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는 커피 전문점이 있다. 유독 친절하고 싹싹한 알바생이 있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그녀가 퇴근하는 시간에 같이 가게를 나오게 되어서 몇 마디 나누다가 맥주 한 잔 같이 하자고 꼬셨다 ^^;;;

마침 사놓은 소셜커머스 쿠폰이 근처 치킨집이어서 괜찮으면 한 잔 사겠다고 하고 데리고 갔다. 사실 가게에서 나오면서 그녀가 '아, 배고프다 빨리 집에가서 밥 먹어야겠어요.'하길래 '이 시간에 엄마한테 밥 차려달래려면 강심장이어야겠는데요?' 했더니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산다고 하길래 미안한 마음도 더해지고, 얼른 한 잔 하고 헤어지면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어서 괜찮겠다 싶어서 권했더니 한번 사양하고는 두번째는 괜찮으시다면...하며 흔쾌히 웃는다.

일단 배고픈 청춘은 많이 먹여야 속이 편한 관계로 소셜로 산 치킨 하나에 그녀에게 우격다짐으로 권해서 플래터 메뉴 하나를 추가했다. 남으면 싸가면 되니까.


처음에는 커피 전문점의 이런 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커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바 생활에 대해 이야기가 흘러갔다. 밝고 쾌활한 성격이라 즐겁게 이야기는 했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녀의 생활이 아주 팍팍함을 알 수 있었다. 형제 중 한 명이 대학생활 때 만들어 놓은 대출 때문에 졸업 후 힘들어 하는 이야기, 자신은 그래서 대출없이 대학 생활을 마치려니 알바에 미쳐 살아야하고, 한 학기 등록하면 다음 학기 휴학하고, 등록을 하더라도 학점을 채워서 등록을 하는 게 아니라 돈 되는대로 신청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그래도 자신은 3학년이 되도록 아직 대출은 안 받은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떳떳하게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이 정말이지 대견했다.

그렇게 열심히 사는 그녀에게 얼마전 같이 살던 친구가 방세를 몇 달치 밀려놓고 도망간 사건은 너무나 큰 상처로 남아있단다. 세를 나눠내던 친구였는데 몇 달 동안 벌이가 시원찮아 이 친구 혼자 방세를 냈는데 편지 한 장 써놓고 낙향했다는 이야기였다. 그 친구도 정말 어려웠으니 이해는 하지만 야속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이사를 갈 형편이 안 돼 룸메를 구하고 있지만 그것도 잘 되지 않아 지금은 최저의 생활비로 살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하는 중간중간 내가 동정할까봐, 부담스러워할까봐 몇 번이나 말을 내려놓는 것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맺혀있는 듯해서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부추겨줬다. 때로 상관없는 사람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좋을 때가 있으니까. 이야기를 하다가 가장 충격적인 것은 식사에 대한 것이었는데 밥을 사 먹으면 무조건 비싸니까 집에서 밥을 해서 라면 반 개를 끓여 반찬삼아 국삼아 먹는다는 것이다. 지난 겨울부터 계속 그랬다고 한다.가정 형편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밑반찬을 해서 보내줄 수 있는 상황도 안 되는 듯했다. 매끼 라면과 밥만 먹으면 질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양도 채우고 먹기도 가장 편하다는 것이다. 라면을 바꿔가면서 먹으면 그래도 여러 입맛도 채울 수는 있지만 그래도 6개월 넘게 그렇게만 먹으니까 에휴~ 하며 웃는다.

예전에 편의점에서 일할 때는 가끔 남는 도시락등도 먹을 수 있었는데 편의점에서 남자 알바를 선호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잘렸다고 한다. 그래도 지금 일하는 커피 전문점은 커피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기도 했고 시급도 조금 올라서 괜찮다고 덧붙인다.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는 동안 먹는 식사는 맛난걸 시켜먹을 수 있으니 그것도 좋다고 한다.  커피 전문점 말고도 학생을 가르치는데 자꾸 시간을 바꿔달라고 해서 아마 이번달 밖에는 하지 못할 것 같다고 고민하면서도 또 어떻게 되겠죠 하고 웃는다. 참 밝은 여대생이다.

헤어지면서 남은 후라이드 치킨을 싸서 보내고...여자 둘에게 플래터와 치킨 한 마리는 역시 많은 양이었으니까...며칠이 지난 후 몇가지 밑반찬을 가지고 그녀가 끝나는 시간에 같이 나와서 전해줬다. 내가 만들었다하면 부담스러워할까봐 엄니한테 받았는데 많은 양이어서 조금 나눴다고 전해줬더니 정말 순수하게 즐거워한다. 그 모습이 참 예뻤다. 다음 날 만난 그녀는 반찬이 무척 맛나다 하며 한 달은 잘 먹을 것 같다고 한다. (난 보답으로 커피 사이즈 업글 받았다 ^^)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못한다지만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버는 고학생들에게 이 청춘은 무척이나 무거운 현실이다. 제도적 뒷받침은 없고 학비는 나날이 오르기만 하고, 생활비는 한창 먹는 청춘에게 먹을 것 조차 배불리 먹지 못할 만큼 오르고 있다. 모든 이들이 어려운 형편이지만 갓 20을 넘긴 여대생에게 사회에서 맞이하는 첫번째 고비는 무척이나 커보였다.

