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뱅이가 해서는 절대 안 될 헤어스타일 이야기이다.

얼마 전 친구가 더 나이들면 못할 것 같다며 과감하게 머리를 실버 블론드 즉 은색으로 염색을 하고 나타났다. 얘기를 듣기로는 그냥 염색이 아니라 검은 머리를 탈색을 하고 다시 염색을 하는 과정을 거치느라 거의 반나절 이상을 미용실에서 보냈다는 이야기였다. 완전 은색에 숏컷 수준의 길이에 뒤와 옆쪽은 바깥쪽으로 약간 뻗히도록 한 과감한 스타일이었다.(아래 사진의 머리와 상당히 비슷해서 사진을 찾다고 놀랬다 ^^;;;;)


미용실에서 손질을 한 그 상태로 만났기에 한 눈에 봐도 완전 세련되고 스타일리쉬한 것이 패션 디자이너인 그 친구의 직업에도 잘 어울렸다. 아, 정말 나이 더 들기 전에 해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졌었다.
 


2주 정도 흘렀나...
갑자기 그 친구가 미용실을 가겠냐고 연락이 왔다. 컷을 잘 하는 것 같아서 다음에 같이 가자라는 말을 하긴 했었는데 2주만에 간다는 것이 이상해서 왜 벌써 가냐고 물었더니 일단 미용실 근처에서 보잔다.

커피숍에 들어가서 친구를 찾았다. 와있다고 했는데...
헉!
검은 뿔테 안경(나름 멋진 거였으나...)을 쓰고 화장도 안 한 얼굴에 편한 사파리를 입고 있는 친구는 ... 아... 말로 하기 어렵다... 커피숍에서 본 친구의 모습은 은발의 멋쟁이 노인이 앉아있는 느낌이였다. 나의 표정을 본 친구는 예상했다는 듯  "거봐, 그래서 머리 다시 하려고. 내가 2 주 동안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들었다."라며 한숨을 쉰다.

평소 화장을 잘 하지 않는데다가 만날 미용실에서 해준대로 뻗힘 머리로 손질할 시간도 없어서 그저 편한대로 다녔다고 한다.

뒤에서 부르는 사람은 할머니라고 하질 않나, 오랫만에 본 사람은 갑자기 아팠냐고 묻고, 어떤 사람은 무슨 심각한 걱정거리가 있길래 머리가 하얗게 세었냐고 하질 않나, 옷이나 액세서리를 사러가면 점원이 쳐다보지도 않고 화장품을 사러갔더니 피부 참 곱다고 연세가 어찌되냐고 묻질 않나...

그러나 이 친구가 재염색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일은 따로 있었단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노약자석 앞에 서있는데 60은 넘어보이시는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시더니 자리를 양보하시더란다. 이 친구 놀래서 아니라고 앉으시라 했더니 할머니가 나보다 훨씬 나이들어보이시는데 어떻게 앉아있겠냐고 하시더란다. 도저히 사실대로 말을 못하겠길래 슬며시 자리를 뜨려고 했더니 할머니가 갑자기 "근데 형님은 피부가 참 좋아보이십니다. 어떻게 관리하세요? 성형했어요? 아님 주사 맞으셨어요?" 그 말에 기절할 뻔했단다.

그 길로 재염색을 결심하게 된 친구의 이야기였다.

우히히히히 낄낄낄 하도 웃었더니 기운이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자주 염색을 하면 머리가 상할 것이니 그냥 잘 꾸미고 다니는 게 어떻겠냐고 했더니 잘 꾸밀 자신도 없고 요즘 하도 바빠서 세수만 겨우 하고 다니는 상태라 어쩔 수 없단다. 겔름뱅이가 할 헤어 스타일이 아니었다며 후회막급이다 하신다.

사실 미용실의 드자이너~ 선생께서도 이런 위험성을 미리 이야기했었다고 한다. 애매한 나이에 이런 머리는 그럴 확률이 꽤 있으니 골드 블론드나 다중색으로 염색할 것을 권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친구 죽어도 실버 블론드를 고집했고 그 결과가 지금인 것이다.

