서 치마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의 온도로라도 알 수 있는데 여름에는 기온이 높으니 자연스러운 확인 과정 하나를 빼먹게되서 실수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서점에 갔다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나서는, 한강 고수부지로 산보를 나갔다. 한강 고수 부지에 가서는 미리 연락을 해둔 친구와 만나서 한바퀴 돌다가 벤치에 앉아서 수다를 떨며 맥주 한 캔씩을 마시고 있었다.

한강을 바라보고 앉아있는데, 유모차를 밀면서 가는 젊은 애엄마가 눈에 띄었다. 친구는 어~어!하고 있고 나는 쏜살같이 일어나서 애엄마에게 다가갔다. 하루에 두 번을 목격하고 나니 반응 속도가 더 빨라졌다. 애엄마는 어쩔줄 모르며 매무시를 만졌다. 이 애엄마는 할머니보다 더 심각한 상태였던 것이 속바지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엉덩이 딱 가운데 부분이 끌려 들어간 상태였다.

짙은 색 치마이고 치마의 원래 길이가 길어서 엉덩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뒷쪽에서 보면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상황이었다. 사실 애엄마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심각했다. 핫팬츠보다 노출이 심한 것은 아니지만 한 눈에 봐도 칠칠치못해 보이는 상황이니 말이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떠난 애엄마의 오로라가 벌건 느낌이다.

그런데 한강 고수부지라는 것이 입구까지도 꽤 걸어야하고 입구에서 산책로를 다니려면 만나는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었을텐데 어떻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까?  그냥 치마가 원래 그런거라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애엄마는 충분히 민망한 상황이었다.

재미있는 건 애엄마가 편의점에 들어가서 맥주 두 캔을 사다가 줬다. 아마 맥주 마시고 자신에 대한 기억은 잊어버리라는 뜻?! ㅎ 고맙게 마셨다. 그리고 글을 쓰고 있다. 그 애엄마가 누군지도 모르고 나도 다시본들 기억 못할텐데 뭘~ ㅎ

아무튼 시원하고 이쁜 치마이지만 매무시는 잘 확인하자.
누가 그런 상태라면 슬쩍 조용히 일러주는 정도의 친절도 잊지말아야겠고.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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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차 몰고 가다가 너무 얇아서 속옷이 훤하게 비치는 것을 입고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아주머니를 본 적이 있습니다. ^^;;

    2011.08.20 09: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고의일지도 모르지만 실수로 속치마를 안 입는 경우도 꽤 있어요 ;;;

      2011.08.22 01:08 신고 [ ADDR : EDIT/ DEL ]
  2. 사실 민망한 장면이겠어요.
    옷 매무시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죠.

    2011.08.20 10: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본인도 보는 사람도 민망하긴 해요. 이런 일을 당하면 잘 살펴야지 하면서도 또 전 실수하고 그러네요 ^^;;;

      2011.08.22 01:09 신고 [ ADDR : EDIT/ DEL ]
  3. 저도 경험이있는데 제가 남자라서 차마 이야기를 못해주었습니다.
    젊은 여학생이었는데도 용기가 안나더군요.
    본인이조심해야 될것 같습니다.

    2011.08.20 10:08 [ ADDR : EDIT/ DEL : REPLY ]
    • 어려워하시는 거 같아요. 그냥 모른척 해주시기만 해도 좀 나을 거 같긴하구요 ㅎ

      2011.08.22 01:09 신고 [ ADDR : EDIT/ DEL ]
  4. 헉 이게 사실이라면...ㅎㄷ....
    큭...ㅎㅎ 네오나님 오늘도 재밌는 글읽고 갑니다 ㅎㅎ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11.08.20 10: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ㅎㅎㅎㅎㅎ;;;;;
    이럴수가;;;
    당황스럽겠네요;;;

    2011.08.20 13: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헛 당황스러운 상황이군요 ㅎㅎ
    잘 보구 갑니다!! ㅎ

    2011.08.20 15: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

    부끄럽지만..

    저는 펄럭거리는 치마 입고 나갔다가 바람때문에 뒤집어져서 식겁한 적이...

    그 이후로 그 치마는 다신 입지 않았지요.. ㅎㅎㅠ

    2011.08.20 16:25 [ ADDR : EDIT/ DEL : REPLY ]
  8. 하긴 저런 상황이 있어도 목격자가 여성분들이라면 모를까...
    남성분들이 가서 얘기해주기에는 참 안타까운 부분들이지요...

    2011.08.20 17: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전철 초기에 환풍구 위를 잘못지나가다 황당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는데 이 경우는 더 민망하겠네요.

    2011.08.20 21: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때 장난으로 남자가 여자를 환풍구 위에 올라가게했다가 헤어졌었다는 이야기를 본 적도 있네요 ㅎ

      2011.08.22 01:12 신고 [ ADDR : EDIT/ DEL ]
  10. 으 민망민망 ㅎㅎ
    왜 그런 실수는 꼭 남이 알려줄 때 까지 눈치채지 못하는 걸까요?

    2011.08.20 22: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르니까요~~~ 그게 넘 편한 자세로 자리잡으면 정말 모르겠더라니까요 --;

      2011.08.22 01:12 신고 [ ADDR : EDIT/ DEL ]
  11. 그니깐요. 보는 사람이나. 저렇게 된 사람이나...
    너무 민망한 일이지요...저도 아이들 데리고 정신 없이 다니는 편이라...
    항상 조심하고 신경쓰고 해야겠어요.

    2011.08.20 23: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이가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이 훨씬 더 많이 쓰이실 거 같아요. 생각해 보니 저 어릴 때 만날 엄마 치맛속으로 파고 들어서 엄마가 혼냈던 기억도 나네요 ㅋ

      2011.08.22 01:13 신고 [ ADDR : EDIT/ DEL ]
  12. 아이의 호기심이 대박이네요
    등산 갔다가 방금 귀가했어요~ 주말 잘 보내세요~

    2011.08.20 23: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정말 자신도 모르게 그러면 당황스러울것 같아요^^
    행복한 주말 저녁 되세요^^

    2011.08.21 00: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정말 민망했겠어요.
    간혹 남일이니까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도 있을텐데 얼른 달려가 알려드린 점은 정말 잘하신 것 같아요.

    2011.08.21 03: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다른 사람들이 힐끔거려도 전혀 눈치 못 채시길래요. 담에 제가 저런 상황일 때도 누군가 알려줘야할텐데..^^;;;

      2011.08.22 01:15 신고 [ ADDR : EDIT/ DEL ]
  15. 항상 주의해야 겠네요^^

    아!그리고 '고수부지'는 잘못된 일본식 표현이니 다음부턴 '둔치'라고 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11.08.21 05:05 [ ADDR : EDIT/ DEL : REPLY ]
    • 잘못된 일본식 조어였군요. 지적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둔치라고 하겠습니다.

      2011.08.22 01:15 신고 [ ADDR : EDIT/ DEL ]
  16. 항상 조심해야죠. ^^
    맥주 사주신 애엄마의 센스가 멋지네요. ㅎㅎ

    2011.08.21 08: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전 버스타고 내리다가 치마가 땀에 달라붙어 말라올라간 걸 모르고 전철역에서 한참 걸어간 기억이...
    아아아아아...어떤 아주머니가 말해주셔서 정말 엄청나게 놀랬던...아아아아 챙피하네요 ㅎㅎ

    2011.08.21 16: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맞아요. 그런 경우도 있어요. 진짜 누가 얘기해주기전에 스스로 알기는 넘 어려워요.

      2011.08.22 01:16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