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사는 이야기2011. 8. 21. 08:46

어제 치마 밑단이 속옷에 끼인채 굴욕을 당했던 애엄마 이야기를 하며서 내심 찔렸다.
나에게도 못지않은 굴욕 사건이 있었다. 그것도 대략 4시간에 걸친 사건이다.
애엄마의 굴욕사건을 이야기하니 댓글에 '남자로서는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라고 하신 분들이 계셨다.
이 또한 스스로 철저하게 검증했다 증말 아무도 얘기해주시지 않더라니깐~ ㅜㅜ


여자치고는 거울은 최소한만 봤었다.
세수하면서 한 번, 아침에 화장할 때 한 번, 점심에 식사하고 양치하면서  한 번, 퇴근 전 화장하며서 한 번, 밤에 집에 돌아와 한 번.
이게 전부다.  그 외에는 아주 직접적인 불편이 느껴질 때, 눈이 따갑다던가, 얼굴에 뾰루지가 났다던가 하는 아주 확실한 이상 증상이 있을 때만 봤었다. 아, 정말 창피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게 창피한 것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몇 해 전 대형사고를 친 후에야 고쳤다.

사고...
모년 모월 모일 모시
거래처에 방문하기 위해 나섰다.
점심 식사를 하고 한 시간 쯤 후에 출발했고 가던 길에 호떡 집에서 호떡을 사 먹었다.
워낙 옷에 잘 흘리는 바라 옷에 꿀을 흘리지나 않을까 아주~~ 주의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인쇄물 발행을 위해서 사진사도 만나야 했고, 인쇄할 곳도 방문해야 했다.

둘 다 통화는 했었으나 만남은 처음이었는데 두 곳에서 이상하게 평소와 다른 미소로 대접을 받았다.
미소라기 보다는 웃음으로...
같이 웃어주는 걸로 마무리 했다.
그리고 기타 필요한 시장 조사도 하느라 여기저기 다녔는데 참 많은 사람들이 잘 웃어줬다.
음...내 인상 괜찮나봐~

당연하지만 이렇게 해맑게 귀엽지 않다.
다시 회사로 복귀하고 나서야 사태를 알게되었다.
회사로 들어오자 마자 직원이 박장대소하면서 거울을 가져다주었다.
오른뺨에 두 방울의 꿀이 묻어서 굳어있었고, 입 주위에는 염소수염 처럼 꿀이 묻어서 굳어있었다.
그런데 묘하게 너무나 웃긴 모습으로 개그맨도 이만큼만 분장하면 대박이겠다 싶었다.
이건 부끄럽고 창피하고를 떠나서 정말 세상에 존재하는 호떡을 다 없애고 싶었다.
옷에 떨어지는 것만 신경써서 얼굴에 묻히고 입에 묻히고는 신경을 전혀 못 쓴 것이다.

처음 본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얘기를 못해준다는 것이다.
만약 한 방울 정도 묻어다면 이야기해줬을 것 같다.
하지만 저 정도라면 민망해할 나의 모습이 감당이 안 될 것이라 생각하고 얘기하지 못한 듯하다.

오호~~~통재라.

이 날 이후 환경이 바뀌거나, 뭔가를 먹었다거나, 시간이 좀 지나면 거울로 확인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안 생기고 배길 수 없는 거대사건이었다.

아, 그리고 거래처 두 곳을 그 거래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ㅜㅜ
그 호떡꿀에 범벅된 내 얼굴은 꿈에 나와도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였다.

물론 이렇게 카리스마 넘치는 귀여움은 전혀 없다.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 없겠다 싶다.
거울, 자주 봐야한다.
이뻐지기 위해서도 보지만 최소한 확인 차원에서라도 봐야 한다.
다만 시도때도 없이 학교에서 직장에서 거울만 보는 것, 대중교통에서 거울로 번쩍대는 건 삼가도록 해야겠지만.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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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묻는 거나 내용물이 흐르는 걸 먹을 때는 주의해야 겠더라고요.
    저도 질질 잘흘려서 말이죠. ㅎㅎㅎ

    2011.08.21 09: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회사일도 바쁘실터인데 어찌 매일 글을 남기십니까, 대단한 열성이십니다. 저에겐 파워블로거십니다 ^^

