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사는 이야기2011. 10. 20. 08:44

며칠 전 9시쯤에 택시를 탔다. 택시에 타자마자 차 안에서 느껴지는 강한 술 냄새에 아고고고 창문 좀 열게요 라고 했더니 기사님이 미안해 하시며 방금 손님이 내리고 환기를 못 시켰다고 하신다.

택시 안에서 이렇게 술냄새가 날 정도니 무지 많이 드신 분인가보네요 했더니 기사님이 껄껄 웃으시며 그양반 잠이라도 들면 큰 일 날 것 같아서 잠 못 들게 하느라 애썼다는 말씀을 하신다.

40분 정도를 가는 동안 일부러 약도 올렸다가 손님이 화를 내면 달래기도 했다가, 신세 한탄을 하면 들어주기도 했다가 결국 노래까지 부르게 해서는 잠 자는 걸 막았다는 것이다. 타자마자 고개가 휘어청하길래 그냥 뒀다가는 집 근처에 가서 이모저모 당황하게 될 것 같아서 미리 예방을 한다는 것이 바로 이 말시키기였던 것이다. 일단 취해서 잠이 들면 목적지를 정확하게 찾기도 어렵고 돈 받기 어려웠다는 경험에서 나온 대책이었던 것이다.

일단 약이 오르는 사람은 그 기운에 잠이 들지 않으니 일단 약을 좀 올렸다가...손님 돈 많으신가봐요? 이 시간에 이렇게 술을 많이 드시고 멀리까지 택시를 타시고, 뭐 이런 얘기였다고 하신다...진짜로 화가 날 타이밍같으면 위로도 했다가 하면서 시간을 끌어서 결국 목적지까지 무사히 모셔다 드렸다는 것이다.


이 기사분이 얘기해준 다른 취객 에피소드는 더 했다. 얼마 전 새벽에 젊은 술취한 남자를 태웠는데 돈을 낸다고 하다가 가방을 쏟았는데 거기서 몇 백은 될 듯한 돈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 돈을 다시 주섬주섬 담는 남자는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같았고 한눈에 보기에도 대로에 내려주기가 너무 위험해서 골목길까지 일부러 태우고 들어갔더니 아내로 보이는 여자가 나와있었단다.

장사를 하는 사람인데 거절하지 못하는 자리에서 돈을 들고 술을 마셔서 만취가 되었고 아내는 불안에 떨면서 길에 나와 남편을 기다린 것이다. 그 아내에게 차 안에서 돈을 쏟은 이야기를 하고 차안을 다시 확인을 하라고 하니 안전하게 데려다 준 것으로 충분히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서 식사값조로 약간의 사례를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어느 그룹이든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다. 택시 기사 중에도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본성이 그러한 경우도 있겠고 상황에 따라 나빠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주변에 술 먹고 택시 탔다가 난처한 경우를 겪은 사람들은 한둘씩 봐왔었다. 취객의 잘못일 수도 있고, 좋지못한 기사였을 수도 있다. 아무튼 이렇게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주고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이렇게 애쓰는 기사님들도 계셨다.

이렇게 좋은 기사님들만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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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ㅎㅎㅎ 기사님 스킬 장난 아니신걸요 ㅎㅎㅎㅎ

    맞아요~ 어떤분은 너~~~무 좋은데~ 어떤분은 정말 가다가 차 세우세요! 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니 그래서 내린적도 몇번이나 있답니다^*^

    2011.10.20 08:54 [ ADDR : EDIT/ DEL : REPLY ]
  2. 영낭자

    친절한 기사님들 참 많으시지만~~정말 불친절한 기사님들 뵈면 돈 내면서도 맘이 상해서리~

    특히 과속으로 씽씽~달리는 기사님들은 제발 그러지 않으셨음해요.
    바쁘지도 않은데..
    어쩌다 아이델꼬 택시타면 목숨 걸고 타는 것 같아 넘 무서워요~

    2011.10.20 08:56 [ ADDR : EDIT/ DEL : REPLY ]
  3. 친절한 기사님들도 많은데
    그렇지 않은분들이 좀 있어서 ㅜㅜ
    간혹 혼자 밤에 택시타면 무섭다는

    2011.10.20 09: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그래도 몇백만원 흔들리지 않고 정직하신 분이시네요~
    이런분들이 많아야 하는데 말이죠^^

    2011.10.20 09: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기사님 재치가 돋보이는 에피소드네요..
    그리고 큰돈에 욕심내지 않은 기사님이 참 대단하시네요..
    이런분만 있다면 밤에 귀가길 늘 안전할거 같네요..^^

    2011.10.20 09:20 [ ADDR : EDIT/ DEL : REPLY ]
  6. 만취한 사람들 태우기가 겁단다는 기사분들도 많더군요. ^^;;

    2011.10.20 09: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이 글을 보니 택시도 함 험한 직업이군요. 원래 쉽지 않은 직업이란걸
    알긴 했지만 별의 별 사람 상대해야 하니..
    그래도 기사분의 훈훈한 기지가 맘을 따듯하게 해요^^

    2011.10.20 09: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택시기사님 같은 분들이 많아질 세상이 되길 빌겠습니다.

    2011.10.20 09:42 [ ADDR : EDIT/ DEL : REPLY ]
  9. 비밀댓글입니다

    2011.10.20 10:07 [ ADDR : EDIT/ DEL : REPLY ]
  10. 가끔 택시를 타면 꼭 기사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더라고요.
    취객 태운 이야기, 사는 이야기, 정치 이야기... ㅋㅋㅋ
    기사님들도 많이 힘드실겁니다.

    2011.10.20 10: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멋진 기사님입니다
    목요일을 뜻깊게 보내세요

    2011.10.20 10: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멋진 택시기사님^^

    저 블로그 한지 오래되었는데...
    예전에...
    아주 오래전에...ㅎㅎ
    택시기사님이 블로그 했었거든요
    매일 만나는 손님들 이야기를 올리셨는데 어쩜 그리 다른 사람들 이야기 다른 재미들...ㅎㅎ
    갑자기 이분도 블로그 하심 재미나겠다는 생각이...
    글구 그 택시기사 블로그 아저씨는 요즘 뭘하나 하는 생각이...^^;;

    2011.10.20 10: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그러게 말입니다.
    저런 기사님들만 있으면 안전하게
    마음 놓고 택시도 탈텐데 말이죠

    2011.10.20 11: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택시 일이.. 정말 힘들고 고된 일이라 생각됩니다...
    대부분의 기사님들이.. 손님들을 잘 대해 주시구요...
    저분도.. 참 좋은 분이시네요..

    2011.10.20 15: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기사분들 중에는 친철하고 착한 분이 훨씬 많을 거예요.
    항상 미꾸라지 같은 잡놈들이 문제를 일으켜서 도매로 욕을 먹게되는 거겠지요.

    2011.10.20 16: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아..정말 저런 기사분들만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말 택시도 안심하고 탈 수 있을텐데요~
    택시에 안좋은 기억들이 한 두번씩은 있는지라 저런 분들이 매도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2011.10.20 16: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훈훈한 이야기 입니다.
    이런 기사분들만 계시다면 누구나 믿고 택시를 탈 수 있을텐데 말이에요~~~

    2011.10.20 19: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