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장님 이야기이다. 어느날은 고민 좀 들어달라하며 일부러 술자리를 청하셨다. 몇몇 직원과 함께 가볍게 한 잔하고 있다가 고민은요?라고 물었더니 쑥스러워하시면서 아이들이 쓰는 말을 어떻게 써야하는 지 알려달라는 것이다. 엥~ 아이들 쓰는 말 어떤 거를 말씀하시는 건지...

전 날 중학생인 딸과 함께 계시다가 따님이 티비를 보면서 "헐"이라고 하길래 듣기는 좀 그렇지만 넘겼는데 잠시 후 따님이 좋아하는 보이즈그룹이 나오자 "완전 쩔어 완전 쩔어~"하더라는 것이다. 헐까지는 참았는데 쩔어에서 버럭하시고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어디서 그런 속된 표현을 쓰냐고 했더니 따님이 처음에는 놀래서 애들 다 쓰는 말인데 하다가 이런 말도 모르는 아빠가 더 이상하다며 화를 버럭내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는 것이다.

욕은 아니지만 은비속어는 다 나쁘다고만 생각했고 듣기도 싫은데, 어른으로서는 혼내주고 못 쓰게 해야할 것 같고, 아빠로서는 굳이 딸내미랑 그런 대화로 사이가 어색해지는 게 싫으시다는 지극히 솔직한 아빠어른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우선 정확한 의미는 아시냐고 여쭤봤더니 오히려 그런 말을 쓰냐고 반문하신다.

자주는 아니지만 조카들과 같이 있을 때나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다 쓰죠~~~ㅎ 헐, 쩔어 정도야 뭐~~ 했더니 꽤 놀라하시는 분위기다.  아무튼 한창 예민한 시기 따님과 사이가 오래 안 좋아봤자 좋을 것 없고 그렇다고 사과를 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니 자연스럽게 아이들 쓰는 말을 한 번 써보세요라고 했더니 지레 질겁을 하신다.

우선 들어나 보시라고 헐은 어떤 때 쓰구요, 쩔어는 두가지 의미가 있는데 이러저러하구요, 대박은 아시죠?  등등

굳이 그런 말들을 생활화할 필요는 없지만 따님과 가까워진다는 의미로 한두 번 사용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라는 의견을 드렸다.

그랬더니 담날 아침에 문자 하나를 보여주신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사모님이 끓여주신 국을 드시면서 "완전 쩔어~"라고 했더니 사모님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시고, 따님은 "아 뭐야~ 아빠 짱나~~~"라고 하길래 실패구나 했었는데 방에 들어가서 아빠한테 문자를 보내온 것이다.
[아빠 귀여웠어]
"이거 좋은 뜻이지? 맞지?"하고 물으신다. 대체로 여자애들은 좋아하는 것에 귀엽다는 표현을 많이 하니까 아마 긍정적인 의미일거라고는 답해드렸는데 하루 종일 싱글벙글이시다.


퇴근하시는 길에 따님 좋아하시는 간식거리라도 사가지고 가세요 라고 했더니 한번도 안 해봤다고 하신다." 에에~~ 그건 넘하시잖아요. 저도 어릴 땐 아빠가 사다주는 통닭이나 아이스크림이 제일 좋았다구요." 했더니 요즘 애들은 지들끼리도 잘 사먹으니 신경 안 쓰셨다고 한다.

팀장님 성격은 남자치고는 상당히 사근한 편이다. 안정되고 인자한 성격이라 부드러운 카리스마형 상사에 속하는 편인데 (사실 사모님도 몇 번 뵜지만 두 분 사이도 상당히 알콩달콩이시다 ^^) 아마 따님에게는 그 표현이 어려우셨었나보다.

퇴근길에 잠깐 회사 앞에 있는 파리네 가게에 들러서 예쁘게 포장된 파운드 케키 세트를 사서 팀장님께 들려드렸다. 가급적 팀장님이 직접 샀다고 하시고 정히 쑥스러우시면 걍 제가 샀다고 하세요라고 했더니 배시시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가셨다. 당분간 그 부녀는 해피해피가 예보된 듯하다 ^^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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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즘 외계어들이 참 많지요.
    저도 블로그나 인터넷 안 했으면 전혀 못 알아들을 말들입니다. ㅎㅎㅎ

    2011.09.02 09: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ㅋㅋ그래도 마무리는 훈훈하게 끝났네요~ㅎㅎ

    저도 모르는 언어들이 요즘 많은거 같아요 ㅠㅠ

    2011.09.02 09: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아이구~ 용어가 너무 어려워요
    오늘은 즐거운 금요일~ 무더위 잘 견디세요~

    2011.09.02 09: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저도 펜펜님하구 같은생각입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
    즐거운 하루되세요`

    2011.09.02 10:11 [ ADDR : EDIT/ DEL : REPLY ]
  5. 저도 나중에 아빠가 된다면 잘 기억해야 할것 같네요..
    즐거운 금요일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2011.09.02 10: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우호~ 저도 잘 기억해야겠어요...!
    잘 보구 갑니다!!

    2011.09.02 11: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팀장님이 다정한 아빠시네요. 직원들에게도 잘하는 상사로 느껴집니다.

