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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03 아직은 따뜻한 이웃의 마음을 전해준 귤 한 상자 (17)

연말에 누군들 안 그러하겠냐만은 상당히 바쁜 일정을 보냈었다.

그 와중에 '파티'라는 이름의 행사에 초대를 받아 고민했었다.
같이 일했던 패션에디터의 초대를 받은 것인데 다들 멋지게 꾸미고 올텐데 라는 생각도 들고, 괜히 친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어색하지나 않을까 고민도 했었다.

나름 패션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라 꾸밈 자체가 화려할 것을 예상했지만 맛깔나지만 조촐한 먹거리가 준비되어 있을 뿐 과도한 장식도 과장된 이벤트도 없었다. 물론 모이신 분들의 면면은 참 멋지구리했지만 말이다...(난 빼고 ^^;;;)

어떤 형식이 있는 모임이라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들이 모임을 갖다가 그 규모가 좀 커진 경우여서 몇가지 공식적인 인사 후에는 말그대로 수다의 장이었다. 처음 인사나눌 때나 어색했지 한 번 인사를 트고 나니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휘리릭 지나갔다.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문앞에 꽤 큰 귤상자들이 쌓여있었다.

그 앞에서는 주최자가 "멋쟁이들에게 이런 걸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 마음이니까 기꺼이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비록 못생긴 귤이지만 그 맛은 무척이나 좋습니다. 꼭 가져가세요!!"라고 외치고 있었다.

선물을 준다는 이야기도 없었고, 갑자기 귤 한 상자를 가져가라니 난감하기도 해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중에 누군가 어떻게 된 사연인지를 물었다.

주최자의 후배가 제주에서 귤농사를 지었는데 수확에 즈음해서 집안에 문제가 생겨서 출하시기를 놓쳤고, 판로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인데 더이상 매달아 둘 수가 없어서 딴 것을 이 주최자가 도움을 주겠다고 무조건 받은 것이란다.

농사지은 한 해 수확물을 다 버리겠다는 말을 듣고 무조건 살리겠다는, 주최자는 행사에 참여한 20명 넘는 사람들에게 그냥 선물이나 주자 싶어서 받았다는데 그렇지 않아도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느라 애쓴 주최자가 자비를 들여 이런 선물을 마련한 마음이 모두에게 전해졌었나보다.

그 후배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무슨 사연이 있는지, 귤 값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와중에 박스채로 가져가는 사람이나 쇼핑백에 나눠담아 들고가기 좋게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나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돈을 내어놓기 시작했다. 귤 값이 얼마인지 또 설왕설래하는 중에 재빠르게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한 상자가 2만원이 좀 넘는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그 이상의 금액을 모아서 주최자에게 주고는 모두 즐겁게 귤을 받아들고 나섰다.


다음날 주최자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후배는 돈을 받아들고서 자기가 판매한 것보다 더 비싼 값을 받아왔다며 너무나 미안해하더라는 것이다. 당시 참석자들에게 귤을 한 상자씩 더 보내겠다고 주소 좀 알아봐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사실 귤을 먹어보니 무척이나 맛있어서 친구와 나눠먹고, 부모님 댁에 보내려고 그렇지 않아도 주문할 곳을 찾고 있었던 바 바로 주소를 불러주고 귤값을 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주최자가 웃으면서 자기가 연락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같은 답을 한다며 "이 세상 아직 살만한가봐요." 라는 말을 한다. 선물을 주려고 했는데 오히려 판매한 꼴이 되어버리니 이래도 되는건가 싶다 하길래 "그 후배님 어려운 일이 있으셨다는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게 그냥 받으세요." 라고 답했더니 더이상 사양하지 않고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자기는 그저 반값이라도 쳐주려고 했었는데 제값을 쳐서 팔게 되고 나머지 귤도 다 소진하게 될 것 같다며 아직은 따뜻한 이웃들의 마음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뭐 작은 일이다.
좋은 환경에서 잘 키운 맛난 귤을 받아 먹은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그 당연한 댓가에 머리 조아려 고마움을 전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있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어려움을 무조건 지지하고 도와준 사람들이 있어서 마음이 참 따뜻해졌던 연말의 작은 해프닝이었다.

이런 따뜻한 마음이 올 해도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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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2.01.03 08:59 [ ADDR : EDIT/ DEL : REPLY ]
  2. 비밀댓글입니다

    2012.01.03 09:01 [ ADDR : EDIT/ DEL : REPLY ]
  3. 새해에 정말 훈훈한 미담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아직 살 만한가 봐요. ^^

    2012.01.03 09: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훈훈하네요~ 추운날 이런 소식들이 자주 들렸음 좋겠습니다 ^^

    2012.01.03 09: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오우~~~~~
    멋지당~~^^*
    주최하신 분도 그렇고
    참석하신 분들도 그렇고
    모두 따뜻한 맘을 가지신 분입니다..
    아...그 후배님두요^^*

    요즘 귤이야 박스채로 갖다놔도 금새 다 먹게되죠^^*

    2012.01.03 09: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따뜻하고 훈훈한 마음씨를 갖고 계시는 분들의 모습에 감동이 넘칩니다.
    아름다운 소식 우리나라 전역으로 퍼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2012.01.03 10:12 [ ADDR : EDIT/ DEL : REPLY ]
  7. 정말 훈훈한데요 ㅎㅎ
    차가운 겨울 마져 따뜻하게 바꿔버릴 거 같습니다 ㅎㅎ

    2012.01.03 10: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훈훈한 미답입니다.
    좋은 일 하셨어요
    영하의 날씨에 감기 조심하세요~

    2012.01.03 11: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진심은 항상 전해 지는것 같아요..또한 전해 져야 하구요..ㅎㅎㅎ

    2012.01.03 12:39 [ ADDR : EDIT/ DEL : REPLY ]
  10. 훈훈한 이야기 좋은걸요~
    잘보고 갑니다~

    2012.01.03 16: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것참... 새해 벽두에 훈훈한 소식이어서 반갑습니다 ^^
    맛난귤이고 좋은일 하는건데 2만원이 아깝지 않지요~

    2012.01.03 17: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그래서 더 훈훈한 마음이 듭니다.
    이렇게 감사함을 아는 사람도 찾아보면 많은걸요? ㅋㅋ

    2012.01.03 17:48 [ ADDR : EDIT/ DEL : REPLY ]
  13. 훈훈한 이야기네요
    잘보고 갑니다. ^^

    2012.01.03 21: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아직은 세상이 살만한가봐요..^^
    아시다시피 저희도 귤은 아니지만 같은 업종(?)이다보니..
    출하를 제대로 못하거나, 하더라도 값을 제대로 못받으면 참 그런데..
    아무튼 그분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2012.01.03 22: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훈훈한 겨울 이군요.

    2012.01.03 22: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참 마음 따듯한 훈훈한 얘기네요.
    그래서 세상은 살맛나는가 봅니다.

    2012.01.03 23: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면서 누군가를 돕는다거나 고마움을 표시 한다는것은 참 커보이는 일이기도 하지만
    때론 작은 생각, 실천 하나가 엄청난 힘을 발휘하기도 하는것 같아요.

    네오나님~ 한해 마무리 잘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2012년도 즐겁고 건강한 일들로만 가득하길 바래봅니다^^

    2012.01.04 02: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