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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27 산에서 온가족이 국군장병들에게 구사일생으로 구조되다 (41)

초등학생일 때 아빠가 가끔 산에를 데리고 다니셨다. 워낙 또래에 비해 작고 허약해서 뭐라도 시키셔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집에서는 보약을 먹이고 시간날 때마다 산행도 같이 하고, 운동도 함께 해 주셨었다.

산행을 좋아한 기억은 없지만 싫어한 기억도 없다. 가기 전에 음료수 한 병 들려주시고, 내려와서는 맛있는 걸 사주셨었으니까 그 맛에 다녔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산행을 하면서 그렇게 애틋하게 대화를 주고 받은 기억도 없다. 그저 위험한 길에서는 아빠의 큰 손에 의지했었고, 그냥 소박한 산길에서는 자박자박 걸었던 것 같다. 가끔은 엄마도 함께 했었고, 가끔은 언니 오빠도 함께 했었다.

몇 달이 지나고 가을이 되어서 산은 빨갛게 파랗게 물들었는데 마침 그 주에는 아빠가 출장으로 집을 비우셨다. 그날 따라 산에 가고 싶어하셨던 엄마는 도시락이며 간식거리를 준비해서 오빠, 언니 그리고 마침 서울에 올라와있던 삼촌, 그리고 동네 친구까지 함께 등산에 나섰다. 총 7명인가가 함께 올랐다.

-관악산 연주암, 사진은 pennpenn 님(http://leeesann.tistory.com)이 제공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산에서 단풍을 보니 정말 아름다웠고 평소와 달리 시끌벅적하게 즐거운 산행은 모두들 들뜨게 만들었다. 도시락도 까먹고 간식도 먹으면서 여기저기 많이 구경을 했다. 보통은 연주암에 도달했다가 바로 내려오기 마련인데 그날 따라 단풍이 아름답다고 엄마가 여기저기 다니자 하셨다. 어차피 놀며 놀며 다니는 것이라 꽃도 구경하고 즐겁게 여기저기 다녔다.

문제는 여기저기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여기저기 길이 아닌 곳으로 다니게 되었고 결국 길을 잃었던 것이다. 엄마의 방향감각만 철썩 같이 믿고 있었고, 엄마는 연주암이 어디서나 보일거라고 생각하셨었는지 엄마도 방향을 잃으셨던 것이다.

한편, 그 시각 관악산 모부대 (현실 비스끄리한 가상현실 -_-;;;)
한 순찰대원(?) 하나가 부대에 보고를 한다. '산을 순찰하다보니 아이들까지 대동한 가족으로 보이는 무리가 산 중턱에서 헤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간첩같지는 않으며, 별다른 등산 도구도 없고, 그저 희희낙락하다가 저러다가는 가을밤 관악산에서 밤을 샐 것이 분명해보입니다'...라고.

그 시절에야 핸드폰이 없었으니 어디에 도움을 구할 길도 없었고 갑자기 땅거미가 내려앉자 발치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급기야 언니와 나는 부등켜앉고 덜덜 떨었고 단 한명의 성인 어른이었던 삼촌은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길을 찾지 못해서 우왕자왕할 뿐이었다.

그러고 있는 중에 어디선가 후다닥 후다닥 하는 산짐승 소리까지 들리니 이제 추위에 떨던 몸은 공포에까지 떨게 되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멀리서 '아이 엄마~' '아이 엄마~ 있으면 대답하세요!' 라는 외침이 들린다. 처음에는 설마설마했지만 연이어 목소리가 들리고 여기저기 렌턴 빛이 왔다갔다하는 게 보였다. 그제서야 우리 모두 소리를 치기 시작했고 군인들 몇 명이 우리를 찾아냈다. 대략 4명쯤이었던 것 같다.

일단 부대에 올라가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고, 우리가 먹을 것은 가지고 있어서 탈수된 사람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높은 사람(계급 모름)이 아예 산 아래로 내려보내는 게 낫다고 판단했는지 친구랑 나랑은 들쳐업고 산 아래로 향했다. 군인들이 가져온 랜턴의 빛에 의지해서 겨우겨우 산에서 내려왔다. 산에서 내려왔을 때는 이미 9시를 넘어 완전히 밤이 된 시간이었다. 그것도 우리는 신림동에서 시작해서 신림동으로 내려오려고 했었는데, 과천쪽으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도대체 산에서 얼마나 헤맨건지.

