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님이 친히 자행하신 일이다.


남친으로부터 급한 일이 생겨서 부랴부랴 일주일 간 유럽에 출장을 간다는 연락을 받았다. 갑자기 간다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 이러저러 속사정은 묻지 않고 잘 다녀오라고만 했다. 출장 기간동안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통화하기가 어려울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 그러하겠거니 하고 있었다.

일주일 후 출장을 다녀온 남친의 첫마디는 '나 현관문 시건장치 바꿨어.'였다. 갑작스러운 말에 뭔가 큰 사고인줄 알고 놀래서 물었더니 사고는 사고였다.

갑자기 출장을 가게된 남친은 부랴부랴 짐을 챙겨가지고 거의 새벽에 집을 나섰다고 한다. 일종의 사고 해결차 가는 것이기에 마음도 무겁고 실수없이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긴장을 하고 나섰다고 한다. 집을 나서서 공항을 거쳐 행선지인 독일로 향했다고 한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현관문을 안 잠그고 떠난 것이다. 그것도 열쇠까지 꽂아 놓은 채로...


마침 옆집에 사는 주부가 아침에도 열쇠가 꽂혀있고, 점심에도 열쇠가 꽂혀있고, 오후에도 열쇠가 꽂혀있으니 이상했었나보다. 직장인 남자가 혼자사는 아파트라는 걸 알고 있었고, 문에 열쇠가 꽂혀있는 상태였으니 주부는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무서운 생각은 점점 또아리를 틀고 무엇인가 범죄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고 겁을 먹은 주부는 아파트 경비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경비원 두 명이 같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다고 한다. 들어가고 보니 집안은 잘 정리되어 있었고(원래 정리는 끝내주게 하신다 --;;) 뭔가 범죄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열쇠로 문을 잠그고 경비실에 들르라는 메모를 붙여놨는데 출장간 남친이 그후 이틀동안 돌아오지를 않자 경비원은 알고 있던 핸드폰으로 계속 통화를 시도했지만 아예 업무용 전화기만 가지고 출장을 간 남친은 전화를 계속 받지 못했다. 통화가 계속 안 되자 경비원은 또 이상한 생각이 들었고, 급기야 경찰서에 연락을 했단다. 경찰까지 출동해서 현장을 확인한 후, 별다른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고, 이차저차여차저차한 경로를 통해서 남친의 회사에 연락이 되었다고 한다.

회사의 직원을 통해 집주인이 출장임을 알게된 경찰은 철수하게 되었고, 같은 경로로 출장기간이 꽤 길다는 것을 알게된 경비원은 돌아오는 날짜에 맞춰서 다시 메모를 남겨뒀다고 한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남친이 없던 사이 그 옆집과 경비실은 일련의 소란을 겪게 된 것이다.

여기서 남친의 반응도 흥미롭다. 출장 내내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귀국 비행기를 타고 리무진을 타고 집으로 가는 동안 자꾸 쎄~~한 느낌이 들었단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데 결론은 아무리 찾아봐도 집 열쇠가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집 열쇠를 출장중에 잃어버렸나라고 생각했지만 곧이어 아예 열쇠를 챙긴 기억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제 내 집은 내 집이 아니겠구나라며 불안한 마음에 집에 돌아와보니 현관에는 간단하게 경비실에 들리세요라는 메모가 붙어있었고 경비실에 간 남친은 저간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단다. 사례를 하려고 했더니 열쇠로 된 시건장치 보다 전자식 장치를 구비하시는 게 어떻냐고 권하더란다. 전자식 시건장치는 문이 자동으로 잠기니말이다. 고맙다며 시건장치를 바꿨다고 한다.

어떻게 문을 잠그지도 않았고 열쇠를 그렇게 걸쳐만 두고 출장을 갈 수 있냐고 했더니 정말 아무런 기억도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한다. 어지간히 일에 빠져서 혼이 나갔었나보다.

아주 해맑게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사왔다고 칭찬해 달라는 남친에 이번 초콜릿은 범죄로부터 집을 지켜준 옆집 사람들에게 고이 갖다 바치라고 일렀다.  뭔가 보복을 두려워하는 듯한 음성으로 그래도 되냐고 되묻는 남친에게 옆집 주부에게도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는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잘 전하고 경비실 아저씨들에게도 알아서 잘 사례하라고 했다.

여기서 밝히지만 난 외출하기 전 문을 서너번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 심지어는 모퉁이를 돌아나가다고 다시 돌아와 확인한다. 이 버릇을 남친과 더해서 반으로 나누면 좋으련만...
아무튼 스스로의 부족함은 탓하지만 이웃의 건재함과 운이 없지않았음에 무한 감사할 사건이었다.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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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어쩌나

    해외 출장 중인데 문 안 잠근것 같아...미치겠네 기억이 안나

    2011.10.22 09:06 [ ADDR : EDIT/ DEL : REPLY ]
  3. ....