    2011.09.02 12: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다정하고 사려깊으신 분이죠. 그래서 나름의 고민도 하신거 같구요 ㅎ

      2011.09.05 00:46 신고 [ ADDR : EDIT/ DEL ]
  8. 해피엔딩이라 다행이긴 한데 한편으론 참 씁쓸합니다..
    딸과 스스럼없는건 좋은데 그래도 딸이 아빠한테 짜증나네, 귀엽네 하는표현도 그렇구요.
    친구들과 쓰는건 상관없지만 집안에서 부모님한테까지 비속어를 쓰는건 좀 문제가 있지 않나요?
    우리 두 딸은 아직 어려서 그런지 모르지만 말을 배울때부터 존대어로 배워놓은 탓에 집에오면
    존댓말을 합니다. 참 듣기도 좋구요. 점점 크면서 어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요.. ㅡㅡ;

    2011.09.02 12: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음...중고생 자녀가 있으신 분이라면 이 정도는 아마 애교로 아실거 같아요. 요즘 아이들은 자신들의 언어가 있으니 그걸 무조건 못 쓰게 할 것도 아니고, 그걸 집과 밖을 구분하는 것 정도 알려주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보면(알려주는 게 아니라 아무래도 훈육이되게되고 그걸 구분해내면 이미 아이가 아니겠구요) 아무래도 거리가 생기게 되니 쉬운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부모가 선택할 교육법이라 뭐가 옳고 그르다 정하기도 어렵구요. 친구 같은 부모가 좋기도 하지만 때로 버릇없어 보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무섭고 엄한 부모라고 그 자식들이 다 옳바르게 크는 것도 아니구요. 전 어릴 때 엄하고 무서운 아빠가 싫어서 말 한 마디 안 할 때도 있었거든요. 물론 어릴 때야 아빠 껌딱지였지만요. 하지만 아무튼 시간이 지나고 나면이야 다시 사랑하는 가족이 되는건 다름없더군요 ㅎㅎ 전 교육에 대해서 왈가왈부는 못하겠네요 그래서 ㅎ

      2011.09.05 00:50 신고 [ ADDR : EDIT/ DEL ]
  9. 음.....
    몇년뒤 저희집도 그러는거 아니겠죠?

    왠지 마지막 사진이...
    ㅎㅎ
    저렇게 번쩍~!아빠가 들어주면 좋은데...
    과연 저리 해주는 아빠 많을까...싶은..??ㅎㅎ

    오늘 신랑보고 저리 해주라고 해야겠어요...ㅎㅎ
    최대한 높이 번쩍~!!!

    2011.09.02 13: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이들은 그런 시기를 어느 정도는 거치는 것 같아요.
      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저 아이는 무척 어린걸로 보여지는 걸요. 무리하지 마세용~~ ㅎ

      2011.09.05 00:52 신고 [ ADDR : EDIT/ DEL ]
  10. 왠지 모르게 흐뭇한 내용이네요~ㅎㅎㅎ
    쩔어~ㅎㅎ 그 말 2000년대 초반에 한참 썼는데,,
    요새 애들이 그걸 많이 쓰더라고요~돌고도는가 봅니다-_-;

    2011.09.02 15: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정말요? ㅎㅎ
      전 알기는 알지만 사용하게는 안 되더군요.
      걍 대박 정도~ ㅎ

      2011.09.05 00:52 신고 [ ADDR : EDIT/ DEL ]
  11. 이글 좀 쩌네요 ㅎㅎ
    전 애들과 장난치는거 좋아해서 의사소통은 잘 할거 같은데
    말을 잘 안들을 거 같아요 ㅠㅠ
    악역은 아내가 맡아줘야 할 거 같은데...
    조카한테도 무서운 삼촌이 아니라서 힘든데
    아내는 적당히 잘 돌보더라구요.
    그래서 아내한테 혼나요. ㅠㅠ
    -by 남편-

    2011.09.02 15: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전 쩔어가 다 나쁘다라는 걸로 알았었는데 그게 아닌 걸 알고 이게 뭥미~ 했었죠 ㅎㅎㅎ
      아무래도 여자들이 그런 면에서는 좀 더 유연한 거 같긴해요 ㅎㅎㅎ

      2011.09.05 00:53 신고 [ ADDR : EDIT/ DEL ]
  12. 아이들이 쓰는 말들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하겠네요.
    저도 사촌동생들이 말 험하게 하면 막 혼내고 그랬는데 동생들도 속으로는 서운했을 수도 있겠네요.
    고운 주말 되세요~

    2011.09.02 17: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마 사촌이라면 좀 더 편하게 얘기하실 수 있을 듯해요. 아빠라는 위치가 더 어려울 거 같구요 ㅎ

      2011.09.05 00:54 신고 [ ADDR : EDIT/ DEL ]
  13. 오, 따님과 눈높이를 맞추시는 아버지시네요.
    저도 조카가 있는데 요즘 아이들은 헐이라는 말을 참 잘 쓰더라고요.
    그런데 전 그 뜻이 너무 다양해서 짐작을 잘 못하겠어요.
    쓰는 아이들도 그냥 버릇처럼 나오는 말일 것 같아요. 아무튼 재밌는 글 잘 보고 갑니다.

    2011.09.02 21: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맞아요. 그게 감탄사라 어떨 땐 들으면서 기분 나빠서 뭐라 한 적도 있어요 ㅎㅎㅎ
      그럼 오히려 조카들이 이모 되게 예민한데~ 좀 쿨해봐~ 라고 한다니깐요 --;;;

      2011.09.05 00:54 신고 [ ADDR : EDIT/ DEL ]
  14. 이야...
    정말 센쓰있는분!!+_+
    ㅎㅎㅎ
    정말 귀여우신듯! ㅎ

    2011.09.02 22: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세대간의 격차 허물기 힘들죠. 센스있는 아버지네요.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2011.09.03 00: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