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사는 이야기2011. 11. 8. 08:35

 
부슬부슬 비가 내린 일요일 오전의 일이다.

우산을 쓰고 걸어가고 있는데 10m 쯤 앞에 어렴풋이 고양이가 누워있는 듯했다. '아니 저 냥군은 비오는 데 왜 저기 누워있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가까이 갈 수록 심상치않은 느낌이 났다.

한 건물 외부의 넓은 계단에 있는 고양이는 축 늘어진 뒷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비가 들이치고 있는 바닥에는 고양이 피로 보이는 붉은 것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더 가까이 가서 보니 고양이 사체는 이미 피 웅덩이 위에 있는 상태였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버렸다. 고양이의 등만 보이는 상태라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무서워서 더이상 쳐다볼 수가 없어서 외면을 하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 2~3분 정도 거리에 있는 집에 들어왔으나 가슴은 더 뛰고 마음이 너무나 아파왔다.

얼핏 본 뒷모습과 머리의 털 색, 고양이의 크기로 보니 이 동네의 대장격으로 보이던 큰 길고양이 같았다. 가끔 동네 인심좋은 고기집 앞에서 다른 길냥이들과 함께 밥도 얻어 먹고 그 주변에서 낮잠을 자는 걸 여러번 봤었다. 외부로 테이블이 있는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다보면 안으로는 안 들어오고 밖에서 얌전히 앉아있는 게 귀여워서 나를 포함한 다른 손님들도 한 점씩 나눠주곤 했던 그 고양이인 듯했다.


고양이들이 그렇게 죽을 때까지 서로 싸울 거 같지는 않았고, 건물 외부이지만 차가 올라갈 수 없는 계단참에 사체가 있는 걸로 봐서 교통사고 같지도 않았다. 어찌 되었던 피의 양으로 봐서 죽은 것 같았는데, 죽은 이후에도 누군가에게 불쌍하다고 여겨지기 보다는 나처럼 무섭다거나 혹여나 재수없다라는 생각을 갖게하면 고양이로서는 너무나 슬플 것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동물의 사체를 치워본 적도 없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절차도 알지 못하지만 일단 구경거리가 되면 안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 있는 큰 박스 하나를 테이프로 붙였다. 겁도 많고 방법도 몰라서 치워줄 자신은 솔직히 없었지만 덮어주기라도 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다시 나가는데 비가 더 심하게 퍼부었다. '너 가는 길에 하늘도 슬퍼서 울어주나보다. 위안으로 삼고 잘 가.'라는 말을 하며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앞에서 본 모습은 너무나 처참했다. 언뜻 보기에도 앞 가슴 부위가 온통 피로 물들어있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가, 나라도 그 마지막 모습을 봐주면 고양이가 가는 길이 편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뇌리에 남기고 기도라도 해야겠다 하는데 옆에서 한 아주머니가 아는 척을 하신다.

"아가씨 아는 고양이야?"
"아뇨, 저도 지나가다가 보고 안 됐어서 가려주기라도 하려구요."
"나도 좀 전에 보고 너무 안 됐어서 우리 남편에게 치워주자고 했어. 휴일이라 건물 사람들도 없는 것 같고 하루 종일 저렇게 있으면 너무 불쌍하잖아. 또 누가 협오스럽다고 난리라도 치면 더 슬플테고."
이어서 남편이라는 분이 박스 하나와 큰 비닐 봉지와 물 한 양동이를 들고 오시며, 부인에게 물을 좀 더 떠오라고 하신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남편분은 험한 욕을 하시며, 이 녀석 아마도 흉기에 찔려서 죽은 거 같으시단다. 찔린 듯한 상처가 여러 개인데 이빨 자국 같지는 않다며, 의사도 아니고 잘 모르지만 지들끼리 싸운 거 같진 않다고 하신다. 내가 보려고 나설까봐 말리시면서 이런 거 보는 거 아니라고 하신다. 당신도 보고나서 이렇게 슬픈데 아가씨 보고 나면 며칠 잠 못 잘거란 말씀을 하신다. 

"옆에서 이 녀석 잘 가도록 기도나 해요. 사람한테 죽임을 당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기도해주면 이 녀석, 사람을 조금이라도 덜 미워하지 않겠어요?"라신다.

어떤 미친놈인지 모르겠지만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되는데 경찰에 신고라도 할까요?라고 했더니 애완동물도 문제가 생기면 재물로 생각되는 세상에 길고양이가 죽었다고 수사를 하지는 않을 거 같다는 말씀을 하신다. 하지만 비슷한 일이  또 있으면 동사무소든 경찰이든 신고를 해야겠지라신다. 힘없는 동물을 그렇게 죽인 인간은 언젠가 더 큰 화를 당할거라면서 분노의 말씀도 덧붙이셨다.

비닐 봉지에 먼저 사체를 수습하신 후에 박스에 담아 두시고는, 양동이의 물로 피를 씻어내셨다. 비가 들이치는 정도라 피를 씻기기는 어려웠는데 그것까지도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매주 등산을 가시는데 이번주는 비가 와서 쉬고 있었는데 이 녀석 때문에 낮은 데라도 가야겠네 라며 한숨섞인 허탈한 미소를 지으셨다.  

잘 묻어줄테니 걱정하지 말라신다. 아가씨는 기도나 해요 라고 또 덧붙이신다.
고양이와 두 분을 위해서도 같이 기도하겠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따뜻한 분들 만나서 너의 마지막은 흙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구나.
고양아 잘 가.
다음 생에는 더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로 태어나렴...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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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네오나님 고맙습니다.
    무섭다고 그냥 외면해버리지 않으시고 사체를 거두어주셔서요..

