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이 왔어요.
싱싱한 계란이 왔습니다.
양계장에서 바로 온 싱싱한 계란이에요~~~~

그 싱싱한 계란에 사기를 당했다.
싱싱하다라는 게 노른자 흰자 구분만 되지 퍼질 때로 퍼진 걸 의미한다면이야 다른 이야기겠지만.

큰 도로에서 한 골목만 안 쪽으로 들어선 곳에 위치한 집이나 건물이라면 들을 수 있는 소리이다.
우리 동네에서도 들어보긴 했지만 그다지 쫒아나갈 생각을 못 해서 한 번도 사 본적은 없었다.

 


마침 고3짜리 조카가 이모가 만들어준 슈크림이 먹고싶다~~~라고 하는 협박 반 애교 반의 소리를 들었던지라 큰 맘 먹고 슈를 만들기로 했다. 더운 여름 어떤 베이킹이 힘들지 않겠냐만은 슈와 커스터드 크림을 만드는 것은 불 앞에 서있는 시간이 긴지라 더 고역이다.
그래도 어쩌랴...대왕마마보다 더 높다는 고3이신데.
 
(아래 사진은 뱅만년 전에 뱅만년 전 솜씨로 만든 것이다 --;;; 암튼 이렇게 생긴 거다. 사진도 개발이고 크림을 터질 듯이 넣어줘야 만족해했던 그 때다.)


아무튼 슈나 커스터드 크림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재료는 달걀이다. 슈는 파삭하면서도 부드러운 겉껍질이고, 커스터드 크림은 그 안을 채우는 크림이다. 슈에도 달걀이 들어가는데 그 신선도에 따라 슈의 잡맛이 생기느냐 생기지 않느냐를 결정한다. 그러나 그보다 치명적인 것은 커스터드 크림에 들어가는 달걀이다. 달걀 맛이 그대로 커스터드의 맛으로 연결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주재료가 달걀과 우유니 당연하겠다. 게다가 고매하신 고3 선생님께서는 생크림을 섞은 커스터드 크림보다 순수하게 달걀에 바닐라 씨앗을 넣은 전통 커스터드를 원하신다. 그러니 당연히 필요한 달걀 노른자의 양은 어마무지하다. 아래 사진보다 대략 3배는 더 필요로 했다.


커스타드를 만들려면 아무튼 달걀을 사야하는데 들려왔다. 저소리.

계란이 왔어요.
싱싱한 계란이 왔습니다.
양계장에서 바로 온 싱싱한 계란이에요~~~~

오홋~ 더운데 마트까지 안 가도 되네~~~ 히히히

"아저씨 달걀 캡 신선한 걸로 주세요. 날 달걀로 먹을꺼니까 완전 신선해야해요." -사실 커스터드에서 달걀 노른자가 신선하지 않으면 생달걀의 노른자보다 더 비려진다. 제일 크고 제일 좋은 걸로 주세요 라고 했더니 아저씨는 자연산 달걀이라며 다른 것보다 판에 700원 더 비싼 걸 권한다.

700원이야 뭐~ 아저씨 암튼 젤 신선한거죠?라고 물었더니 뭐에 쓸거냐 묻는다. 날달걀 먹을 거라 완전 신선해야한다니깐요~ 라고 답하면서 뭔가 찜찜했지만 이미 돈까지 꺼낸 마당에 무르기는 뭣했지만 내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는 아저씨의 표정이 내심 걸렸다. 매일 양계장에서 가져온다면서 왜 저런 표정이지 했었다.


집에와서 준비를 마쳤다. 매일 베이킹을 하는 집이 아니라면 베이킹 한 판을 위해서는 꺼내놓아야할 도구나 재료들이 꽤 많다. 아무튼 다 정리하고 본격 작업에 들어갔다. 달걀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서 노른자만 모으는데 다섯 개를 깨고, 여섯 개째를 깨서 노른자를 분리하는데 쩡!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머리속에서 들렸다. 노른자가 완전히 퍼져있었다. 그러고 보니 깨놓은 달걀 중에서 이미 두 개의 노른자도 심상치 않다.

흰자를 살펴봤다. 흰자도 단단해야할 부분이 흐물흐물해진 것이 세 개이다. 심지어는 색깔도 뿌연게 느낌이 좋지 않다. 알끈을 잡으면 알끈이 스르르 풀어져버린다. 노른자의 냄새를 맡아보니 신선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이런 제길!

달걀 한 판을 모두 쓸 예정이었기 때문에 뭘 건져서 내 버리면 다시 달걀을 사러가야하는 상황이었는다. 혹시나 하고 남은 달걀들을 깨서 구분해 놓으니 30개중 딱 15개가 퍼진 달걀이다. 이거 완전히 분노게이지가 솟구친다. 아주 작정을 하고 달걀을 섞어놓은 것이다. 신선한 달걀은 아주 멀쩡했다. 알끈도 선명하고 흰자도 탱글탱글하고 노른자는 아주 동그랗게 곧추선다.

베이킹하려고 판을 벌려놓고 있다가 다시 달걀을 사러나가야할 판이 된 것이다. 게다가 15개는 달걀말이로 하기에도 부적절해 보이는 것들이 섞여있다. 한 여름에 저거 잘못 먹었다가 사단나지 싶어서 다 버렸다. 결국 마트에서 한 판을 다시 사왔다. 냉장실에서 시원하게 보존되던 달걀은 비싼 만큼이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아주 탱글탱글 신선한 상태였다.