    정신 바짝 차리고 사셔야겠네요.....

    2011.10.22 10:33 [ ADDR : EDIT/ DEL : REPLY ]
  4. 산골촌놈

    저가 사는곳은 강원도 산골 농부입니다. 돌 많기로 소문난 강원도 밭에서 돌을 골라 보면 보기에는 흙보다 돌이 많아 보여 엄두도 나지 않고 한심한 생각이었는데 마음먹고 부지런히 일하다 문득 돌보다는 흙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무리 험하다 하여도 나쁜사람보다는 선량한사람 좋은 사람이 더 많은게 세상이라고 생각 됩니다.
    님도 좋은 이웃을 두셨으니 좋은일 많이 하고 사세요....ㅎㅎㅎ

    2011.10.22 22:14 [ ADDR : EDIT/ DEL : REPLY ]
  5. widow7

    와, 천생연분이네요. 한쪽은 정신없어 안챙기는데 한쪽은 꼼꼼하게 챙긴다니......

    2011.10.23 08:47 [ ADDR : EDIT/ DEL : REPLY ]
  6. yangns1

    성격이 꼼꼼한 사람들은 저런 글을 읽고 나도 저렇게 태평스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큰 오산이다.

    2011.10.23 11:03 [ ADDR : EDIT/ DEL : REPLY ]
  7. 조지다

    열쇠쟁이의 소행

    2011.10.23 11:11 [ ADDR : EDIT/ DEL : REPLY ]
  8. 제목 보고 너무 궁금해서 정독했는데. 다행이네요.

    2011.10.23 12: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정말 아찔했네요;;;

    2011.10.24 03: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정말 남친분과 반씩 섞으시면 딱 좋을 듯;;;
    아마 전화통화를 급하게 하면서 나가셨던게 아닐까요?;;
    피해는 없으셔서 다행이네요~

    2011.10.24 08: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으핫!
    정말 다행이지만 웃지 않을수가 없는것이요..
    저희집 남자도 잘하는 것 중 하나랍니다 ㅠㅠㅠㅠ
    가끔 차키까지 달린 현관문 열쇠를 걸어놓고 밤을 홀라당 보내버린다는 ㅠㅠㅠㅠㅠ
    문에 포스트잇이라도 달아놔야 하는걸까요? ㅋㅋ

    2011.10.24 15: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ㅂ;

    이웃집 아주머니 정말 좋으신분이네요~ 남친님 감사드려야겠어요!

    2011.10.27 22:59 [ ADDR : EDIT/ DEL : REPLY ]
  13. 시온의정서

    유아납치등 강력범죄뉴스는 20%도 신뢰하지않습니다... 보안업체가 장사하기위해서는 전과자를 풀수밖에 없고 살충제를 팔기위해서는 모기를 풀어야할것입니다..

    2011.10.29 18:36 [ ADDR : EDIT/ DEL : REPLY ]
  14. 건망증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 아들들 이야기요 내 이야기 같군요..

    2011.10.30 06:35 [ ADDR : EDIT/ DEL : REPLY ]
  15. 전근식

    우리나라가 우리도모르는사이에 선진국이되엇다는증거입니다

    2011.12.16 00:54 [ ADDR : EDIT/ DEL : REPLY ]
  16. 집 현관문 열어놓고 가는 뜻은: "어서 오십시오, 도둑놈님. 제가 회사 가는 동안 우리 집에 다 털어가십시오" 랑 마찬가지

    2011.12.16 01:14 [ ADDR : EDIT/ DEL : REPLY ]
  17. 1111

    엣날생각나네 서울번동살때 옆집새댁이 심심하면 문에열쇠를꼽아놓고 외출을자주하길래 그열쇠보관했다 몇번돌려주고그랫지.근데 일부러열쇠곳고외출한거엿더군....한번이라도 들어갔다간 무슨올가미를뒤로쓸지모르지...그런식으로 약올리고 올가미싕더군 생각할수록 이거..화나네....

    2011.12.16 04:24 [ ADDR : EDIT/ DEL : REPLY ]
  18. 다행이네요 저두 뭔가 찜찜하면 차타고 가다가 다시 집으로가서 문잠긴거 확인 가스 확인하는 습관있어요 ㅠㅠ 젠장
    넘 피곤하다는용 ㅎㅎㅎ

    2011.12.16 10:02 [ ADDR : EDIT/ DEL : REPLY ]
  19. 비밀댓글입니다

    2011.12.16 11:27 [ ADDR : EDIT/ DEL : REPLY ]
  20. 결혼부터 하시죠~~ㅡ ㅁ ㅡ;;
    잘어울리시겠는데....

    2011.12.16 17:24 [ ADDR : EDIT/ DEL : REPLY ]
  21. 우와

    훈훈한 에피소드 잘봤습니다!!!! 감동적이네요

    2011.12.18 03:43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