    힘없는 동물을 그렇게 해코지하는 인간..
    그런 인간을 가만 두시는.. 그렇게 사랑이 많으신 신이라면 저는 절대 부정할 겁니다.
    저 고양이가 뭘 어쨌다고 무참히 죽인단 말이야..
    가슴이 분노로 발랑발랑 뜁니다.
    망할 인간..

    2011.11.08 08:57 [ ADDR : EDIT/ DEL : REPLY ]
  3. 그들도 생명인데 삶의 마지막 순간이 너무나 쓸쓸하네요.
    그래도 그 시신을 거두어 주시는 마음 따뜻한 분들이 있어 저 세상 가는길이 덜 춥겠네요.
    어떤 사람들이 저 고양이에게 몹쓸 짓을 한건지 정말 안타깝네요.

    2011.11.08 09: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사실 전 좀...무서워하는 편인지라...고양이든...개든 ㅜㅜ

    그래도....이런건 아닌데 말이죠 ㅠㅠ

    2011.11.08 09: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쉬운일 아니죠..'
    저는 하고 싶어도 워낙 겁이 많아서 사람 불렀을꺼예요..

    2011.11.08 09: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네오나님 같은 마음을 가지신 분들이 또 있었네요.. 어찌 죽었는지 속사정은 모르지만 참 씁쓸합니다..

    2011.11.08 09: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아..너무나 맘이 아파요....ㅠㅠㅠㅠㅠ
    설마 아니겠지 했는데 역시 사람짓이었던걸까요....
    정말 너무나 맘이 아파요, 도대체 그 고양이가 무슨짓을 했다고.....

    네오나님과. 그 아줌마 아저씨덕분에..그나마..마지막 길이라도 덜 아프게 갔을까요...
    아 아침부터 눈물이 나네요 ㅠㅠㅠㅠㅠㅠ
    사람이 가장 무섭습니다...

    2011.11.08 09: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아니...정말 어떤 미친...

    말 못하는 작은 동물에게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네요.

    정말 사악한 어떤 인간인지...무사히 살기 힘들 것 같네요..정말..나빠

    불쌍한 고양이 ~~

    2011.11.08 09:25 [ ADDR : EDIT/ DEL : REPLY ]
  9. 흉기로 찔렸다니요 ㅠ.ㅠ 혹여나 글 읽으면서 길가에 놓은 쥐약같은걸 잘못 먹었나..
    싶다가도...왠 피...교통사고인가 해도 아니고...너무 끔찍하네요 정말 ㅠ.ㅠ
    그래도 네오나님과 따뜻한 이웃분들 덕에 아프지만 좋은곳 갔을거예요~
    한동안 계속 생각나실까 걱정이네요~ㅠ.ㅠ
    기분좋은 생각만 하시고...행복한 하루되세요~
    -by 아내-

    2011.11.08 09: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인간이 참 잔인하네요.
    지난 일요일에도 로드킬 참 많이 보고 왔는데 말이죠. ㅜㅜ

    2011.11.08 09: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네오나님과 아주머니,아저씨같은 분이있어 길고양이의 주검이 외롭지 않았을것 같네요.
    좋은일 하셨습니다.

    2011.11.08 09:41 [ ADDR : EDIT/ DEL : REPLY ]
  12. 애구~ 안타깝군요
    화요일을 화사하게 보내세요~

    2011.11.08 09: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동물을 싫어하는 편이라 산 것도 죽은 것도 별론데...
    그래도 죽은게 그대로 방치돼 있는 건 여간 마음 쓰이는게 아니더라구요.
    다행이네요, 이렇게 흙에 묻어준 이들이 있어서요...

    2011.11.08 09:54 [ ADDR : EDIT/ DEL : REPLY ]
  14. ㅠ,ㅠ

    저도...고양이를 가까이에서 오래도록 본적이 없어서
    아마....
    큰맘을 먹고 나갔을꺼 같아요.....ㅠ.ㅠ
    다행이지만...
    고마운분들과 네오나님이 마지막을 돌봐줘서 다행이지만....
    ㅠ.ㅠ

    너무 부끄럽습니다....
    ㅠ.ㅠ

    2011.11.08 10: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대체 누가 그런건지...
    정말 인간이 제일 잔인한 동물인걸 새삼 느껴보네요

    2011.11.08 10: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사체를 거두어 주셨군요.. 좋은일 하셨네요..
    전 어릴때 죽은 고양이를 봤었는데 그모습이 너무 처참해서
    그후론 동물사체 보지도 못해요...
    뒷마무리까지 책임지시겠다는 아주머니 아저씨도 복받으실거에요..

    2011.11.08 10:46 [ ADDR : EDIT/ DEL : REPLY ]
  17.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랬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그래도 네오나님, 아저씨 아주머니 때문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을거라 생각합니다.

    2011.11.08 11: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길냥이들 마지막이 너무나도 안타깝네요...ㅜㅜ

    2011.11.08 12: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아, 눈물 나는 이야기...ㅠㅠ
    세상에 사람만큼 모질고 잔인한 동물이 있을까요.
    네오나님과 맘씨 고운 아주머니 아저씨 같은 분들 때문에 그저 살아갑니다.
    야옹아~고양이 별에서 평안하렴.

    2011.11.08 13: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이세상에서 제일 무서운동물은 인간이 아닐까싶습니다.
    정말 저런짓을하고 죽어서 어찌할지...
    네오나님과 아주머님과 같은 분들이 있어 아직 세상이 따뜻한것 같네요...

    2011.11.09 09: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김나경

    저희동네길고양이가 어제밤에
    담배빵을 앞팔과 가슴부분에 당해서
    죽어있는걸 봤어요 어떻게하면좋을까요...제가밥주던 야옹이는 아닌데
    동사무소에연락하면돼나요

    2012.05.13 13:03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