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엄마와 함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유독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아줌마가 있었다. 5 명 정도의 일행이었는데 모두가 목소리가 큰 건 아니고 한 명의 목소리가 너무나 컸다.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 내용을 모두 들을 정도로 목소리가 컸고 히스테릭한 웃음소리 때문에 이만저만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교양을 차림새로 전부 알아챌 수는 없지만 겉보기에는 꽤 우아하고 교양 있어 보이는 여성이었는데 저런 큰 목소리로, 일반적인 대화를 소리를 지르듯이 하는 것이 이상해 보였다.

 

왜 저렇게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걸까? 했더니, 엄마는 그 사람은 아마 평소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큰소리를 내는 게 습관화 된 걸꺼야 하신다. 설마 하는 내 답에 엄마는 다는 아니겠지만 종종 아주 멀쩡한데 집에만 가면 아무도 자기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저절로 목소리가 커지는 경우가 있어.  나도 그랬었어. 너희 아빠는 만날 바쁘고, 너희들은 엄마 얘기라면 잔소리로만 들으면서 피하고. 너도 그랬잖아?’ 하면서 웃으신다.

 

덜컹했다. 그랬다. 때로 엄마한테 전화가 와도 바쁘다고 하고 그냥 끊기 일쑤였다. 지금은 그나마 개과천선해서 엄마랑 밥도 먹고 쇼핑도 다니고 하지만 몇 년 전에는 엄마와는 집에서 마주치는 게 다였다. 이야기는 정말 필요한 이야기만을 나누고 그것도 아주 최소화하던 시기가 있었다.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소리를 지르게 되고 목소리가 커진다

갑자기 선배 하나가 생각났다.  결혼해서 12살 정도된 아들이 하나 있는데 어느날인가 전화 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아들을 향해 얼마나 소리를 살벌하게 질러대던지 너무 놀랬다. 세상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슬쩍 미소나 흘리고, 다정하게 사근사근하던 선배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다니. 그것도 별 내용이 아닌 씻고 기다리면 엄마가 뭔가 해결해 주겠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정말 무서울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언니 나 넘 놀랬잖아.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 애도 놀랬겠다.’했더니 이렇게 안 하면 말을 안 들어. 옆에 있어서 무슨 소리인지 다 알아들으면서도, 소리를 지르고 무섭게 얘기를 안 하면 안 들어. 나도 이렇게 소리지르는 내가 싫어.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라며 한숨을 쉬었었다.  문제는 남편도 언니가 큰 소리로 얘기하지 않으면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러라도 소리를 내야 그제서야 뭔가를 듣는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본인들의 가족 생활에서는 이게 습관화 됐기 때문에 이상한 것을 몰랐단다. 그런데 외부인이 보고는 몇 번 이상하다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악순환이라는 생각도 하는데 고쳐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주부로서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고 살려고 하는데, 사회적인 접촉 시간이 줄어들고, 그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남편에게, 자녀들에게 무시되거나 소외되고, 집안에서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듣는 이가 없으니까 점점 목소리가 크고 소리를 지르게 되고, 그게 계속 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외부에서도 점점 목소리가 커진다는 것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가족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즉 대화를 나누기가 어려워진 여성들은 점점 목소리가 높아지고 소리가 커지고, 듣는 이는 그것을 피하고 이것은 악순환을 불러 일으킨다.

 

물론 그저 예의에 무지해서 그저 소리를 지르며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그저 에의가 없는 것이지 그 개인에게는 문제가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점점 목소리가 높아지고, 짜증섞인 말투가 되고, 급격하게 소리를 지른다면 다른 이유와 함께 그녀가 가족간에, 집단에서 소외되어 외롭지 않은지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덧붙임: 아울러 진짜로 청력이 손상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노화되는 신체의 부위는 사람마다 다른데 청력의 노화가 일어나는 사람도 많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신다면 이비인후과 검진을 받아보시게 하는 것도 좋다.

 

이전에 알던 아주머니가 유독 전화할 때만 목소리가 커지시길래 이상하다 하고 살펴봤더니 소리가 전화기 소리가 최소로 셋팅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어머니의 전화기도 한번 살펴봐 드리자.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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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그래요..ㅋㅋㅋ
    말이 많은 사람은 불만이 많다는 얘길 들은적이 있는데..
    목소리 큰건 외로운거군여..^^ 친구가 그립습니다..ㅠㅠ

    2011.06.10 11: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인간 모두 근원적 외로움은 있지만 아무래도 주부의 외로움은 또 다른 측면인 거 같아요.
      남편은 남편대로 외로움이 있겠으나...ㅎ

