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주전자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해서 주전자를 분해하게 했던 아기의 일이 방송된 적이 있었다.

어! 쟤 너랑 똑같은 애다!라는 이야기를 오빠가 했다.

주전자가 아니라 양동이었다.
일반적인 사이즈의 양동이에 들어간 사건이니 정확하게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마도 서너 살 때일 것 같다.
또래보다 덩치가 작았기에 연령이 더 높았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우리집은 한옥이었고 툇마루가 있었다.
다른 가족들에게는 그 툇마루의 높이가 그다지 높다는 느낌은 아니었겠지만 나에게는 당시 머리 이상의 높이로 나 때문에 계단을 따로 만들었을 정도로 높았다. 그 툇마루에 앉아 있으면 화단의 해바라기도 보이고, 앞 집의 키 큰 나무 너머 하늘도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이었다. 그래서 그 툇마루는 우리 가족은 물론 이웃들에게도, 친척들에게도 인기가 좋았다.

물론 나도 그곳을 참 좋아했다. 마당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데리고 올라와 놀기도 하고, 인형놀이도 하고, 친구들과 소꿉장난을 하기도 한 아주 좋아하는 곳이었다.

그러다 한 번은 위험한 장난을 해서는 가족 모두의 심장이 덜컥 떨어질 정도로 놀라게 했었기도 했다.
당시에 유행하던 만화영화를 보다가는 뭔가 보자기같은 것을 목에 묶고(나름 망토였음 -_-;) 여기 저기 날아다는 그런 영웅의 흉내를 내고 싶었던가 보다. 언니와 오빠는 방안에서 티비로 그 만화를 보고 있었는데 나 혼자 방에서 나와 부엌에서 엄마가 사용하던 보자기를 꺼내왔다.

그걸 목에 묶는 것 까지는 괜찮았다. 여기서 그냥 툇마루에서 슝~ 날았으면 오히려 무서움을 이겨내는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한 짓은 좀 달랐다. 그 영웅은 아마 차를 타고 있었나보다. 그래서 나도 차가 필요했다. 그것도 튼튼한 쇠로 만들어진 차를 찾아야 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알미늄으로 만들어진 양동이. 어린애 눈에 알미늄이나 쇠나 튼튼해 보이긴 매한가지이다.

그래서 그걸 툇마루로 가지고 올라왔다. 이제서야 뭔가 제대로 된 그림이 된 것 같았다. 드디어 망토도 두르고 차에 탔다. 아니, 보자기를 두르고 양동이 안에 들어갔다. 한참을 양동이 손잡이를 가지고 좌로 우로 가지고 쫑쫑거렸다.

그러다 드디어 날아갈 시기가 되었다. 그래서 뭔가 멋진 포즈를 하겠다고 팔까지 양동이에 구겨넣었다. 음...
옴짝 달싹 못하는 한통의 양동이 인간이 되었다. 아...
양동이는 통통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양동이와 함께 툇마루에서 마당으로 날았다.
슈우~ㅇ 뿌쟈쟈자작

.
.
.

그런데 하나도 안 아팠다.
그런데 양동이가 완전히 찌그러졌다.
다행히 떨어질 때 양동이 모양 그대로가 날아서는 나는 튕겨나오고 양동이는 그렇게 제 한 몸 희생해서 쭈그러지시면서 날 보호해줬었나보다.

마침 툇마루에서 날아오르는 양동이 인간을 대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오시던 아빠가 보셨다.
기겁을 하시고는 날 안아 올리셨다. 그리고는 다친 데를 살피셨다.

안 아팠다. 안 놀랬다. 그런데 안 울면 혼날 거 같아서 계속 울었다ㅜㅜ

다행히 혼나진 않았고, 그냥 웃으면서 넘어갔었다. 아, 오빠랑 언니는 혼났다. 애 안 봤다고.
아무튼 그 찌그러진 양동이는 아빠가 어떻게 해서든 구하려고 하셨었으나 실패해서 개 밥그릇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이번에 들었다.