    2011.08.21 09: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생각은 미리 해뒀다가 글로 옮기는 건 생각보다 시간이 안 걸리던걸요. 제가 타수가 좀 됩니다 ㅎㅎ 말씀 감사합니다 ^^

      2011.08.22 01:18 신고 [ ADDR : EDIT/ DEL ]
  3. 대학교때 친구얘깁니다. 버스안에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봐서 학교에 오자마자 거울을 봤더니, 입주위에 치약 거품이.
    속으로 남들이 개거품 문거로 생각하고 겁나서 아무고 애기해주지 않았을거라고 영웅담같이 말해서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2011.08.21 11: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와아~ 완전 센스있는 친구분이시군요.
      저도 뭔가 핑계거리를 만들어 낼 걸 그랬네요 ㅎㅎㅎ

      2011.08.22 01:18 신고 [ ADDR : EDIT/ DEL ]
  4. 자기몸은 스스로 점검해야 되지 않나요? ^^
    행복한 일료일 되세요

    2011.08.21 11:58 [ ADDR : EDIT/ DEL : REPLY ]
  5. 글 잘 보고 갑니다. 언제나 글과 함께 적절하게 어울리는 사진까지 매치하시는 정성이 놀랍습니다.
    저도 거울은 꼭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입술 바로 옆에 점이 있어서 사람들을 헷갈리게 할 때가 있지요. 저게 김일까, 아닐까. 꽤 작은 점이었는데 사람들의 관심 속에 조금 커진 것 같아요^^>

    2011.08.21 12: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점도 사랑을 받으니 커지는군요!!!! 제 기미를 누가 사랑해주나봐요. 만날 더 커지네요 ㅜㅜ

      그나저나 입술 옆에 점이 있으면 먹을 복이 많다던데 부럽습니다요 ㅎ

      2011.08.22 01:20 신고 [ ADDR : EDIT/ DEL ]
  6. 아고 거울 확인 잘 해줘야겠어요...ㅎ
    흥미롭게 잘 보구 갑니다^^

    2011.08.21 13: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ㅋㅋㅋㅋㅋㅋ근데 남 일이 아닌거 같다는게 문제네요 ㅋㅋㅋㅋㅋ

    2011.08.21 13: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ㅎㅎ 민망한 일들을 많이 겪고계시는군요...
    항상 자기의 옷매무새 얼굴상태 치아상태등.... 확인을 수시로 해야겠네요 ㅎ

    2011.08.21 14: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꽤 사고치고 다니는 형편이라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한도없구만요 ㅋ

      2011.08.22 01:21 신고 [ ADDR : EDIT/ DEL ]
  9. 세상에 존재하는 호떡을 다 없애고 싶은 기분이라니 ㅠㅠㅠㅠㅠ
    아 저도 그럴때 많아요 ㅠㅠㅠㅠ
    어떤 기분인지 넘 잘 이해하겠다는...;; 음..생각해보니 챙피한 기억들이 뇌리를 많이도 스쳐지나가네요;;

    2011.08.21 16: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주 그때는 정말 호떡 같은 거 다신 안 먹으리라 했었습니다요. 그런데 호떡을 종이컵에 담아서 먹으니까 꿀을 흘리지 않을 수 있더군요. 그래서 용서해줬습니다 ㅋ
      그 기억들 좀 풀어서 들려주세요 ㅎㅎ

      2011.08.22 01:23 신고 [ ADDR : EDIT/ DEL ]
  10. 하하하... 정말 대굴욕;;;;

    저는 가끔 당당히 문을 열어놓을때가 있어서.....ㅎㅎㅎ

    2011.08.22 04: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네오나님, 은근 저랑 성격이 비슷하실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거울 안보는 저 특징?도 ㅎㅎㅎㅎㅎ

    전 미국오고 나서 삼년간 화장한 횟수를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수가 있답니다 ㅠㅠ
    심하긴 심하죠 저도 ㅠㅠㅠ

    2011.08.22 07: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안 그렇지 했다가 어머어머 할때가 종종 있더라구요
    누구나 그런것 민망했을정도는 다 가지고 있을꺼에요
    날마다 좋은날 되시길 바랍니다 잘 머물다 갑니다

    2011.08.22 07:54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