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밥사, 양희은의 밥을 먹는 모임이라고 했나.
이번 놀러와는 양희은의 데뷔 40주년 기념 축하 자리였었다. 양희은이 먼저 놀러와 제작진에게 의뢰를 했다는데 그녀답다. 예전 예능프로그램을 질색했던 그녀지만 절친들과 몇 번 출연하더니 예능에도 좀 익숙해졌나보다. 아니 세시봉에 잠시 출연했던 것으로 마음에 들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양희은의 데뷔 40 주년 기념이라는 콘셉트나 성격이 잘 맞아 떨어진 듯하다. 양희은과 그녀의 동생인 양희경이 대모의 느낌으로 초대되었고, 일명 양밥사 멤버라고 하는 이성미, 박미선, 송은이가 출연했다. 워낙 말로는 누구에게도 지지않는 멤버들이라 MC들은 그저 정리만 하면 되는 분위기였다.


양희은, 이성미가 항상 그랬듯이 솔직하고 직설적이며 무차별 공격이 자행되는 자리였지만 서로가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편안한 자리였다. 선배가수라고 무조건 추켜올리지도 않고, 존경을 가장한 칭찬 퍼레이드 같은 것도 없고 그저 편안하게 그녀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그녀들이 듣고 싶은 노래를 청해 듣기도 하면서.

그러다가 양희은의 노래들을 모아서 하나의 역사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는데, 참 좋은 노래가 많았다. 한 때 많이 불렀었고, 많이 들었었고, 들을 때마다 울컥했었던 그런 노래들이 참 많았다. 대학 신입생 때 우연히 혼자서 동아리 건물을 지나가게 되었을 때 처음 들었던 늙은 군인의 노래. 듣는 순간 가슴이 뜨거워지던 그 노래가 왜 금지곡이 되었는지, 왜 투사의 노래로 바뀌어서 불리웠는지 짧고도 어이없는 시대상을 들었다. 그때는 그랬었구나.


세월이 묻어나는 노래와 세월이 담긴 이야기들, 때로 웃기고 하고 때로 다정하기도 하고 때로 슬프기도 했던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풀어나간 놀러와는 한 사람의 40주년 기념을 주제삼아 마련한 자리치고는 꽤 그냄새가 진했다. 그녀들이 살아온 삶의 질곡이 만만치않아서 이기도 했겠지만, 그녀들의 오래되고 진한 관계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내 젊었을 때 이런 영광을 누렸었지 보다는 내 어릴 때 이런 어려움이 있었지가 대부분이었던 이야기였지만 그것을 극복하게 해준 가족간의 정, 친구의 정을 편안하게 웃음을 섞어서 풀어낸 이야기들이라 담백한 듯하면서도 진한 삶의 냄새가 났었다. 양희경이 언니를 병원에 데려가고, 대수술을 하고, 위기의 순간을 넘기고, 3개월의 선고를 받는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만약 양희은이 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른 세상으로 갔더라면 우리의 마음속에 제니스 조플린의 그 느낌으로 남아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봤다. 아무리 제니스 조플린 보다 더한 존재였어도 살아있는게 훨씬 더 좋았다. 살아서 한계령도 어허야둥기둥기^^;;도 불러줬으니까.

사실 내가 처음으로 국내 여가수의 앨범을 산 것이 한계령이 들어있던 찔레꽃피면 앨범이었다. 릴리즈 된 그 해에 산 것은 아니고 7~8년 쯤 지나서 산 듯한데 LP로 사서 정말 많이 들었었다. 더 정확히하자면 지금까지 다른 국내여가수의 앨범을 산 적이 없다. 나의 극도로 편협한 음악적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양희은의 그 앨범을 사고, 백구가 들어있는 다른 컴필레이션 LP 한 장을 선물 받은 것 외에는 없다. 물론 음원으로 다운받아서 듣는 것은 있지만 아무래도 앨범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그 애정도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지금은 LP들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 특유의 정겨운 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시 들으니 꽤 좋다. 서정적인 노랫말도 좋고, 강약이 확실한 양희은의 노래도 좋다.  노래를 잘 한다 못 한다 차원을 논하기는 어려운 사람의 노래인지라 그저 듣고 느끼기로 만족스럽다. 아무튼 양희은의 노래를 좀 더 오래 많이 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늙은 군인의 노래를 삽입했는데 후에 녹음한 것인지 예전에 들었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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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이 프로도 언제 다시 봐야하겠어요
    화요일은 화이팅하세요~~

    2011.07.05 09: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와 벌써 40주년이라니...ㅎㅎ 나중에 꼭 다시 봐야겠어요 ㅎㅎ

    2011.07.05 09: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양희은씨 노래는 자주 들어보지 못했네요.. 라디오 DJ가 더 익숙합니다..
    노래도 잘 들었습니다..^^

    2011.07.05 10:02 [ ADDR : EDIT/ DEL : REPLY ]
  4. 노래 잘 들었습니다.
    날씨가 더워집니다.
    몸 관리 잘하시어 건강한 하루보내시기바랍니다.