조용히 사고 좀 치고 살았구나 ㅋ

Posted by 네오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ㅋㅋㅋㅋ 아..그때 사진이 있었다면 더좋았을걸요!! ㅋㅋㅋ
    너무 귀여워요!! ㅎㅎㅎ 사고 좀 치셨군요~~!! ㅎㅎ
    행복한 하루 되세요^^
    -by 아내-

    2011.10.13 09: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부모님 간 떨어트리려 하셨군요.
    그래도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2011.10.13 10:01 [ ADDR : EDIT/ DEL : REPLY ]
  4. 저는 개집에 기어 들어갔다가 겨우 빠져 나온 적이 있습니다.
    들어갈 때는 쉬웠는데 막상 빠져나오려니 참 힘들더군요.
    6살때쯤으로 기억하는데, 진땀깨나 뺐었지요.
    개는 자꾸 뒤에서 짖어만 대고 말이죠. ㅋㅋㅋ

    2011.10.13 10: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아..이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ㅎㅎ
    그래도 지나고보니 기억에 확 남는 추억이 되었겠어요.
    전 유아기적 시절에 하도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니 개목걸이에 채워놓더라구요;;

    2011.10.13 10: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상상으론 위험해 보이는데
    양동이 찌그러뜨린채 날 보호했다니... 안아팠다니...
    그냥 웃음이 나옵니당^^

    2011.10.13 11:07 [ ADDR : EDIT/ DEL : REPLY ]
  7. 저도 그런기억이 문득 있었던 거 같아요.ㅎㅎ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다 즐거운 추억거리인거 같아요

    2011.10.13 11: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저도 한참 원더우먼과 소머즈를 따라하곤 했었어요. ㅎㅎ

    한 몸 바쳐 네오나님을 구했던 양동이의 명복을 빕니다. ^^

    2011.10.13 11:25 [ ADDR : EDIT/ DEL : REPLY ]
  9. 그 순간에도 울음으로 위기를 모면한 재치가 깜찍했네요. 잊혀지지 않을 추억이겠어요.

    2011.10.13 11: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그사건 이후로 오빠랑 언니가 네오나님 놀리는거 아니에요?
    양동이와 함께 얼굴도 찌부러졌다고~~ ^^;; 농담입니다. 저야 뭐 네오나님을 안봤으니~

    2011.10.13 11: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아...안 놀라고 안 아팠는데 안 울면 혼날까봐 울었다는 말씀에 공감이 가면서 빵....!!! 터졌네요.
    저 역시도....가끔 그랬던 기억이 있어서 ㅋㅋㅋ

    2011.10.13 14: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안녕하세요.. 네오나님~^^
    일이 있어서 며칠 포스팅을 못하다가 오늘 이제야 올렸어요..
    잘 지내셨죠?ㅎㅎ 오늘은 이렇게 인사만 드리고 갑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맛있는 맛집 올리고, 아침 일찍 찾아올께요~~

    2011.10.13 16: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ㅎㅎ 잼있네요~!! ㅎ
    너무 잘 보구 갑니다..^^

    2011.10.13 16: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그래도 많이 놀라셨겠어요... 저기 저사진을 보니... 다시 뽀로로가 생각나네요... 뽀로로를 틀어주고서... 아이가 뽀로로에 빠져 있는 사이 주전자를 절단해서 아이를 구했다는 ㅎㅎ

    2011.10.13 17: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아가들의 엉뚱함이란 ㅎㅎㅎ
    저는 아쉽게도 사고 친 기억이 없네요.(지나고 나면 다 재밌는 추억인데 말이에요)
    보자기 망토에 양동이 차라니... 네오나님 무척 귀여우셨군요.ㅎㅎㅎㅎ

    2011.10.13 20: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야웅군도 엉뚱한데 잘 들어 가요. ㅎ.ㅎ

    2011.10.13 21:43 [ ADDR : EDIT/ DEL : REPLY ]
  17. 아이들이람 참~ 그래도 귀엽습니다
    좋은 꿈을 꾸세요~

    2011.10.13 23: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그래도 안 다쳐서 다행입니다...
    이 정도 사고는 기본으로 치는게 정상이지요..
    개 만 좋겠네요.. 새 밥그릇 생겨서.. ^^

    2011.10.14 00: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헉.. 뭔가 담담하고 즐거운 추억 이야기 하듯 말하지만 큰일 날 뻔하셨네요.
    후훗 어릴적에 정말 사고 좀 치셨는데요^^

    2011.10.14 16: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네오나님은 아기자기한 예쁜 추억이 많은 것 같아요. 아기 때 전 많이 운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추억이 없네요. 별로 사고도 안 친 것 같아요. 사고도 치고 아기답게 떼도 쓰고 그래야 되는데. 아무튼 아이 때 가졌던 발랄한 생각들이 지금도 남아 있으신 것 같아요. 글 잘 보고 갑니다.

    2011.10.14 21: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헉 그래도 위험했겠어요;;;
    어릴 땐 위험한 장난을 많이 하게되긴 하는데...
    기억이 선명하게 있으시군요+__+

    2011.10.17 00: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