모든 "계란이 왔어요"가 이런 상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도덕적인 한 사람 때문에 다시는 계란이 왔어요를 이용하지 않게 될 사람들이 적어도 몇 사람은 더 생겼다.  이상한 트럭이 와서 이상한 걸 속아샀어요 라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매일 같은 거리를 다니는 달걀장사는 이미 동네 가게의 개념인데 계란이 왔어요가 이런 배신을 할 줄은 몰랐다.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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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배신감이 클꺼같아요
    신선하다고 샀는데 말이죠.. 에고 어째요 ㅠ

    2011.08.30 08: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매일 오는 장사치가 저런 짓을 하면 안 되죠.
    손님 다 떨어지지요. ^^;;

    2011.08.30 08: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글게요...얘길 들어보니 나름의 영역이 있어서 아마 같은 사람일거라고 하던데 말이죠.

      2011.09.05 00:06 신고 [ ADDR : EDIT/ DEL ]
  3. 그래서 저런 곳에서 사면 안되요 ㅠㅠ

    2011.08.30 08: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ㅎㅎㅎㅎㅎㅎㅎ
    계란이 왔어요의 배신이네요...ㅋㅋㅋㅋ

    근데 베이킹도 하시는 뇨자셨군요^^
    킹왕짱 멋져요^^

    2011.08.30 09: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그쵸~ 완전 복불복이더라구요 ㅠㅠ

    어떤날은 정말 신선한데~ 어떤 날은 네오나님 말씀처럼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마트가서 산답니다 이궁

    2011.08.30 09:16 [ ADDR : EDIT/ DEL : REPLY ]
    • 신선한 것이 반이 섞여있었던 걸로 봐서 고의적으로 섞은 거 같아요. 다른 분들은 30알을 한꺼번에 쓸 일이 없으니 아마도 모르실지도 모르구요.

      2011.09.05 00:08 신고 [ ADDR : EDIT/ DEL ]
  6. 이런~ 낭패로군요
    화요일을 화사하게 보내세요~

    2011.08.30 09: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아.. 정말 넘 하십니다. 역시 계란은 마트에서 사야 할까봐요~ㅠㅠ

    2011.08.30 10: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참, 낭패를 당하셨군요.
    매일 같이 오는 분이 그랬으면....
    잘 보고 갑니다.

    2011.08.30 10: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좀 짜증나셨겠네요... 이건 뭐라 표현이 안되네요... 매일 동네를 오는 장사꾼이 일부러 그랬을거 같지는 않은데..
    그래도 기분은 상하셨겠어요....

    2011.08.30 12:54 [ ADDR : EDIT/ DEL : REPLY ]
  10. 계란장수가 한번 갔던 곳은 다시가기 그럴건데 그러면 전국을 누비나 봅니다. 사람이 거짓말을하면 눈을 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하던데, 정말 그런가 보네요.

    2011.08.30 12: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이 장사꾼은 아마 다른 영역도 갈지도 모르겠네요.
      이런식으로 한 동네만 다니다보면 사람들이 폭발할테니 말이죠.

      2011.09.05 00:09 신고 [ ADDR : EDIT/ DEL ]
  11. 저렇게 불량으로 장사하면,
    결국 또 와도 안팔릴텐데,,한번 장사하고 말껀가..-_-;

    2011.08.30 13: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아....파는분이 그러시면 안되는데...에휴...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11.08.30 13: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먹는 장사는 도덕성이 우선 돼야되는데
    아쉽네요

    2011.08.30 15:32 [ ADDR : EDIT/ DEL : REPLY ]
  14. 허어... 씁쓸하네요...ㅜㅜ
    저도 마트에서 사야겠어요 ㅜㅜ

    2011.08.30 15: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흠...그렇군요. 오래된 달걀만 팔면 금방 들통나니 또 그걸 섞어놨나봅니다. 쯧쯧쯧..
    이래서 고정가게로 가야한단말이죠.. 마트가 비싸긴해도 서비스는 확실하니.

    2011.08.30 16: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으...그 기분 알것같아요...;; 달걀 깼는데 상한냄새가 확~ 올라온 적도 있어서...;;

    2011.08.30 19: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와, 빵 사진 정말 맛있어 보여요. 백만 년 전에 만드신 것이라 해도 방금 만든 것처럼 맛있을 것 같아요.
    내용은 불량 계란 이야기인데 저는 빵 사진에 눈이 가 버렸네요.
    그나저나 계란 트럭이나 개인이 파는 계란 어렸을 때는 많이 먹었는데 요즘은 많이 사라졌어요.
    아무튼 계란 때문에 속상하셨겠어요. 다들 먹는 것 가지고 사람 속이는 일은 없어야 될 텐데요.
    글, 사진 잘 보고 갑니다.

    2011.08.30 20: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예전에 엄마랑 살 때 엄마가 트럭에서 단골로 드셨었는데 넘 멀쩡했었거든요. 아마 개개인의 도덕성에 따른 거 같아요.

      2011.09.05 00:14 신고 [ ADDR : EDIT/ DEL ]
  18. 쩝;;;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참;;;비싸게 받으면서 섞어놓으시다니;;;
    다시는 그쪽 동네에서 장사 못하실듯;;;

    2011.08.31 03: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그러게요. 왠지 더 싱싱할 것 같은데....아니었네요.
    에이...이러면 안되지...먹는것 가지고...

    2011.08.31 07: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양계장에서 가져왔다는 것만 믿었는데, 넘 바보같이 순진했나봐요.

      2011.09.05 00:14 신고 [ ADDR : EDIT/ DEL ]
  20. 에휴 그럼 한번 샀던 사람이 다신 사지 않을텐데...
    저도 전에 차에서 토마토 샀다가 완전 실망한 적이;;

    2011.08.31 23: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토마토도요? 하긴 과일도 산지에 따라, 또 신선도에 따라 맛이 다 다르니 그럴 수도 있겠네요.

      2011.09.05 00:15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