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만남을 갖고난 후에 매번 무엇인가 묵직한 것이 가슴을 짓누른다면 그 만남은 지속되기 어렵다.
지인 중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네 명의 같이 만나는 친구 중 한 명인데, 집이 가까워서 나와는 둘만 따로 만나기도 한다.

대체로 여자 친구들은 만나면 만날 수록 수다 떨 내용들이 많아진다. 공유하는 내용도 많아지고 그게 꼬리를 물면서 지속적인 대화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오랫만에 만난 친구는 어쩌면 조금은 어색하고 조금은 공유할 내용이 부족해서 서먹함을 느끼게 된다. 이 친구는 비교적 자주만나니 정상적인 경우라면 만날 때 마다 수다가 꼬리를 물어야한다.

그런데 이 친구와 만나면 대화가 되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내가 맞장구를 치거나 받아서 내 의견을 이야기할만한 소재가 아닌 게 가장 큰 문제인데, 그도 그럴 것이 그 친구의 선배의 회사의 사장 이야기 또는 그 친구의 선배의 회사의 후배의 남편이야기 등등 난 알지도 못하고 누군지 감잡을 수도 없는 머나먼 관계, 사돈의 팔촌보다 더 먼 관계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자니 우선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만약 그 이야기가 내가 아는 사돈의 팔촌이 버스를 타고 가다가 복권을 주웠는데 그게 100만원에 당첨 됐다네...너 같음 어떻게 할거야? 뭐 이딴 특이한 경우나 흥미로운 경우나 독특한 이야기라면 물론 상관없겠다. 하지만 이 친구의 이야기는 그저 그네들의 흉을 보는 것이다. 그 사장 싸이코래, 그 후배 남자친구랑 헤어졌대 그런데 이유가 그 후배가 못돼서그렇다네...등등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인데 아주 관심 없는 이야기인데다가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그 이야기가 대부분 부정적인 이야기라는 것이다.

들으면 들을 수록 기운이 빠지고 흥미도 잃게되어서 언젠가는 한 번 이야기를 했다. 너에 대한 이야기, 너의 느낌, 너의 생각을 이야기하자고. 관계도 없는 사람들의 뒷담화는 관심없다고. 그랬는데도 또 자기가 만나는 다른 그룹의 사람들의 뒷담화를 해대기 시작한다. 도대체가 들을 수가 없어서 몇 번의 만남 뒤에 '너 어디가서 우리 욕은 얼마나 하고 다니니?"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 했다.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될 수 밖에 없었다. 우리와의 만남 이후 어디서 우리의 욕을 하고 다니지 않을까?

이 친구는 왜 매번 남들의 뒷담화를 할까?
그 가장 큰 심리는 자심이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그들이 하는 행위들이 자기가 보기에 허접하고 허술하고 저질스러우니 자기가 봐주는 듯, 그들을 구제해 주는 듯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고 그들이 그렇게 허접하고 허술하고 저질스러운 인간들과 같이 있는 인간은 어떤 인간일까? 라고 생각했었다.

자신보다 못한 인간들을 사귄다고 하고, 그들을 자기가 보살펴 주는 것 마냥 행동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동일리가 없다. 그런데 사실 그 허접하고 허술하고 저질스러운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가 진실이 아닐 것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 계기는 그 중 한 명을 먼 관계이긴 하지만 알고 있었는데 결코 그런 인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로 확인하려 했더니 어렵지 않게 진실을 알 수 있었고, 많은 사실이 진실과 어긋나있었다. 뒷담화의 대부분은 그저 뒷담화가 아니라 거짓이 섞인 소설의 일부였다는 것이다. 처음에 했던 어떤 이야기들은 진실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듣는 이가 별로 반응이 없자, 아니면 반응이 무척 좋자 그와 연관된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냈었나보다.


