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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11 생전 처음 119를 불러보니 (31)


친구와 만나서 점심부터 고기를 잔뜩 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이었는지 친구가 체기가 있다고 해서 커피숍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며, 손 여기저기를 주무르고 있다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서 약을 사먹이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는 속만 불편한 게 아니라 너무 어지럽고 머리가 깨지는 듯이 아파서 일어설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커피숍 의자에 앉은 채로 갑자기 일어서지도 못하겠다고하니 데리고 나가서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보다 병원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겠고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 꽤 현실적으로 무서워졌다.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얼굴 색은 완전 백짓장이 되어가고 눈도 뜨기 어렵다는 친구의 상태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예전에 누워서 일어날 수 없는 환자가 아니라면 119에서 안 실어간다는 '설'도 들었었지만 또 독감으로 119에 실려갔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던 지라 일단 119에 전화를 했다. 친구의 증상을 이야기하고 구급차를 보내줄 수 있냐고 물었다.


119 상담원은 구급차를 보낼 건데 그러려면 휴대폰 위치추적을 해야하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예전에는 주소를 물어보고 했다는 것 같은데 요즘은 장난전화도 확인하고 당황한 환자나 보호자를 대신해 이렇게 추적을 하는 모양이다.  물론 괜찮다고 했다.

그로부터 5 분후 구급차가 도착했다. 커피숍에서 나가서 택시를 잡으려고 길가에 서있는 시간보다 짧았을 것 같았다.
커피숍 밖에 나가있었던 내 안내로 구급대원들은 친구를 데리고 구급차에 탔다.

정말 친절했다.
뭘 덧붙일 것도 없이 참 친절했다.
평소 지병은 없는지, 다니는 특별한 병원은 있는지, 아프기 전에 뭘 했는지, 뭘 먹었는지 등을 자상하게 묻고 혈압과 체온을 재는 등 병원까지 가는 짧은 시간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취합하면서도 더할나위 없이 안정감 주는 역할을 해줬다.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 친구를 응급실에 데려다 놓고 진료 차트같은 것을 전달해 준 구급대원들은 철수준비를 했다. 말로 할 수 없이 고마워서 뭘 해드려야하냐고 물으니 웃으시면서 저희 할 일입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뭐라도 사례를 하고 싶은데 아무 것도 받지 않는다시니 그저 인사로 꾸벅거리릴 수 밖에 없었다. (후회중이다. 시골 할머니들처럼 우격다짐으로라도 뭐라도 드릴걸 ...)

응급실에 들어오니 담당의사는 청진기 한 번을 안대보고, 손도 한 번 안대고, 환자 얼굴이나 제대로 봤을까 싶은 시간에 구급차에서 전달된 차트만을 보고는 바로 진단을 내리고는 약을 먹여야되니 수납부터 하란다. 환자가 나이롱 환자이든 초엄살쟁이든 일단 아프다고 응급실에 들렀으면 명복상이라도 '진찰'이라는 걸 해봐야하지 않나 싶었다. 뭐 다른 이상있는지 좀 봐주세요라고 했더니 그러시면 옆에 큰 병원으로 가시란다. 그러더니 슬리퍼 질질 끌고는 나가버린다.

참 대조된다.
우리의 나이스 119 구급대원들과 한가한 응급실의 무성의한 응급실 당직 의사와는 천양지차다.
둘의 급여도 천양지차일텐데, 사회적 인식도 천양지차일터이다.
119 구급대가 사회적 인식이든 금전적 보상의 측면이든 적어도 이런 의사나부랭이보다는 훨씬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

고맙습니다. 119 구급대원님들.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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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119구급대원 분들에게 저도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

    2011.11.11 09:47 [ ADDR : EDIT/ DEL : REPLY ]
  3. 그 의사 참 무성의하네요.. 매일 환자들을 상대해서 그럴지도.... 그래도 그건 좀 아닌듯 하네요..
    작은일에도 부름에 달려와 고생하시는 119대원들 참 고마운 분들이죠..^^

    2011.11.11 09:48 [ ADDR : EDIT/ DEL : REPLY ]
  4. 그래서 친구는 괜찮아요?
    왜 그랬던거예요??체하신거???

    아이구...
    그 의사가 이상하구만요
    동네 쪼끄만 병원에 가도 청진기는 기본인데.....

    구급대원분들 감사합니다....ㅠ.ㅠ
    복 많이 받으실꺼예요....