미용실에 갔더니 드자이너 선생 한숨을 푸욱 쉬신다. 탈색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걸 다시 염색하시냐고 머리는 아예 기르면 다 자를 각오를 하고 탈색을 한거긴 하지만 그걸 다시 염색하는 건 너무 아깝지 않냐하셨다.  그래도 이친구 상처가 넘 컸는지 그냥 블랙으로 염색하고야 말았다.

염색이 끝나고 나서 내가 한 한마디는,
음... 젊어보이는군!이었다.
진짜 젊어보였다 ㅋ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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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ㅎㅎㅎ...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어느정도인지 상상은 사실 안되지만 60세 할머니에서
    감을 잡았습니다.....ㅎㅎㅎ

    2011.10.28 10: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은...
    참 무서운 것 같아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ㅋㅋㅋ

    2011.10.28 11:11 [ ADDR : EDIT/ DEL : REPLY ]
  4. 내막을 알고 직접보면 배꼽잡는 모습이겠네요.
    그래도 맘먹은거 한번 해보는 용기는 부럽내요.

    2011.10.28 11: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정말 아무나 도전하면 안되겠어요 ㅎㅎㅎ
    할머니 소리를 들으면 충격이 상당할 듯;

    2011.10.28 11: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왠지모르게 웃음이...ㅎㅎㅎ
    저도 잘 관리못하는 1인이라 별 스타일내기가 어렵네요^^

    2011.10.28 12: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푸하하하하~~ 직접 본 적이 있어서 더 재미나게 읽었어요.ㅎㅎ
    버스에서 머리가 새하얀 사람의 뒷모습이 보여서 당연히 할아버지겠거니 하고 보고 있었는데
    고개 돌린 얼굴이 20대 청년이더라구요.ㅋㅋ
    그 청년도 다시 염색하지 않았을까 싶어요.ㅋㅋㅋㅋㅋ

    2011.10.28 12: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웃지만은 못할 이야기이네요.^^ 은발의 멋쟁이 노인이라, 역시나 튀는 은발은 아무나 도전하면 안되겠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재밌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네요.^^

    2011.10.28 12:45 [ ADDR : EDIT/ DEL : REPLY ]
  9. ㅋㅋㅋㅋㅋ진짜 함부로 멋내면 큰일나죠 ㅋㅋㅋㅋㅋ

    2011.10.28 12: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비밀댓글입니다

    2011.10.28 16:47 [ ADDR : EDIT/ DEL : REPLY ]
  11. 비밀댓글입니다

    2011.10.28 16:47 [ ADDR : EDIT/ DEL : REPLY ]
  12. 멋쟁이 들은 따로 있는가 봅니다..저는 가끔 머리를 3부정도로 밀고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지만 용기가 없어 못하고 있습니다..^^

    2011.10.28 19: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푸하하하하 너무 재미있는데요 ㅎㅎ 한참 웃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11.10.28 20: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와~ 그 친구분 용기가 대단하시군요..
    은색머리... 그래도 나이들기 전에 해봤으니 된거 아닐까요?

    2011.10.29 00: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저도 파격적인 헤어스타일 좋아는 하지만 염색은 정말 고민을 해봐야한다는;;;ㅎㅎㅎㅎㅎ

    2011.10.29 03: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파격이 부른 역풍이 엄청났군요~~~
    친구분이 정말 쓰라린 경험을 하셨네요.

    2011.10.30 15: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ㅋㄷㅋㄷ 파격변신은 함부러 해서는 안되는 것이군요...ㅎㅎ

    2011.10.30 17: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헤어스타일도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되는거 같더라구요..ㅋㅋ
    특히나 실버는 오해받기 딱 좋은..^^:

    2011.10.30 18: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컥...머리카락이 남아나질 않았을 듯...
    이소라의 헤어스타일을 보며 왠지 반 삭발을 이해 할 것 같다는 소리 했는데...
    물론 그런 이유는 아니었겠지만...그 분은...
    암튼...전 대학교때 심한 탈색으로 머리 다 녹았었거든요 ㅋㅋ

    2011.10.31 07: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블로그 소재가 정말 재밌는 소재여서 자주 들르겠습니다.
    글도 정말 재밌게 잘 쓰시네요 !

    2011.11.03 12: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ㄷㄷ..모국을깔보다가.ㅇ.

    2011.12.30 12:43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