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사는 이야기2011. 9. 29. 08:36

OO 기업을 일로 방문했다가 마치고 돌아오려는데, 담당자가 자신의 옛상사가 CEO로 있는 기업에서도 같은 서비스 제공자를 찾는다고 해서 연계를 시켜주게 되었다. 담당자는 아직 모르겠고 그 CEO의 연락처를 직접 알려줬는데 내가 아는 한 사람의 이름과 같았다. 남자라면 흔하지 않은 이름이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후에 통화를 하는데 이름을 교환한 것만으로 서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며칠 후 만났더니 대학생때의 풋풋함 대신 스마트한 이미지의 젊은 CEO로 바뀐 모습의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친구와 나는 일종의 비밀 공유자이기에 더 반가웠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풋풋한 대학 신입생 시절
1학년 2학기 초, 같은 과의 한 친구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동아리의 **군과 친하냐고 물어왔다. 당근 친하지라는 답에 과 친구는 **이 3년전만 해도 동네에서 유명한 깡패(그냥 깡패가 아니고 꽤 살벌한 의미의)였다고 한다. 사는 지역과 출신 고교, 둘 다 재수를 했다는 것 등 신빙성있는 정보였다.

그날 동아리에서 만난 **에게 아주 가볍게 너 깡패였다면서, 정말이야?라고 물었더니 **은 엄청나게 심하게 놀라면서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란다. 자기도 숨기려고 하기보다는 어떻게 털어놔야할지 몰라서 안고 있었던 무거운 비밀이었다고 하면서.

**의 개인사정
**의 아버지는 건설현장의 일꾼이었다. 술을 많이 드셨고, 가정폭력을 행사하셨었다. 그 폭력에 지친 형은 어릴 때 집을 나갔다. 엄마와 아래 동생은 매일 맞았고 친구는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맞지는 않았지만 가계를 책임졌어야 했다. 아버지가 번 돈은 아버지의 술값으로 다 소진되고 집에는 돈이 떨어져야만 들어오셨다고 한다.

**은 어린 나이에 알바 삼매경에 빠졌지만 가족을 부양하기는 어려웠다. 나쁜 유혹에 빠졌고, 친구의 돈을, 또래의 돈을 갈취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동네에서만 갈취를 하다가, 고2때 일명 부잣집 동네라는 서초동으로 영역을 넓혔다. 어느날 그곳에서 대학생의 지갑을 갈취했다. 너무나 큰 돈 10만원이 들어있었고, 여자친구에게 저녁을 꼭 사줘야한다는 피해자에게 인심을 쓰며 돈 만원을 줬다고 한다.

돈을 받은 대학생은 슬쩍 비웃으며 4만원은 있어야 둘이 저녁을 먹는다며 돈을 더 달라고 했단다. 농담이 아닌 것을 안 **은 자기네 집 월세가 10만원이고 또 4만원이면10일 정도의 식비라는 것에 생각을 미치자 한 끼에 4만원하는 식사를 하는 이 대학생이 갑자기 자기의 적이 된 것 같았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그저 겁을 줄 정도의 폭력이었고, 하기 싫지만 억지로 하는 폭력(물론 이것 역시 정당하지는 않다)이었다면, 그 때는 진심을 담아서 스스로 놀랄 정도의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도 동네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며 싸움이 붙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되었다고 한다. 집에서는 폭력을 행사하지만 밖에서는 꼼짝도 못하고 그저 바보처럼 당하고 있기만 한... 그 순간 자기는 후에 아버지와 같은 모습이 될 것이라는 끔찍한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고 한다.

그 길로 큰 조직은 아니지만 아무튼 조직에 해당되는 이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경찰에 자수를 하러 갔고, 일련의 절차를 걸쳐서 그 지갑을 빼앗겼던 대학생과 그의 아버지를 만나고 용서와 벌을 받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그리고 2년 동안 공부를 해서 대학에 들어왔고, 가출했던 형이 그 소식을 듣고 입학금을 마련해줬으며 그 이후 학비와 자신의 생활비는 스스로 책임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비밀 공유자
**은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으면 하겠다고 한다. 나는 지난 일이니 굳이 펼쳐놓을 필요는 없다고 말렸다. 누군가 알아도 몰라도 **은 이미 **이었고 그 이전의 이야기는 이제 완전히 지나온 과거라는 생각이 컸었다. **은 대학 4년 내내 알바와 장학금으로 버텼다. 동아리에서 얻어놓은 방에서 살 때도 있었고 과친구네에서 살 때도 있었다.

대학 졸업후 동아리 모임에서 **이 대기업에 입사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오랜 동안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근래의 소식은 듣지 못했었는데 얼마전 이러저러한 절차를 걸쳐서 중소기업의 CEO가 되어 있었다.