내려오면서 맘이 놓였는지 그대로 축 늘어져서 잠이 들었던 나는 국군 장병 아저씨의 넓고 듬직한 등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리고 그 마음 씀씀이도. 그저 모른 척 할 수도 있었고 임무가 아니라는 생각도 할 수 있었는데 부대원들을 설득해서 데리고 와준 그에게 무한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때 그 관악산에서 도와준 군인들에게 엄마는 뭔가 사례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받지 않겠다고 완강히 사양하는 그들에게 그럼 내가 산에 또 올라가도 좋겠냐고? 또 구하러 오겠냐고 협박을 해서는 아마 근처에서 후라이드 치킨 같은 것을 부대원들 것 까지 챙겨서 들려보내셨던 것 같다. 모든 책임을 졌어야하는 엄마마음에는 그 보다 더 큰 선물이라도 주고 싶으셨을게다.

그대로 밤을 맞았다면, 더 큰 사고가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감기 정도는 걸렸겠고 무엇보다 멀리 계셨었던 아빠는 얼마나 걱정을 하셨을지...

집에 돌아오니 외할머니는 우리집에 와서 아빠의 연락병 노릇을 하고 계셨다. 멀리 계셨던 아빠는 계속 전화를 하다가 안 되니까 할머니댁에까지 전화를 하셨었나보다. 아무튼 그 이후로 엄마는 아빠 없이 산행 금지! 등산 금지!에 처해지셨고 우리 모두는 산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아무튼 당시 그 군인들이 아니었으면 어찌되었을지 지금 생각해도 암담하다. 그 군인들 잘  계시겠지!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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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와 정말 천만다행이네요 ㅠㅠ 여름철 계곡 주변 특히 조심해야죠 ㅠ

    2011.07.27 09: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증말 무서웠어요. 땅거미가 내려앉을 때는 추워서 오돌오돌...ㅜㅜ

      2011.07.27 10:29 신고 [ ADDR : EDIT/ DEL ]
  3. ㅎㅎㅎ
    소설같아요^^
    엄마도 놀라셨을테고 어린 나이에 무서웠을테지만
    지금 글로 보니 너무 재미있네요^^
    군인아저씨들 너무 감사합니다^^
    큰일날뻔했잖아요...^^;;

    2011.07.27 10: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현실은 소설보다 한 수 위라니까요 정말 ㅎㅎ
      그때 그 군인들 없었음...생각만해도 머리에서 피가 솩 내려가는 거 같아요.

      2011.07.27 10:30 신고 [ ADDR : EDIT/ DEL ]
  4. 산에서 길을 잃으면 낮은 산에서도 탈진한답니다,
    고마우신 군인들 덕분에 고생을 덜 하셨네요.
    돌아보면 참 좋은 분들이 세상에는 많더라고요. ^^

    2011.07.27 10: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글게요...그 이후엔 정말 조심하고 준비하고 그래요.
      아무튼 무식이 용감이라는 말이 딱 맞는 거 같아요 ㅎ

      2011.07.27 10:30 신고 [ ADDR : EDIT/ DEL ]
  5. 길이 아니면 가지말고 잘 몰라도 가지말지어다...ㅎㅎㅎㅎ
    큰일 나실뻔했네요...

    2011.07.27 10: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딱 맞는 말씀입니다.
      길이 아니면 가지도 말아야했을 것을...애들까지 데리고.. ㅎ

      2011.07.27 10:31 신고 [ ADDR : EDIT/ DEL ]
  6. 군복무시절에 곤경에 처한 민간인에게 도움을 줬던 때가 생각나네요...
    군복을 입고 있으면 왠지 희생정신이 발휘되던데요..ㅎㅎ

    2011.07.27 10:14 [ ADDR : EDIT/ DEL : REPLY ]
    • 역시 위치가 사람을 만드는 모양입니다.
      일반 군인들은 이런데 장성들은 왜 고 모양일까요 ㅡㅜ

      2011.07.27 10:31 신고 [ ADDR : EDIT/ DEL ]
  7. 정말 천만 다행입니다 ㅠㅠ

    2011.07.27 10: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군인 아저씨 멋지다. 잘 구출 되어서 이런 글을 올리셨지요. 아니면 그날의 공포때문에 평생 잊지 못할 트라우마를 남길수도 있었겠어요. 그 군인 아저씨 복 받으셨을거에요.

