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이 아이가 내 친구인 줄 아셨다고 한다.
나도 놀이터에서 잠깐 만나서 같이 놀았던 것 밖엔 없는데 집에 가겠다는 말에 쫒아왔던 이 아이는 그 날 우리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때가 내가 네 살 때이다.

(Terry Jacks의 원곡을 붙이고 싶었는데 음원이 없다 -_-;;; Westlife는 이 곡을 제대로 소화 못하는 듯...)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으로, 모래밭에서 놀다가 그 모래를 입으로 퍼나르는 것만은 겨우 면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네 살 때인데 어린 동생을 보살피기 지쳤던 오빠는 그네를 좋아하는 막내동생을 그네에 태우고 있는 힘껏 밀었다가 놓았고, 네 살박이는 그 힘을 못 이겨서 그네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아프다기 보다는 무릎에서 철철 흐르는 피가 무서워서 동네가 떠나가도록 울었었다. 어린 동생의 무릎에서 나는 피와 그 울음 소리에 같이 놀란 8살 오빠는 어디론가 숨어서 울고 있었고, 나보다도 더 작을 것 같은 그 아이가 나를 업었다. 업어도 발이 질질 끌리는 그런 상태에서 언덕을 내려오던 아이는 그만 등에 업은 나의 무게에 넘어졌고 업힌 나보다 더 크게 다쳤다.

지나가던 동네 어른이 집에 데려다 줬을 때 나는 무릎과 함께 이마까지 깨져서 온통 피투성이고, 나를 업었던 그 아이는 자기 이빨에 입술을 찢어지고 무릎까지 깨져서 또한 온통 피투성이였다. 일단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나는 커서도 그 병원에서 치료받던 장면을 악몽으로 꾸곤했다)다행히 외상외에 별 일은 없었지만 엄마는 그 아이의 부모 앞에서 죄인이라 생각하고 그집으로 찾아가셨다. 그러나 그 집에 계시는 분은 아이의 부모님이 아니라 외조모 한 분 뿐이었다.

아이가 다쳤다는 데도,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엄마 앞에서 아이의 외조모는 당신이 아이 교육을 잘못 시켜서 나에게 해를 입혔다하며 작은 아이의 등을 때리며 우셨다고 한다. 엄마가 아무리 댁의 손주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를 도우려다가 같이 다쳤다고 사죄를 하셔도 그저 미안하다고 울기만 하셨다고 한다.


아직도 기억난다. 나는 놀라서 밤새 잠을 못 자고, 엄마는 그 집에 다녀오시며 경험한 것에 밤새 우셨다. 아이가 사는 형편이, 외조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와닿아서 무척이나 우셨었다. 그리고는 사양하는 외조모 앞에 엄마는 외갓댁에서 직접 농사를 지었던 쌀을 가져다 주시고, 아이를 위해서 우유를 배달시켰다. 이후로도 아이는 언제나 우리집에서 같이 저녁을 먹고 지칠 때 까지 같이 놀았었다.

어릴 때 너무나 먹지 못해서 체구가 작았던 그 아이는 사실 나보다 두 살이나 위였던 언니었지만 나와 같은 나이에 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몇 달 후 엄마인지 아빠인지가 나타나셔서 전학을 갔다. 나는 어릴 때 일이라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지났었는데 얼마 전 몇 사람을 거쳐서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고 한다.

언니는 오랜 세월 우리 가족을 마음에 두었었다고 한다. 그 때 먹은 밥이 그렇게 맛있었다고, 그 때 우리 집에 있던 형광등이 그렇게 밝았었노라고, 그 때 엄마가 지어주신 원피스가 자기의 첫번째 새옷이었노라고, 그 때 내가 준 공깃돌이 자기가 처음 가진 자기만의 장난감이었다고. 늦게라도 꼭 우리 가족을 찾고 싶어서 생각나는 우리 이름으로 미니홈피를 찾기도 하고, 살던 동네를 찾아가 수소문을 거듭해서 겨우 엄마의 오랜 친구를 통해 연락이 되었다고 한다.

희안하게도 언니는 당시에는 전혀 연이 없었던 엄마의 친정 근처에 살고 있었다. 결혼한 언니의 아이들은 우리 외삼촌이 교장으로 계시는 학교를 다녔었다.

얼마 전 연세가 많으신 외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엄마가 시골에 다녀오셨는데, 그 때에 맞춰서 언니가 인사를 와서 만나셨다고 한다. 너그럽고 인정 많은 대한민국 아줌마가 된 언니는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한다. 우리 가족 모두를 보고 싶어하고 특히나 같이 많이 놀았던 나를 너무나 보고 싶어한다고 했다.

