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나 본 듯한 낭만적인 장면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대학다닐 때 서울 시내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방학기간 두 달 동안, 하루에 네 시간 정도씩 일주일에 서너번 했던 것 같은데, 과외보다 금전적인 혜택은 작았지만, 팬시한 느낌의 공간에서 모두들 꿈을 꾸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수 있을 거란 생각에 친구들과 함께 우르르 지원했었다.

 

아마 같은 학교라는 걸 알고 그랬는지 같은 팀내에 학교 친구가 없었지만, 새로운 친구들과 사귀며 비교적 재미있는 아르바이트 생활을 했다. 내가 일했던 파트에는 회전목마도 속해있었는데 놀이시설 자체도 좀 지루한 느낌이라 우리들에게는 인기가 없었으나 무엇보다 화려한 생김새로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이나 연인들에게는 꽤 인기가 좋은 코스여서 항상 사람들이 많았었다.

 

어느 날인가 간단한 회식을 하기로 해서 아르바이트생들은 먼저 나가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정직원들이 마무리하는 것을 기다리다가 폐장시간이 지나 놀이시설들이 멈추고, 안전을 위한 조명만이 켜져있는 상태에서 마무리 작업을 도우려 다시 업장으로 들어갔다.

 

막상 도우려고 들어갔지만 사람이 필요한 것보다는 시간이 필요한 절차가 있었기에 퇴장하는 관람객들 한 편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회전목마를 담당하던 직원이 나를 불렀다. 뭔가 도움이 될까하고 갔더니 회전목마 안으로 들어가서 가장 화려하고 예쁜 말 위에 앉아보라는 것이다. 뭘 점검하거나 조절하려나 하고 불이 꺼진 채 멈춰있는 회전목마에 올라탔다.

 

그런데 그 직원이 갑자기 회전목마의 운행 스위치를 켰다. 회전목마는 운행을 시작하면 그 화려한 회전목마 놀이기구 전체에 번쩍번쩍 불이 들어오며, 한꺼번에 말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음악소리까지 나온다.

 

안전을 위한 퇴장 조명밖에 켜져있지 않은 어두컴컴한 상태이고, 퇴장용 음악까지 꺼져있는 조용한 놀이공원에서 갑자기 불이 번쩍거리며 음악이 울리고 회전목마가 돌아가니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이왕 탄 것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손까지 흔들며 회전목마를 타고 있었다. 나름 재미있었다 ㅎ

 

그러나 퇴장하던 관람객들이 점점 회전목마쪽으로 모여들었고 본의아니게 대중이 지켜보는 앞에서 나 홀로 풍악을 울리며 회전목마를 타는 꼴이 되었다. 서너바퀴를 돌았는데 그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내리고 나니 관람객들이 무슨 티비 녹화를 하냐, 특별한 사람이 왔냐, 왜 저 아가씨 혼자 회전목마를 타냐 등등 다양한 질문을 해서 밖에 있던 직원들은 나름 곤혹스러웠던 것 같다.

 

나를 태웠던 직원도 이 정도로 이목을 끌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었는지 머리만 긁적긁적했고, 파트를 담당하던 과장이 와서 무슨 사고가 난건지 확인하고 한바탕 쿠사리를 먹고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회식을 하면서 내내 그 이야기가 화제였고, 다른 여자 아르바이트생들은 자신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달라며 떼를 썼었다. 사건이야 어찌되었던 간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은 아니었고 다시 생각해도 꽤 멋지고 낭만적인 순간이었다.

 

사실 알고보니 그 직원이 날 좋아해서 혼날 걸 각오하고 나를 태웠고 그날 고백을 했었다나 뭐라나 ... ㅎ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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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영화에나 나올법한 일을 경험하셨네요
    ㅎㅎㅎ 잘보고갑니다

    2011.09.16 08: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ㅋㅋㅋㅋㅋ 마지막 한 마디가 더욱 로맨틱하게 느껴지네요 잘 보고 갑니다

    2011.09.16 08: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ㅎㅎㅎㅎㅎ 누가 뭐라하건~ 혼자서 탔다면 그~ 누가봐도~ 보는사람들은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리겠군요 ㅎㅎㅎㅎ

    그르게요~ 네오나님의 미모에 반해서 각오하고 태워준건 아닐까요? 정말?^*^

    2011.09.16 08:47 [ ADDR : EDIT/ DEL : REPLY ]
    • 한 바퀴 정도는 나름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여유있게 즐겼는데 그 이후는 무지 부끄럽더라구요 ㅎ