    2011.07.05 10:14 [ ADDR : EDIT/ DEL : REPLY ]
    • 감사합니다. 더운 날들이 연속이라 조심해서 다녀야하는데...덕분에 다시한번 새겼습니다 ㅎ

      2011.07.06 21:47 신고 [ ADDR : EDIT/ DEL ]
  5. 부산에서는 놀러와를 정규방송으로 볼수가 없기에.. 나중에 다시 봐야겠어요.....
    잘보구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11.07.05 10: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꽤 유명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는데 정규편성이 아니었군요. 담에 기회됨 한 번 봐주세요 ㅎ

      2011.07.06 21:48 신고 [ ADDR : EDIT/ DEL ]
  6. 어제 놀러와 보고 싶었는데 피곤해서 못봤습니다. 덕분에 잘 보고 가요~

    2011.07.05 11: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양희은도 어느새 벌써 할머니가 되었네요 ㅠ

    2011.07.05 11: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아..어제 재미있었겠어요.
    전 그냥 안녕하세요 보다가 그마저도 끝까지 못보고 잠들었는데...
    볼걸 그랬네요.

    2011.07.05 12: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안녕하세요는 볼 때 계속 보다가 요즘 몇 주는 못봤네요 ㅎ 잠이 올 때는 무조건 주무셔야해요. 잘 하셨습니다 ^^

      2011.07.06 21:49 신고 [ ADDR : EDIT/ DEL ]
  9. 오랜만에 늙은 군인의 노래를 들어봅니다..
    정말 템포가 많이 느리네요...예전에 귀에 익숙했던 맬로디가 아니네요..

    2011.07.05 14: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쵸? 예전에는 민중가요로만 들어서 그런지 훨씬 빠른 템포로 기억하거든요. 아무튼 진득하니 들어보니 또 좋습니다 ^^

      2011.07.06 21:50 신고 [ ADDR : EDIT/ DEL ]
  10. 양희은, 그의 이름을 빼고는 우리 가요사를 말할 수 없겠지요.
    한 번 봐야겠습니다.

    2011.07.05 14: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맞습니다. 다른 가수하고는 구분되는 독특함도 그렇고 민중이라는 단어와 가장 가까운 노래를 많이 부르기도 했었구요.

      2011.07.06 21:51 신고 [ ADDR : EDIT/ DEL ]
  11. 송은이가 요즘 다시 새록새록 피어나네요. 얼른 시집가서 잘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011.07.05 15: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ㅎㅎ 송은이 팬이세요? 술 먹고 주차장에서 아직도 주무신다는 소문이 있던데...ㅋㅋ

      2011.07.06 21:51 신고 [ ADDR : EDIT/ DEL ]
    • 팬은 아닌데 그냥 왜소해서 그런지 사랑받으면서 전업주부로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2011.07.06 22:21 신고 [ ADDR : EDIT/ DEL ]
  12. 잊고 있던 양희은씨네요..!
    오랫만에 노래도 듣고 하니 너무너무 좋아요!
    잘 보구 갑니다^^

    2011.07.05 15: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오랜만에 들어봐도 괜찮죠? ㅎ
      좋은 노래 많이 불러주길 기원하고 있습니다.

      2011.07.06 21:53 신고 [ ADDR : EDIT/ DEL ]
  13. 양희은씨가 데뷔한지 어느새 40주년이나 되다니..
    정말 시간 빠르네요..ㅋㅋ

    2011.07.05 16: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양희은, 양희경 자매들 항상 좋은모습 보여줘서 좋아합니다~

    2011.07.05 22: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두 자매의 모습을 보면 항상 기분이 좋아져요.
      울언니랑 왜 요렇게 안 될까 살짝 고민도 하구요 ㅋ

      2011.07.06 21:54 신고 [ ADDR : EDIT/ DEL ]
  15. 저의 세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옛 노래 역시 좋습니다 ㅎㅎ
    왠지 그 시절을 느낄 수 있다는 ^^

    2011.07.06 02: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딱히 세대와 상관없이 들을 수 있는 노래인 거 같아요.
      그녀의 세대인 분은 여기에는 극히 드물지 않을까요 ^^;;;

      2011.07.06 21:55 신고 [ ADDR : EDIT/ DEL ]
  16. 양희은씨 언제나 힘찬 목소리가 좋았어요~ 저는 양희은씨의 젊은시절의 노래를 듣지 못했지만 뭔가 힘찬 큰고모같은분같아요~ㅎ

    2011.07.06 02: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양희은 씨 나오는 것 봤는데 역시 대단한 가수였어요

    2011.07.06 07: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전 이프로를 못보았지만 양희은 팬입니다. ^^

    2011.07.06 08: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양희은씨.
    정말 저도 살아있는 음악계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
    방송을 보지 못해 안타깝지만 네오나님 글을 읽으니
    그리운 추억과 많은 이야기거리들이 절로 전해져오는것 같네요..

    2011.07.06 09: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전 울엄마가 여자가수 노래 듣는 거 첨 봤었거든요.
      만날 남자 가수 노래만 들으시는데...ㅎ 그 분이 바로 양희은씨였어요. 그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잔잔하기도하면서 꽤 웃기는 이야기도 많았어요.
      담에 편안하실 때 함 다시보기로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ㅎ

      2011.07.06 21:58 신고 [ ADDR : EDIT/ DEL ]
  20. 뜻깊고 재미도 있는 시간이었겠어요~
    양희은씨 참 좋아하는데 저도 다시보기로 봐야겠네요^^

    2011.07.06 18: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다시보기라는 게 없었음 어쩔뻔했나몰라요 그쵸?
      본방사수를 덜하게 되지만 그래도 말이죠 ㅎㅎ

      2011.07.06 21:59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