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9.15 명절에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을 하는 나를 발견하고 놀라다 (21)


아, 이건 정말이지 슬픈 일이다.

어릴 때 난 어른이 되면 절대로 안 그럴거야! 했던 것 중 하나인데 고스란히 했었으니...

지난 설날 조카들에게 세배를 받았다. 아직 미혼이라 세배 받는 것은 생략하고 세뱃돈만 탈취당했었는데 올 설에는 이제 슬슬 딸내미에게 어른다워지라는 것인지, 아니면 세뱃돈만 거저 빼앗기는 게 보기 불쌍하셨던지 아빠가 이제 너도 세배 받아라 하셨던 이후 조카들에게만 세배를 받고 있다.

양반다리 척하고 앉아서 세배를 받는데 덕담이라고 뭔가 이야기를 하기는 해야 하는데 할 말이 별로 없는 것이다. 그래서 조카 네 놈한테 한다는 이야기가 그저 니들도 새해 복 많이 받고, 공부 열심히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 라는 참말로 시시한 덕담을 던졌다.

그러다 이번에는 추석이니 세배는 받지 않지만 그래도 오랫만에 본 조카들에게 용돈 조금씩 챙겨주면서 덕담이랍시고 또 공부 열심히, 부모님 말씀 어쩌고저쩌고를 했다.


냉큼 "네."라고 답하며 용돈을 챙겨갔던 큰 조카가 잠시 게임을 하면서 툭 말을 던진다. "이모 아까 시시했어. 설에도 그러더니... 공부 열심히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는 너무 재미없네요. 재기발랄 위트만점 이모는 어데 간거야? 엉?"

헛!!! 이 말을 듣고 보니 진짜다. 어떻게 이런 시시한 덕담을 했지. 물론 의미야 가장 절실하고 중요한 것이다만 8살 짜리한테나 고3한테나 똑같은 덕담을 한 난 뭐냐...

덕담이라는 게 할 말이 별로 없어서 대충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그러고 있었다. 그야 말로 스스로 시시껄렁한 어른이 된 거 같아서 놀랬다. 게다가 조카까지 한 마디 떡 얹어놓으니 그야말로 난 그저그런 어른이 되어버린거야?!란 생각이 들었었다. 가장 조카들을 잘 이해하는 이모로서 꽤 부러움을 사고 있다는 존재로서 할 행동은 아니었다.

새해가 되어서 세배를 받을 때는 제대로 아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을 담으면서도 재기발랄한 덕담을 들려줘야겠다. 나도 십몇 년을 들으면서도 참 마음에 와닿지 않았던 공부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라는 이따구리 시시한 것 빼고.
Posted by 네오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잘보고갑니다 좋은하루되세요!!

    2011.09.15 08: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싫어하면서 배운다고(?)하죠^^;
    저도 주의, 또 주의하려 애쓰고있습니다.ㅎㅎ;

    2011.09.15 08: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저도 매년 듣는 말이 있지요..ㅎㅎ
    다행인지 포기인지 몰라도 올해는 무사히(?) 넘겼고요..ㅋㅋ;
    앞으로 좋은 덕담해줄 짝을 만나시길 빌께요..^^

    2011.09.15 09: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공부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 잘들어라~! 이 말을 아이들이 싫어해서 조카가 그런말을 한건 아닐까요?.ㅎㅎ
    지겹도록 듣는 말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ㅎㅎ 조카한테 한방 맞으셨네요 ㅎㅎ
    다음엔 더 좋은 덕담해주세요 ^^

    2011.09.15 09:11 [ ADDR : EDIT/ DEL : REPLY ]
  6. ㅎㅎㅎㅎ 음~ 설엔 네오나님의 재기발랄한 덕담을 기대해 볼까요? ㅎㅎㅎㅎㅎ

    조카가 이모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나봐요~ 그러니~ 이번 덕담이 시시하다고 하는거겠죠? ㅎㅎㅎ

    2011.09.15 09:13 [ ADDR : EDIT/ DEL : REPLY ]
  7. 어른들한테 들었던 것을 그대로 답습하게 되더라고요.
    덕담도 공부 좀 해야 겠더군요. ㅎㅎ

    2011.09.15 09: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미혼인데 세배 받는것도 좀 머쓱하겠네요. 뭐라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재기발랄한 덕담도
    미리미리 준비해 둬야겠는데요? ^^

    2011.09.15 09: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아 그렇습니다
    저도 무척이나 조심할려고 노력중인데 참 입이 근질거리더라구요 ㅋ

    2011.09.15 09: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ㅋㅋ
    어른이 되어가면은 다 똑같은가 봅니다 ㅠㅠ

    2011.09.15 09: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ㅎㅎㅎㅎ
    네오나님은 재치가 있으시니
    지금부터 설날까지 완전 열심히 연구하셔서
    아이들 빵빵~!터지게 해주세요...ㅎㅎㅎ

    2011.09.15 10:0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그래도 설날되면 같은 소리하실지 모릅니다.
    40년이상 늘 같은 소리만 해왔습니다.ㅋㅋ

    2011.09.15 10:09 [ ADDR : EDIT/ DEL : REPLY ]
  13. 인기있는 이모를 유지하려면 덕담 연구(?)를 하셔야 겠네요 ㅎㅎ

    2011.09.15 10: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ㅎㅎ, 담에는 좋은 덕담 하나 준비하셔야겠습니다.
    추석 잘 보내셨지요?

    2011.09.15 11: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ㅎㅎ 완전 공감합니다..!! ㅎ
    잘 보구 가요..^^

    2011.09.15 13: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뭔가 새로운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게 또 막상 닥치면.. 예전에 들었던 말들이 또 나오더군요.. .ㅎㅎ

    2011.09.15 15: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전 그래서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준답니다~ㅎㅎㅎ

    2011.09.15 16: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어떤 덕담을 해줘야할까 참 고민스럽게 만드는 글이네요 ㅎㅎ
    요즘 시대에맞게 담배피우지말고 악플러되지 말라고 해야하는걸까요? ㅎㅎ

    2011.09.15 19: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허걱~ 요즘 아이들 못말려요
    목요일 밤을 편안하게 보내세요~

    2011.09.15 20: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그런데 그 덕담이 흔하고 뻔하기는 해도 조카에게는 가장 해주어야 될 말이기도 한 것 같아요.
    어찌 되었든 저는 덕담을 하고도 어떤 것을 했는지 기억을 못하는 것을 보면 저도 그 비슷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싶네요^^.
    글 잘 보고 갑니다.

    2011.09.15 20: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막상 덕담을 할 위치에 놓이면 어쩔수 없이 판에박힌 말이 나오는것같아요~ ㅎ

    2011.09.16 04: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