    2011.11.11 10: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이젠 공무원도 많이 변했습니다
    오늘은 즐거운 금요일~ 주말을 멋지게 보내세요~

    2011.11.11 10: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친구는 괜찮나요~ 119 대원들 늘 고생입니다.
    한가한 의사나부랭이..왠지 공감이 가요
    기분좋은 금요일 시작하세요~^^

    2011.11.11 10: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이런 노고를 악용하는 분들이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은데요.
    이분들이 있어 정말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2011.11.11 10: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친구분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는거보니 괜찮은가 보네요.
    119와 의사나부랭이의 직업의식이 너무나 대조적이네요.
    멋지시네요. 119대원 여러분들!!

    2011.11.11 10: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이제는 핸드폰으로 위치추적을...+_+
    정말 과학의 발전입니다!
    기술도 발전하고 구급대원님들은 친절하고~
    아~ 살만하네요~ ^-^

    2011.11.11 10: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119 대원분들과 의사의 행동이 어쩜 그리 극과 극일까요?
    참으로 너무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_-;

    2011.11.11 10: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제목 보고 놀랐는데 그래도 괜찮으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꺄오~ 역시 우리나라 구급대원 분들 최고입니다! 그만큼 더 좋은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지도 못한 것 같아요ㅠ 정말 구급대원분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2011.11.11 11: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의사와 극과 극이네요....!!
    잘 보구 갑니다~!!
    큰 일이 없어 너무 다행이에요~!

    2011.11.11 15: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환자를 돈으로 보는 의사들이 너무 많아져서요.
    원래도 병원가는 걸 싫어했지만 점점 더 싫어집니다.
    119 구급 대원분들은 하시는 일에 비해서 임금이 너무 적죠.
    미국의 소방대원들은 소영웅 취급을 받는다는데 그렇게 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당한 대우를 받는 수준까지만이라도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2011.11.11 15:31 [ ADDR : EDIT/ DEL : REPLY ]
  14. 응급실 가면 정말 열만 받고 오지요.
    전에 한번 열이 받아서 의사인 친구한테 전화하니,,
    응급실은 어쩔수 없으니 참으라고 하더라고요. 왜 대체 그런건지,,
    그나저나, 소방관 분들은 역시나 멋지십니다^^

    2011.11.11 16: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ssamu

    맥도날드 할머니 사건 이광필에 대한 글 정지되셨네요

    반대되는 의견은 모두 정지, 고소로 ..

    생명운동가 인권주의 산소주의를 창시하신 가수분이 이렇게 무섭게

    ㄷㄷㄷ 저는 7개 글 정지됐는데 다시 풀었어요 고소됐다고 변호사 댓글도 받음

    2011.11.11 20:35 [ ADDR : EDIT/ DEL : REPLY ]
  16. 119 구급대원이던 소방대원이던 소방서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정말 고생이 많습니다..여러사람을 위한 사명감과 봉사정신이 없으면 절대 못할 일입니다..^^ 예전에 어떤 병원의사가 응급환자때문에 깨우는 인턴을 조인터를 까면서 후송시키지 깨웠다고 나무라는 것으 ㄹ보고 의사들이 구급대원들의 반만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2011.11.11 21: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정말 비교가 되는군요
    의사라고 뻐기는 자들 119요원의 마음만 같아도 얼마나 좋을까요!

    2011.11.12 02: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119대원분에게 감동먹었다가 응급실 의사한테 바로 화가 나네요...
    어쩜 저럴까요;; 아픈 사람들 대하는 사람들이;;
    허허 참...저도 자주 아팠던 사람인지라 아픈 사람한테 저런식으로 하면
    얼마나 화가 나는지 알 것 같아요..

    2011.11.13 09: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저는 한 번도 불러본 적이 없지만...
    왠지 믿음직스러워지는 것 같네요.
    이분들이 있기에 오늘도 우리가 편히 쉴 수 있겠지요.

    2011.11.13 15: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119 구조대를 불렀던 아픈 기억이 있기는 있어요.
    친절하지만 빠르지는 않아서 안타깝기도 했는데 그래도 구조대가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네오나님도 놀라셨겠어요. 그리고 신속하게 구급차 부르신 것 참 잘 하신 거예요.
    응급실도 친절하면 좋을 텐데. 저도 응급실에서 안 좋은 일 겪은 적이 있기는 있어요. 접수나 검사 등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2011.11.13 19: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정말 놀라셨을거 같습니다..
    119대원분들 참 항상 수고가 많으신거 같아요..^^

    2011.11.13 22: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