앞으로 3학기가 남았지만 아마 자신은 3년은 더 있어야 졸업할 것 같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 낼 각오라고 다짐하는 그녀의 모습은 당차고 아름다웠다. 마지막에는 남들에 뒤지지 않게 짧게라도 어학연수와 배낭여행도 다녀오고 싶다고 짧은 포부를 밝혔다. 그녀의 전문 직종에 대한 계획과 꿈과 포부를 듣고 있자니 그녀의 꿈은 아주 현실적이고 건실했다. 미래를 보고, 대학 졸업 후 인생을 그리며 한 발 한 발 내딛는 그녀의 힘찬 발걸음에 박수를 보내며, 그녀가 좌절하지 않고 학업을 마치고 또 사회 생활을 멋지게 시작하기를 기원해본다.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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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엘리

    부모님이 대주신 등록금보다 자신이 번 돈으로 공부하는게 더 떳떳한것 입니다. 저도 제 스스로 벌어서 졸업했어요. 대견합니다. 남들보다 오래걸리고 힘들더라도 힘내세요. 돈 덕분에 참 서러울때 많죠~~ 그 시간이 넘어가면 복이 옵니다. 전 그덕에 시집은 잘갔어요. 요즘 시부모님 덕 보려는 시누이, 어떻게든 자기 돈 안내고 오빠에게 돈내라는 철없는 시누이 때문에 골치였지만.........부모 빽에 살려는 아이 부러워 마세요. 다 그몫만큼 그만한 대가 치러요 자신이 할 수 있는게 더 당당한거예요. 힘내세요. 부모 재산 탐내며 살지 맙시다. 그거 내꺼 아니예요. 부모님 꺼지......... 철없는 시누이 모며 느낀겁니다.

    2011.07.08 03:29 [ ADDR : EDIT/ DEL : REPLY ]
  3. gjkhgf

    뇌없는 된장녀 에 비하면 참 대견합니다.
    비젼없는삶은 죽은거나 마찬가지죠.
    열심히 하시어 꼭 꿈을 이루셨으면 합니다.
    누구나 오늘을 사는거 니까요~
    항상 새벽은 찾아옵니다..강한자가 살아남는게아니라 끝까지살아남는자가 강한거에요~^^

    2011.07.08 04:35 [ ADDR : EDIT/ DEL : REPLY ]
  4. 백합

    ~*_^~참~*대견한..학생분이네여~*나도,대학생을...졸업시킨..엄마지만...모든~*학생들과...모든~*젊은 분들이..이분..처럼~*겸손..한 생활을..한다면...우리나라..엄마.아빠들이...그렇게...죽으라~*고생은 좀..덜~*할텐데...말이져~*~나도..두딸아이를...9년동안...혼자서..키우면서...장사에서..남의집..주방을..보면서..써빙을 보면서...어께가..아프도록..일했지만...우리아이도..이2년전에..졸업해서..간간히..제 밥벌이하면서...한자금 대출..받은거를..조금씩..갚아가고있지여~*나는나대로...아이들키울때..대출한..돈을..큰이자..쓰고...하다보니...돈은 돈대로 나가고..모아지지않고...허리띠를 졸라매고..아껴써도...매일..그게그거더라고여..얼마전부터..둘째딸아이가...엄마가..고생많이..했다고...몸도않좋은데...일..그만하라고...제가..일한다고...일전선에...열흘전부터...나가있는데...그래도...두딸을 키운 보람..이있구나..싶네여~*_~우리모~두~더욱더~아껴쓰고...허리띠를 졸라매야겠져~*학생분~*힘~내세여~*언젠가는...웃으면서...좋은날~볼때가..오리라믿어여~*오늘도~*내일도~*화~이팅~~*_^~존경해여~*ㅎㅎ~*_~

    2011.07.08 05:46 [ ADDR : EDIT/ DEL : REPLY ]
  5. 그여학생도 대견하지만 같이 애기들어주고 맛난것도 같이먹는 글쓴님도 아름다우십니다^^
    아직까진 우리 사회가 많이 병들진 않았다는걸 느끼게 해주셧네요 ..감사드려요..

    2011.07.08 06:26 [ ADDR : EDIT/ DEL : REPLY ]
  6. 한량

    이 학생 사연 들어보니 제가 대학 다닐때 생각 나내요
    그때가 IMF 터져서 하루 천원으로 끼니 때우던 시절...
    주유소 알바 부터 일식집 알바까지 거의 안해본 일없이
    대학을 다녔내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잖아요 지금
    좀 힘들겠지만 분명 좋은일이 생길테니 힘내세요 !

