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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29 베란다에 갇혀서 감기걸린 동태가 된 독거싱글의 비애 (22)

어째 가을을 잘 난다 싶었다.
남들 다 걸려서 골골대게 만든 감기를 무사히 잘 지나갔다 했다...

감기도 아주 제대로 걸렸다. 열은 나고 머리는 아프고 편도는 부었고 콧물에 기침까지 제대로 종합감기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건은 아주 별것아닌 일상에서의 일이었다.
주중에는 빨래를 거의 안 하지만 가볍게 빨 옷이 있어서 저녁시간임에도 세탁을 하기로 했다. 뒷 베란다의 세탁기에 세탁물을 가져다 넣었는데 그 양이 너무 적었다. 최소량으로 해도 세제도, 물도, 전기도 아까운 상황. 그리하여 입고있던 집에서 입는 원피스를 훌떡 벗어서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별 상상은 하지 않으시길...
아는 사람은 알지만 독거싱글인 관계로 그다지 부담갈 일 없이 속옷을 남기고 훌떡 벗어서 세탁기에 넣은 게 문제였다.
자꾸 말하지만 상상해봤자 별거 없음 -_-;;;;;

쌩쌩 돌아가는 세탁기를 보며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부엌으로 연결된 베란다 문을 여는 순간, 문제 발발!!!
아니 그 문이 왜 잠겨있는겨!!!
배꼽잠금이 있는지 인식조차 하지 않았는데 그게 왜 잠겨있는거지.
베란다에서 부엌으로 들어가는 문은 1년 365일 잠그는 일 없이 살고 있다.
그런데 그 문이 철컥 잠기고 만 것이다.

허거거거걱...
속옷 밖에 안 입었는데, 밖은 영하에 가까운 날씨인데, 보일러가 같이 있는 곳이라 환기창까지 있는 베란다인데.
문은 잠겼고, 베란다와 연결된 방의 창문은 굳건하게 잠겨져있었다. 거의 안 여는 창이라 한 여름이 아닌 때는 거의 잠궈두고 사는 방이다. 이미 창문 앞에 각종 집기들이 산적해 있기도 했다.

순간 119가 생각났다. 얼마전 부터 문잠긴 거 열어주는 서비스는 안 한다고 했는데...
그 이전에 119를 부를 방법이 없다. 119가 아니라 119 할애비라도 부를 방법이 없다.
아무 전화기를 옆에 끼고 산다하지만 세탁기 돌리러 가면서 전화기 같이 돌릴 일은 없을 거 같아서 안 가지고 들어갔다.
앞집, 옆집, 아래 윗집, 뒷집과도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뒷 베란다.
 
아아아아~~~
이건 진퇴양난, 사면초가, 진퇴유곡, 천애고아의 상황인 것이다.
<독거녀 속옷바람으로 동태가 되어 빨래와 함께 세탁실에서 발견되다>
뭐 이런 헤드라인이 떠오르는 상황이다... 코 좀 풀고, 아 노랑 코 나온다 ㅠㅠ...

이빨은 우덜덜 부딪히고, 손가락 발가락은 이미 차거워지도 못해 퍼렇게 보이기 시작할 무렵, 이러다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할 수 없다.
문을 부술 물리적 힘은 없으니 창문을 깨야겠다, 라고 맘을 먹었다.
밖으로 나가는 창을 깨봤자 날개도 없는데 밖으로 날아갈 수는 없고, 그 이전에 쇠창살을 제거할 힘도 없으니, 방쪽의 창문을 깨기로 맘 먹었다.

베란다 앞에 적재되어있는 각종 택배 상자며, 신발 상자며, 쇼핑백을 치우고서야 올라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고, 유리가 튀어오르면 위험할 것이니 박스로 나름 보호방패를 만들고는 무거운 것이라곤 돌화분 밖에는 없어서 화분으로 창문 잠금장치 근처를 가격하기로 했다.


유리도 일부러 깨는 것이다 보니 은근 무서웠지만 이미 동태 일보직전이라 마음을 다잡고 쨍그렁!
생각보다 멀리 퍼지지 않은 유리조각이 다행이었지만 방안의 창문에 걸려있는 다양한 집기들,,, 아마도 책인 듯...에 걸려서 창문은 삐거덕 거리며 그다지 공간을 내주지 않았고, 거의 생쇼를 하고 난 후에야 방안에 진입할 수 있었다.

방안에 들어오자 마자 전기요를 올리고 그대로 쑉!
그러나 마나 감기도 쑉!