어찌보면 이 친구는 무척이나 외로운 친구일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과장하고 꾸며대야할 정도로 남들과의 만남이 그리웠던 것일 수도 있고, 무엇인가 이야기를 안 하면 자신이 따돌려진다고 생각할 만한 상처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상처나 남의 부정적인 측면을 떠벌이고 다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야기를 과장하고 거짓으로 꾸며대는 것은 분명 습관이다.  더군다나 그 이야기가 부정적인 이야기라면 특히나 나쁜 습관이다. 이 친구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면 엄청난 오해가 생겼을 것이고, 멀쩡한 사람을 사기꾼으로 알 수도 있었고, 잘 사는 부부가 이혼이라도 할 것처럼 싸운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호의로 돈을 빌려준 친구를 고리업자로 알았을 것이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대체로 무지 재미있다. 때로 가벼운 뒷담화라면 재미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당연히 사실에 기인했을 때 이야기이다. 아무리 진실이라 할지라도 모든 이들의 치부를 별로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다.

남들의 뒷담화를 일삼는다는 자각이 있다면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결코 자신에게 진심을 털어놓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어야한다. 그리고 자신을 좋아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것도.

이 친구에게는 이런 습관을 본인이 가지고 있음을 이미 이야기 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이 뒷담화 여인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을까? 그것도 궁금하다.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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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1.07.25 09:42 [ ADDR : EDIT/ DEL : REPLY ]
  2. 이런 사람과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죠.
    듣기 좋은 꽃노래도 얼 번 들으면 지겹다는데,
    남 험담하는 건 정말 듣기 싫어요. ^^;;

    2011.07.25 10: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그런 성향이 있는 사람은 내가 없는 자리에선 내 뒷담화를 소재로 만들지요.

    2011.07.25 11: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남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정말 상종도 하기 싫어요..
    흥미로운글 잘보구 갑니다..^^

    2011.07.25 12: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구연마녀

    그쵸~ 아무래두 진실을 말해주지 않겠죠

    저라두 속내를 들어내지 않을꺼같아요

    뒷담화두 어느 정도껏해야지 말임다 ㅎㅎㅎㅎ

    2011.07.25 12:14 [ ADDR : EDIT/ DEL : REPLY ]
  6. 뒷담화만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 싫어요 ㅎ
    흥미롭게 잘 보구 갑니다!!

    2011.07.25 13: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여자들의 수다는 끝이 없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011.07.25 13: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말을 많이 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닌데,
    대신에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면 되는데 말이죠.
    이제 친구분도 스스로 깨닫고 하나 둘씩 고쳐나가지 않을까요.^^

    2011.07.25 13: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남 험담도 정도껏?! 해야하는데,
    도가 지나치면, 만나기 꺼려지더라고요~

    2011.07.25 15: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뒷담화 많이 하는 사람들...
    다른 곳에서.. 자신의 뒷담화하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지요.. ㅎㅎ

    2011.07.25 16: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완전 공감입니다 ㅎㅎ
    선이란게 있는데 심하면,, 안돼겠죠 ^^

    2011.07.25 22: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저도 긍정적인 사람이 좋습니다~
    뒷담화 듣다보면 가끔은 재미있지만, 항상 하는 친구를 보면.. 피곤해지죠;
    즐거운 화요일 보내세요 네오나님~^^

    2011.07.26 07: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컹컹

    맞아요. 내친구중에서도 남 뒷담화를 맛깔스럽게 하는 친구가 있는데, 들을땐 재밌다가도 문득 '얘가 어디가서 내 얘기도 이런식으로 말하고 다니는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2011.09.19 10:50 [ ADDR : EDIT/ DEL : REPLY ]
  14. 8진1순

    아ㅠ저도 친한?언니랑 직장에서 힘든 얘기 실컷 했는데 뒷담화가 됐나봐요ㅠ 너무 피곤한데. 괜히 얘기힌것 같아요ㅠ 일찍잘걸;;;;

    2011.11.05 00:10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