      미모는 아니구요 걍 흑심은 쫌 있었나봐요 ㅎㅎ

      2011.09.19 12:48 신고 [ ADDR : EDIT/ DEL ]
  4. 딱보니 고백이구만요 ㅎㅎ

    넘 멋졌겠어요.,,,, 이런경험 정말 영화속에서나 볼수있을것만 같은 그런 광경이네요^^

    2011.09.16 10: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ㅋㅋㅋㅋㅋ
    모르고 봐도 딱 좋아하셨구만요~!!ㅎㅎㅎ

    글구나서 고백뒤는 어찌됐는데요???
    네에~~????ㅋㅋ
    고거이 궁금한뎅...^^

    2011.09.16 10: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마지막 문장을 보기전에 그럴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네오나님은 어디서든지 인가가 좋군요 ㅎㅎ

    2011.09.16 11: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헛... 좋으네요...!!
    영화에 나올법한 일을 .. ㅎ
    잘 보구 갑니다 ㅎ

    2011.09.16 12: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오~~ 낭만을 제대로 즐기셨네요.. 드라마속 주인공처럼요..~~~ ^^

    2011.09.16 13:22 [ ADDR : EDIT/ DEL : REPLY ]
  9. 내일 2탄 이어질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대로 끝나면 서운하잖아요~
    "사겨라~ 사겨라~"

    2011.09.16 13: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아~~ 지대로 낭만이네요~~ ^^
    혼자 타는 회전목마~~ ^^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11.09.16 16: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그분하고 잘 되었으면 어떻게 되었을라나..
    궁금하네요.ㅎㅎ 혹시?!^^

    2011.09.16 16: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ㅎ 지금은 얼굴도 잘 기억 안나요. 걍 지나간 추억속 인물이죠 뭐 ㅎ

      2011.09.19 12:50 신고 [ ADDR : EDIT/ DEL ]
  12. 와, 정말 영화에 나오는 장면이네요. 마지막 줄 내용도 낭만적이고.
    회전목마 갑자기 타고 싶네요. 회전목마 타고 놀이공원 안 사람들 보는 것도 좋은데.
    멋진 글 잘 보고 갑니다. 다음 이야기가 더 있으면 들려주세요.

    2011.09.16 22: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 전에는 회전목마를 뭐하러 타? 라고 했었는데 이 일 이후 회전목마를 보면 그냥 아득하니 좋습니다 ㅎ
      다음이야기가 넘 짧아요. 고백받았고 미안하다고 거절했거든요.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었어서요 ^^;;

      2011.09.19 12:51 신고 [ ADDR : EDIT/ DEL ]
  13.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셨네요.
    부럽기도해라~

    2011.09.17 07: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ㅋㅋㅋㅋ마지막이 정말 대박입니다 ㅋㅋㅋ

    진짜 마지막은 어떻게 됐을까요~ㅎㅎ

    네오나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ㅎㅎ

    2011.09.17 08: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알리미로 보실테니까 또 써야겠네요 ㅎㅎ 걍 고백받았고, 미안하다고 거절했었습니다요. 다른 사람이랑 사귀고 있었어서요 ^^

      2011.09.19 12:52 신고 [ ADDR : EDIT/ DEL ]
  15. 오~ 낭만적인대요... 영화 속 프로포즈 장면이 생각납니다..
    그 고백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궁금하구요.. ㅎㅎ

    2011.09.17 13: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알리미로 보실테니까 또 써야겠네요 ㅎㅎ 걍 고백받았고, 미안하다고 거절했었습니다요. 다른 사람이랑 사귀고 있었어서요 ^^

      2011.09.19 12:52 신고 [ ADDR : EDIT/ DEL ]
  16. 그사람이 왜그랬을까요?

    2011.09.17 22:56 [ ADDR : EDIT/ DEL : REPLY ]
  17. 비밀댓글입니다

    2011.09.18 01:55 [ ADDR : EDIT/ DEL : REPLY ]
  18. 비하인드 러브스토리가 있었군요 ㅋㅋㅋ
    그래서 더 낭만적인 기억이셨겠어요^^

    2011.09.18 15: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오~ 정말 로맨틱한데요..^^

    2011.09.18 22: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