매일 저녁 우리집에서 밥을 얻어 먹어서 자기는 살 수 있었다며, 그 밥이 아니었으면 자기는 죽었을지도 모른다며, 그 때를 생각하며 나눔을, 봉사를, 희생을 항상 실천하고 있다는 언니는 내게 큰 감동을 전해줬다.  며칠 전 엄마네 갔을 때 엄마가 보물상자를 열듯이 조용하게 한 언니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줬다.

조만간 이 언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보고싶다.
Posted by 네오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참 묘한 인연이었군요.
    갑자기 어릴 적 친구들이 보고 싶어 집니다. ^^

    2011.09.07 08: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자기에게 베풀어준 은혜를 잊지 않고 있었던 그 언니가 그때의 고마움을 인사하고 싶었던거 같네요..^^

    2011.09.07 08:56 [ ADDR : EDIT/ DEL : REPLY ]
  3. 어렸을때 기억하는 언니가 있으시군요.
    식사를 같이 하고 형광등이 밝다고 하시고..
    그 분을 보고싶어하시는거 보면 네오나님도 기억에 많이 남으시는 분이신거 같아요.
    저도 그런친구가 잇긴한데..잘 사는지 모르겠네요~

    2011.09.07 09: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곤란한 삶속에서도 올곧게 성장을 하신 분이군요.
    좋은 인연 이어 나가시기 바랍니다.^^

    2011.09.07 09: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흑흑 저~ 왜이러져?

    너무 가슴 땃땃하게 느껴져~ 눈시울이 ㅎㅎㅎㅎㅎㅎ

    인연은 인연인가보네요~

    꼭 언니 만나시고~ 담엔 뒷 이야기두 궁금하네요^*^

    2011.09.07 09:20 [ ADDR : EDIT/ DEL : REPLY ]
  6. 도대체 네오나님 글을보면 나이를 가늠할수 없어요. 20대 발랄한 아가씨인것 같다가도 어떨때 보면 30대 노련한
    노처녀 같기도 하고~ 어렸을때부터 별명이 애늙은이 아니었을까~~ 좋은얘기에요 ^^;

    2011.09.07 09: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글 읽으며 왜이리 눈물이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이탓은 아닐 겁니다.
    어머님의 따뜻한 심성이 많은 사람에게행복을 주셨네요.
    그언니역시 따뜻한 바른 마음으로 살고 계시다니 어머님 마음이 편해셨을겁니다.

    2011.09.07 10:02 [ ADDR : EDIT/ DEL : REPLY ]
  8. 정말 묘한 인연이네요...^^
    따뜻한 글 너무 잘 보구 갑니다..^^

    2011.09.07 10: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사연이 있는 글이로군요... 찬찬히 잘읽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래요~

    2011.09.07 11: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아..........
    너무 감동적인....
    울컥해서 눈물이 납니다.....
    어찌...그걸 기억하고 찾아주셨는지....
    그 작은 체구로 업고 집으로 데려다주려했던것도...
    그리고 어머님의 배려에...

    너무나 큰 감동이네요..

    꼭 만나시고...
    좋은 인연으로 오래 오래 지속되길 바랍니다...^^

    2011.09.07 11: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와 곧 만나시나봐요~

    너무 따뜻한 글이네요 ㅎㅎ

    2011.09.07 12: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정말 훈훈한 이야기네요..
    조만간 감동적인 만남이 있겠는데요??
    너무나 좋으신 분들입니다. 네오나님과 어머님 말이죠

    2011.09.07 15: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감동적인 얘기네요. 좋은 인연 잘 지켜가세요.

    2011.09.07 16: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多忙のため、最近はなかなか更新できない日々が続いておりました。

    2011.09.07 16:33 [ ADDR : EDIT/ DEL : REPLY ]
  15. 아름다운 사연이네요. 글도 훈훈하고요.
    네오나님의 어머니도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늘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오늘 읽은 글 중 최고로 마음에 와 닿는 글이에요.

    2011.09.07 20: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사회에 반항하기 보다는 감사할 줄 마음의 자세가 참으로 본 받을 만 합니다.
    수요일 밤을 편안하게 보내세요~

    2011.09.07 20: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정말 훈훈한 글이네요..^^
    어찌보면 그냥 잊혀질 수도 있는 인연인데..
    계속 잘 이어가셨으면 합니다..^^

    2011.09.07 21: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정말 훈훈합니다.
    네오나님의 어머님도...또 그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는 두 살 많은 언니도...
    덕분에 이 밤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네요.

    2011.09.07 22: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어린날의 소중한 기억..을 잊지않고 그 언니가 다시 찾아주었군요.
    이렇게 보면 인연이란게 참 하나하나 다 소중한 것 같아요..

    2011.09.10 01: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