제대로 걸렸다.
아...눈까지 침침한 이 감기.
동태가 되기까지의 이 사연을 지인들에게 이야기하니 배꼽잡고 웃는다. 요즘들어 실없는 짓을 꽤 한다 싶다.
뭔가 머리에서 줄줄 빠져나가고 있는 거 아닐까...ㅠㅠ

금요일부터 주말내내 앓고 있다.
귀한 딸기에 귤에 술까지(이건 뭥미..), 위로 선물이 쌓여가고 있다.
베란다 동태를 위로하는 선물들이 말이다...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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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베란다 동태를 위한 선물이라니.^^; 웃으면 안되는데.ㅎㅎ;
    감기 빨리 완쾌되셨음 좋겠네요^^

    2011.11.29 08: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ㅋㅋㅋㅋㅋㅋㅋ이거 이거 웃으면 안되는 상황이죠?
    아...그래도 위로 선물이라도 들어오니 어딥니까 ^^;;

    얼른 얼른 나으세요

    2011.11.29 09: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어머 어째요 문이 왜 스스로 잠겼을까요?
    동태 되실뻔하셨는데..어째요 ㅠ
    정말 큰일 나실뻔..그렇다고 유리창을 깨셔서..
    어쩔수 없는 선택이셨지만.. 몸관리 잘하세요~
    에고... 이런일도 있군요 저도 조심해야겠어요 아니면 베란다 갈때 망치라도 들고^^;;

    2011.11.29 09: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헉;;;
    깜짝 놀라셨었겠어요;;
    그래도 현명하게 빠른대처를 하셨네요!
    빨리 감기나으시길!

    2011.11.29 09: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웃으면 안되는데 좀 웃을게요 ㅎㅎㅎㅎ
    하마터면 119에 구조도 될뻔한 상황이네요 ㅎㅎㅎ

    2011.11.29 09: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아니 이런 황당한 일이 ㅠ.ㅠ..
    실제로 일어났군요

    2011.11.29 09: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아..큰일 날뻔 하셨네요. 진짜...
    저희 남편도 이런 상황이 된 적 있는데...독거는 아니었기에 제가 열어 주었습니다.
    암튼...정말...그만하시길 다행이네요

    2011.11.29 09: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큰일 날뻔 하셨네요.
    슬기롭게 잘 대처하셔서 다행입니다.
    배란다 동태를 위로한다는 말에 갑자기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제가 행복해져갑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하여튼 감사합니다.

    2011.11.29 09:56 [ ADDR : EDIT/ DEL : REPLY ]
  10. 저런...119아저씨들 좋은구경 못했겠네요. 다행입니다. 빨래감 없다고 입고있던 속옷마저
    벗어 세탁기에 넣었더라면.. ㅎㅎㅎ 불난집에 부채질 하는격이지만 자꾸 상상이 되서 말이죠 ^^;
    빨리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2011.11.29 09: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현명하게도 빠른 대처를 하셨네요.^^

    2011.11.29 10:00 [ ADDR : EDIT/ DEL : REPLY ]
  12. 흐억 ㅎㅎ 이런 황당한 일이..빨리 감기 나으시길 바래요~ㅎㅎ

    2011.11.29 10: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헛~!
    저는 베란다에 갖힌것도 아닌데 어쩜 저랑 증세가 비슷하신지...^^;;

    웃어서 죄송하지만...
    저도 남일이라 웃음밖에 안나오는 사건이 생각나서요...ㅋㅋㅋ
    아는 언니가 일본에 있는 작은언니네 놀러갔는데
    마침 빨래 널일이 있어서 베란다에 실내복 차림으로 나갔는데
    3살이던가...4살이던가....조카 꼬맹이가 홀라당 문은 잠궈놓고 자긴 담요덮고 도라에몽이었나...뭘 열심히 웃음서 보고있었다는...ㅋㅋㅋ
    아무리 사정해도 열어주지 않고....2살된 조카애기는 잠들어 있고...
    벌벌떨면서 여기서 나가면 가만두지 않으리라...다짐에 다짐을 했다던가...??ㅋㅋㅋ

    2011.11.29 10: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제가 웃어야 하는건가요? 애매한데요~?~?~? ^^
    그래도 다행이기도 한데..음...
    그보다, 어여 감기 쾌차하세요~~ ^^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11.11.29 11:19 [ ADDR : EDIT/ DEL : REPLY ]
  15. 그래도 슬기롭게 대처하셨네요.
    그 상황을 상상하니 ...
    감기 빨리 나으세요.

    2011.11.29 11: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ㅎㅎㅎㅎ 글로봐선 너무 재밌는데 그 상황에선 얼마나 난감했을까요^^:;
    이 추운날 고생하셨어요~

    2011.11.29 12: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아,이런일이.(자꾸 웃음이..-_-;)
    추운날 고생많으셨네요.
    얼렁 쾌차하시고, 화이팅하세요^^

    2011.11.29 13: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정말 황당했겠어요.
    그래도 유리창여서 그나마 다행였다는...
    그거마저도 아녔슴 어쨌게요~~ 얼른 낫게 따신 거 많이 챙겨 드세요^^

    2011.11.29 16:22 [ ADDR : EDIT/ DEL : REPLY ]
  19. 허걱...
    이런 황당한일이...
    정말 그만해서 다행입니다.고생하셨네요..
    근데 글 읽다가 웃고 말앗어요~ 죄송해요 >.<

    2011.11.29 21: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이건 정말 황당한 일이군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고통이죠..
    두고두고 지인들 에피소드에 오르겟군요..^^

    2011.11.29 21: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ㅋㅋ . 그놈의 문이 말썽이었네요.. 얼른 감기 나으세요.

    2011.11.30 08: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