    2011.07.27 10: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큰일 날뻔하셨네요.
    역시 군인아저씨는 든든한 기둥입니다.
    어머님의 고운 마음씨도 자녀들에게 오래도록 기억 되시겠습니다.

    2011.07.27 11:01 [ ADDR : EDIT/ DEL : REPLY ]
    • 군인아저씨들은 정말 멋지고 성실한데...장군님들은 왜 그럴까요? --;;;
      암튼 두고두고 고맙게 생각됩니다.

      2011.07.28 13:06 신고 [ ADDR : EDIT/ DEL ]
  10. 잊지못할 국군아저씨네요.
    그 때는 아찔했어도 지금은 추억으로 남았겠네요.

    2011.07.27 11: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때는 경기라도 안 한게 다행이란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정말 웃을 수 있네요 ㅎ

      2011.07.28 13:07 신고 [ ADDR : EDIT/ DEL ]
  11. 그래도 군인아저씨들 덕분에 잘 내려오셨군요..^^
    큰일이 나지 않아 다행입니다..^^:

    2011.07.27 11: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큰일 날뻔 했어요
    비가 내리는 수요일을 보람 있게 보내세요~

    2011.07.27 11:1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비가 다시 낭만으로 느껴지는 날이 오긴하는 걸까요.
      오늘도 비조심하세요 ^^

      2011.07.28 13:08 신고 [ ADDR : EDIT/ DEL ]
  13. 큰일이 생기지 않아 정말 다행입니다..ㅜㅜ

    2011.07.27 13: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정말 위험했던 순간이였네요 ㅎㅎ
    그래도 지나고 나면 좋은 추억이 되지않나요??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답니다 ㅎㅎ

    2011.07.27 14: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정말 고마운 군인들이었겠어요~
    군인들 아니었으면 정말 아찔하네요;;;
    그러니 사람은 항상 조심해야 된다는 ㅜㅜㅜㅜ

    2011.07.27 16: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훈훈하네요~
    그래도 군인들 덕분에,,다행입니다.
    그나저나 비 피해는 없으신지요,,너무 많이 오네요

    2011.07.27 16: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와도와도 넘 많이 오죠? 인천도 심하게 왔다던데 괜찮으시죠? 아무튼 항상 조심하세요~

      2011.07.28 13:09 신고 [ ADDR : EDIT/ DEL ]
  17. 정말 다행인네요...
    역시 산행을 조심해야 할것 같아요^^
    좋은글 잘보구 갑니다...^^

    2011.07.27 18: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정말 큰일 날뻔 했네요..아무리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 산이라도 고립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 같네요..

    2011.07.27 19: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맞는 말씀이십니다. 사람이 많은 산이어도 길을 벗어나니 완전히 다른 세상이더라구요.

      2011.07.28 13:11 신고 [ ADDR : EDIT/ DEL ]
  19. 위험한 순간이었는데 훈훈하게 잘 마무리되는 이야기였네요.
    그때 군인분들도 아마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2011.07.27 21: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군인분들도 그렇게 추억으로 간직하고 계셔줬음 좋겠어요.
      정말 고맙고 감사한 기억이거든요.

      2011.07.28 13:12 신고 [ ADDR : EDIT/ DEL ]
  20. 그분들 덕분에 구조되었다니
    다행이네요.
    정말 멋있는 은인들이네요.

    산속 어둠의 무서움이 구체적으로 뭔지도
    오늘 이 진실한 글에서 배운 것 같습니다.

    2011.07.28 00: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산속에서는 일단 밤이 되니까 무지 춥구요, 불빛이 없으니까 어둠에 무엇이 다가오는지 어디가 절벽인지 알 수 없으니 무섭구요. 집에 돌아갈 수 있으려나~하는 두려움이 가장 컸답니다.

      2011.07.28 13:13 신고 [ ADDR : EDIT/ DEL ]
  21. 저도 관악산가서 길 잃은 적이 있지요.. 이상한 계곡으로 가더라구요..
    무탈하게.. 내려와서 다행입니다...

    2011.07.28 08: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계곡만 따라내려가도 산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단 얘기를 들은 거 같아요. 아무튼 정말 다행이십니다.

      2011.07.28 13:14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