      2011.06.11 13:10 신고 [ ADDR : EDIT/ DEL ]
  2. 굉장히 비슷한 맥락으로 저희 시댁 가족들을 들수가 있을것 같아요 ㅎㅎ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맥락이요 ㅎㅎ)
    4남매라서 목소리 작은 놈은 시엄니의 관심을 못갖게되니
    4남매가 목소리가 다들 쩌렁쩌렁 합니다.
    어려서 버릇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남아있더라구요.. ^^

    2011.06.10 12: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어떤 상황인지 너무나 절실하게 와닿는 걸요 ㅎㅎ
      일단 목소리가 커야 관심을 끌게되니 말이죠.
      하지만 그 시댁은 무척 유쾌한 가족이라 그것마저도 즐거울 거 같아요 ㅎㅎ

      2011.06.11 13:11 신고 [ ADDR : EDIT/ DEL ]
  3. 위 사진의 인형도 매우 외로워 보입니다
    오늘은 즐거운 금요일~ 주말을 멋지게 보내세요~

    2011.06.10 13: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사진의 임팩트가 정말 강하네요...
    멋진 주말 보내시구요!
    글 잘 읽고 갑니다^^

    2011.06.10 15: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웃긴 글인줄 알았는데 아니에요''ㅎㅎ

    네오나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11.06.10 16: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서로간의 대화가 무엇보다 소중하겠지요.
    비가 옵니다.
    주말 잘 보내시구요.

    2011.06.10 17: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자세가 많이 필요하군요. ^^

    2011.06.10 18: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좋은 말씀이십니다. 하는 것보다 듣는 걸 잘 해야하는데 그게 쉽지만은 않은 거 같아요 ^^

      2011.06.11 13:14 신고 [ ADDR : EDIT/ DEL ]
  8. 가족의 관심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네요..

    2011.06.10 20: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하는데..
    우리 사회는 점점 외로운 존재가 늘어나는 것 같아요..

    2011.06.10 20: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잘보고 갑니다.행복한 시간이 되세요

    2011.06.10 20: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노인분들 의외로 전화기 소리 작으면 그냥 모르시고 쓰시는 분들 많드라구요. 좋은밤 좋은꿈 꾸시고 재밌는 주말 보내시기 바래요 ^^

    2011.06.10 22: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많으시더라구요. 글에 쓴 그 분은 청력검사까지 받고 더 이상해 하셨던 분이거든요 ㅋ

      2011.06.11 13:16 신고 [ ADDR : EDIT/ DEL ]
  12. 주부라면 목소리가 먼저 커지는것 같습니다.
    수줍어하던 여고생도 어느덧 나이가 들어 결혼해서 애둘정도 나아 기르면 목소리 부터 커지더군요
    애들을 다룰려면 어쩔수 없나봅니다. 특히 애가 사내애라면 더하죠
    본인은 모르지만 어느덧 쩌렁쩌렁 목소리를 내고 있게되지요
    그게 인생사일겁니다. ^^

    2011.06.10 23: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들만 둘 있는 집은 대부분 소리가 커지더군요 ㅎ
      자연스러운 일상이긴한데 그래도 주부의 생각과 느낌, 입장을 잘 돌아봐줬으면 합니다 ㅎ

      2011.06.11 13:18 신고 [ ADDR : EDIT/ DEL ]
  13. 말을 듣고보니 정말 그럴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서로간에 관심을 가져야 할텐데 무관심이
    문제지요..

    2011.06.10 23: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특히 전업주부인 경우에는 점점 목소리가 커져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사실 목소리 큰 게 뭐 문제겠어요. 그 저변에 깔린 불만이 더 문제일 거 같아요.

      2011.06.11 13:19 신고 [ ADDR : EDIT/ DEL ]
  14. 답방 늦어 죄송합니다.
    어젠 집안에 애사가 있었습니다.
    목소리 큰사람들에게 한번쯤 생각하고 대화 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네요
    잘 배웠습니다.

    2011.06.11 06:45 [ ADDR : EDIT/ DEL : REPLY ]
    • 별 말씀을요. 편할 때 편하게 다녀가세요 ^^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슬픈 마음 잘 진정되시길 바랍니다.

      2011.06.11 13:21 신고 [ ADDR : EDIT/ DEL ]
  15. 그렇군요..사실 집안에만 있다보면 그렇게 될 수있을것 같습니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많은 이웃분들과 왕래하고 소소한 일상이야기를 많은분들과 나누었음 해요.
    청력문제는 저도 간과했었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2011.06.11 09:08 [ ADDR : EDIT/ DEL : REPLY ]
    • 소소하고 담담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는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가족 안에서도 중요하겠고, 이웃간에도 서로서로에게 관심 갖고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다면 좋을 듯합니다 ^^

      2011.06.11 13:22 신고 [ ADDR : EDIT/ DEL ]
  16. ㅇ ㅏ ...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희 어머니 말씀을 잘 들어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1.06.16 03: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