    2011.07.08 09:23 [ ADDR : EDIT/ DEL : REPLY ]
  7. 미래에 희망이 있으니까요.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야죠. 그래도 참 대견하네요. 안쓰럽기도 하구요

    2011.07.08 09: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오, 안타까운 청춘의 나날들이군요-_-;;;
    하지만 그 곤경과 역경이 빛나는 날의 밑그림이 될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ㅎ

    2011.07.08 10: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참...
    멋진분이네요!
    이렇게 고생하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가 되어야할텐데...

    2011.07.08 10: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윤일선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 여학생분 앞으로 다 잘되시리라 믿습니다. 힘내세요.

    2011.07.08 10:29 [ ADDR : EDIT/ DEL : REPLY ]
  11. 두사람에게 축복이 오길 바랍니다!

    2011.07.08 10:32 [ ADDR : EDIT/ DEL : REPLY ]
  12. 정말 멋진 대학생이네요. ^^

    2011.07.08 10: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류명열

    즐기라고만있는게 청춘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이보여주네요
    청춘들이여 화~~팅
    조은 글 감사...

    2011.07.08 10:50 [ ADDR : EDIT/ DEL : REPLY ]
  14. 기특하기도 하면서 마음 한편이 짠하네요..
    그래도 몇십년전 대학생들은 대학생활의 낭만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방황할 시간이 주어지곤 했는데
    그런 사치는 생각할 수도 없다는게 너무 가슴이 아파요
    건강에 안 좋을만도 한데 꿋꿋하게 잘 지내서 보기 좋습니다
    글쓴 분께서도 좋은 일 하셨네요 ^^

    2011.07.08 11: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한인숙

    앞날이 환해보이네요 세상살면서 좋은 밑거름이될거예요 꿈을 이루시길~~~

    2011.07.09 11:28 [ ADDR : EDIT/ DEL : REPLY ]
  16. 난집에서 밥먹어도.

    하루3끼 김치하나 달랑 놓고 혹은 된장하나 달랑놓고, 혹은 간장하나 달랑놓고 간장에 밥비벼 먹는 나는 뭐지?? 간혹 미역만 넣고 끓인 미역국에 계란말이 하나 올라오면. 너무맛이 좋아 진수성찬인듯 밥을 한번에 3그릇씩 먹는데...
    라면을 매일 먹는다라.. 매일 먹을수만 있다면.. 우와. 진짜 부럽다.

    2011.07.09 13:48 [ ADDR : EDIT/ DEL : REPLY ]
  17. 박하사탕

    학생은 꿋꿋해서 멋지고, 아주머니는 마음이 따뜻하셔서 멋지시네요. 두 분 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네요. 세상살이란게 역경은 100% 동반하는 것 같아요. 이때는 이렇게 저때는 저렇게.. 현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면, 당당하게 우뚝선 내 모습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학생은 힘내시고, 글쓴님은 반찬 만드느라 수고 많으셨네요. 간만에 마음이 좋아지는 글이었습니다. ^^

    2011.07.09 14:53 [ ADDR : EDIT/ DEL : REPLY ]
    • ㅋㅋ 아주머니는 아닙니다요. 걍 반찬은 재료만 있으면 만드는 걸요. 아무튼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1.07.09 15:04 신고 [ ADDR : EDIT/ DEL ]
  18. 꿈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보기 좋은 것 같아요~
    오가는 치킨과 반찬과 커피속에 훈훈한 정이 느껴져요^^
    팍팍한 세상의 온기같달까요..

    2011.07.09 19: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남자녀석이

    커피전문점 알바 꼬시려고 퇴근시간 맞춰서 가게 들어가서 우연인척 같이 퇴근해서 작업하려는 건줄 알았는데 쭉 읽다보니 글쓴이가 여성분 ㅋㅋ 처음부터 삐딱한 시선으로 읽던 제가 부끄러워 지는군요.

    2011.07.12 04:56 [ ADDR : EDIT/ DEL : REPLY ]
  20. Bongwhangsae

    그 학생과 얘기해서 워킹 할러데이 로 캐나다에 1년 오게 하세요.
    영어공부도 되고 6개월정도 일하면 학자금걱정없이 대학원까지는 나올수 있겠습니다.
    bongwhangsae5@hotmail.com

    2011.11.15 07:25 [ ADDR : EDIT/ DEL : REPLY ]
  21. 건강 챙기세요..

    그렇게 먹다가는 나중에 뭐 좀 해보려할때 몸 다 망가진 상태 됩니다.
    건강해야 꿈도 이루고 건강해야 돈도 버는거지..
    젊은 사람치고 건강 신경쓰는 사람 별로 없지만 그래도 30대 중반만 넘어도 몸이 예전같지 않습니다..

    2011.12.08 22:0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