세상이 너무나 밉고 싫었다던 청년은 이제 세상의 어려운 구석을 찾아 돌봐주는 깨인 CEO가 되어 있었다. 항상 세상에 빚을 진 것 같아서 고용에서 사회참여까지 약자와 없는 자를 배려하는 친구의 이상은 거참 내 친구지만 참 실한 인간이구만~ㅎ 이라며 칭찬해주고 싶었다.

쓸 돈이 많아 돈을 많이 벌어야한다며 가격 네고를 시도해온 것을 보면 사업가는 사업가인가보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이눔아야~ ㅋ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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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1.09.29 08:48 [ ADDR : EDIT/ DEL : REPLY ]
  2. 한번 엇나간 사람이 마음을 고쳐 먹으면 독하게 성공하더라고요.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일에 쓰시기 바랍니다. ㅎㅎㅎ

    2011.09.29 08: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제가 아시는 분도 무서운 분이셨어요 어렸을때 깡패보다 더 무서운 분이셨는데
    지금은 너무나 착실하게 사시더라고요~
    저랑 완전 절친이 되어버린 그분.. 가끔 제가 까부는데 조만간 맞을꺼같아요^^;;

    2011.09.29 09: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오호.. 역시 사업가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군요...ㅎ
    잘 보구 갑니다.,.,.!

    2011.09.29 09: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대단한 성취로군요
    비가 내리는 목요일을 뜻깊게 보내세요

    2011.09.29 09: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심지가 올곧아 성취하셨군요.
    더큰 성공을 하시기바랍니다.

    2011.09.29 10:02 [ ADDR : EDIT/ DEL : REPLY ]
  7. ㅎㅎㅎㅎ 사업가는 아무나 되는게 아닌가보더라구요 ㅎㅎㅎㅎ

    가정생활 무시 못합니다~

    친구분 그래두 멋진 ceo 되셨군요 ^*^

    2011.09.29 10:15 [ ADDR : EDIT/ DEL : REPLY ]
  8. 흐흐흐...
    참....다양한 분들이 주위에 많습니다...크크...
    근데 친구분은 그래도 능력이 되는 사람이었나봐요^^
    맘잡고 공부해서 성공할만한...^^

    2011.09.29 10: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어려운 시절이 있었기에
    더욱더 큰 성공이 찾아 올 수 있었던게 아닐까요.
    아무튼 그 분의 앞날이 창창대로이길 바랍니다.
    아울러 그 분이 도와주는 모든 사람들도요...

    2011.09.29 10: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그래도 과거를 뉘우칠 줄 아는게 얼마나 다행이고 행운입니까~
    아직도 세상에는 자기 잘못을 스스로 못 꺠닫고 다니는 사람이 많잖아요 ㅠㅠ

    2011.09.29 10: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ㅎㅎ 너무 멋진글 잘 읽고 갑니다~ ^^
    한 번더 분발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갑니다~ ^^

    2011.09.29 12: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보통 가정폭력을 일삼는 사람들은 밖에선 힘이 없고
    무시당하는 약자인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그 아버지에게도 그런 이유가 있지 않았을지..
    물론 어떤 의미에서도 가정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겠지만요.
    친구분은 방황기를 딛고 잘 이겨내서 다행이예요~

    2011.09.29 12: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멋진 친구분이네요.
    그런 어려운 시절 덕분인지, 그래도 나름 멋지게 성공한 친구분 대단합니다^^

    2011.09.29 12: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아픈 과거에 용서를 구했기 때문에 지금의 훌륭한 삶도 있는거겠죠.

    2011.09.29 13: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그래도 과거를 반성하고 지금은 새사람이 된 멋진 친구분이네요 ㅎ

    2011.09.29 17: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조금이나마 성공을 거두고 안정된 생활을 하는이들이 방송에서나 지인들에게 어린시절, 철없던 일탈을
    부끄러운 마음반, 추억반으로 얘기하는걸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그 시절은 그냥 지난
    옛일이겠지만 과연 그들에게 당했던 이들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을까 하는 점이죠.
    그들의 폭력에 지울수없는 마음의 상처로 평생을 비참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테고, 사회를 원망하며
    사는 이들도 있을겁니다. 흔히 양아치, 깡패라는게 영화에서처럼 멋지고, 재밌는 일만은 아니니까요.
    지금은 후회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있다면 언제까지 멍에를 씌워도 안되겠지만, 자신의 지난날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자선사업이나 봉사활동을 하는등의 행동도 보여줘야 할겁니다~

    2011.09.29 17: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얘기가 좀 가벼웠었나요? 이 친구에게는 그렇게 달달하게 되씹을 추억정도는 아닌 일들입니다. 죗값을 받았다고 해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없었던 일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할 수 있는한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도 그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보려고 하는 거 같은데 근원적인 후회는 어쩔 수 없다하더군요.

      2011.09.30 08:38 신고 [ ADDR : EDIT/ DEL ]
  17. 비밀댓글입니다

    2011.11.07 22:37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