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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22 문신한 깍두기 엉아들과의 강렬한 조우 (15)

모월 모일 저녁 8시...

일을 마치고 느긋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별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독서에 빠져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블럭을 교체하는 작업으로 흙바닥이 된 인도를 대신하여 차도 위의 폭이 좁은 가도로를 걷고있었다.

 

잠시 흙바닥을 걸을 때 슬리퍼에 비교적 큰 모래알이 들어갔는데, 조만간 빠지겠지하고 계속 걸었지만 이놈이 은근 발바닥을 좋아하는 변태였던지 탈락을 거부했다. 변태 모래를 제거하기 위해 잠시 길 중간에 서서 슬리퍼를 흔들어봤지만 이 모래는 확실한 정체성을 가진 변태답게 내 발바닥과 슬리퍼의 바닥사이에서 댄스 한 판을 신나게 벌이고 있었다. 어쭈구리~~~하며 발을 앞으로 뻗어서 과격하게 흔들고 있는 사이 뭔가 시야를 거슬리는 거대한 한 덩어리.


뭐지??!!하고 눈을 치뜨는 순간!

반팔 티셔츠 밖으로 뻗어나온 두팔에 밝은 파란색의 화려한 문신이 가득한 건장한 인물이 눈에 들어왔어. 폭이 약 80cm 정도 되는 가도로의 중간에 무례하게 서있는 나를 주시하면서. 나 '얼음'... 약 45도 각도로 올라간 발도 얼고 몸도 얼고. 하지만 위기 일발의 순간에 힘을 짜내서 얼굴만 배시시 웃어줘봤다...노력은 가상하지만 일종의 썩소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

흘낏하면서 '픽'하는 느낌으로 지나가는 건장한 깍두기 형님, 아니 엉아. 지나갈 때 언뜻 보이는데 그 가슴꼭지에서 등판까지 아웃트라인을 쳐보면 족히 42.195km는 됐을 거 같다 --;; 실제로는 마주했을 때부터 뚜기 엉아가 옆으로 비껴서는 수고를 하면서 날 비껴지나간 시간은 2~3초에 불과했겠지만 그 긴장은 3천명을 앞에두고 노래 한 곡조뽑아야하는 긴장감 보다 더 했다.

 

변태 모래알을 결국 손으로 잡아서 빼버리고 가던 길을 재촉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진정을 하려했지만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이 되지않고. 오르는 열을 식히기 위해 결국 31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에서 한가지를 골라서 콘에 담아서 핧아 먹으며 무서운 순간을 잊으려 노력했다.

체리를 질겅질겅 씹으면서 가던 길을 계속가니 슬슬 망각의 동물답게 심신이 안정되어가고 있었다. 겨우 긴장을 식히려는 그 순간 더운 날씨에 아이스크림은 녹아서 콘을 타고 흘러내리다가 결국 내 손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휴지를 찾으려고 인도의 가장자리 부근에 서서 가방을 여는 순간 뭔가와 작은 충돌이 있었어.

 


 흰 티 입은 엉아는 등판 문신 색깔, 까만 티 입은 엉아는 왼쪽 팔 같은 색깔의 문신 ㅡㅜ (Image from web)

뭐야??!! 하면서 내심 무서운 얼굴 흉내를 내면서 다시 눈을 치뜨는 순간!!

헉!! 이번엔 까만 반팔 티셔츠 사이로 뻗어나온 두 팔에 형형색색의 호사스런 칼라 문신을 새긴 인물이 눈에 들어오는거지. 아아아~~ 정말 머리에서 피가 내려가는게 이런 느낌인거구나.

이번엔 웃을 수 조차 없어...망할 체리쥬빌레가 까만 티셔츠와 강렬한 키스를 주고 받고 있던 중인걸 봤기 때문이다. 머리가 하얗게 되면서 눈 안으로 눈물이 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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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게도 칼라 문신한 깍두기 엉아는 얼어붙은 내손에 들린 휴지를 빼앗아 들고 옷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쓱쓱 닦고 아무 소리 안하고 가버렸다.  아마 통화하면서 걸어오던 중이라 자신의 잘못 또한 인정하는 듯했다.

이 동네에서 무슨 엉아들 모임이 있었던 거냐?!
아님 영험하신 문신 기술자가 영업 개시라도 한거냐?!
흰 티에 파란 문신, 검은 티에 칼라 문신 무슨 한 편의 영화에 나오는 그들만의 조화로운 집합을 본 것 같았다.


난 여자고 엉아들은 남자니까 오빠 내지 아저씨...아니 사실을 이야기하자면 동생 쯤으로 불러야 하겠지만 이 상황에서는 딱 엉아의 포스였으니까 엉아로 정리한다. 덩치 좋지만 잘 생겼었을지도 모르지만 엉아들 그 문신 무섭다구리 ㅜㅜ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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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1.07.22 10:08 [ ADDR : EDIT/ DEL : REPLY ]
  2. 아이구~ 섬뜩합니다
    오늘은 즐거운 금요일~ 더위 잘 견디세요~

    2011.07.22 10: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어이구.....이런.....
    저같아도 오금이 저릴번했을듯 해요...
    솔직히 이런 엉아들 지나다니면 조금 부담스럽긴 해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11.07.22 10: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마음고생 많이도 하셨네요
    근데 저사진은 어떻게 올리셨나요?
    사는방법이 다양한 세상임을 다시한번 느껴봅니다.

    2011.07.22 11:15 [ ADDR : EDIT/ DEL : REPLY ]
  5. ㅎㅎ, 놀랐겠습니다.
    오늘은 조금 시원하네요.

    2011.07.22 11: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전신 바디아트 수준이시네요 무섭습니다. ㄷㄷㄷ

    2011.07.22 11: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놀라셨겠습니다..
    목욕탕이나 이런데서 저런분 보면 괜히 피하게된다는,,,-_-;;

    2011.07.22 12: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그런 영아들이 일반인들 하고는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으면 부딪힐 일이 없을텐데,
    순간 초 긴장 상태로 돌입하셨겠네요.

    2011.07.22 13:36 [ ADDR : EDIT/ DEL : REPLY ]
  9. 아이고 섬뜩하네요...
    마음고생 많이 하셧겟어요 ㅜㅜ

    2011.07.22 13: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별 일 없으셔서 다행이예요;;
    저런분들중에 좀 격하게 화를 내시는 분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무서우셨겠어요;

    2011.07.22 20: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아무 일이 없으니.... 다행이네요 ^^
    문신 살짝은 괜찮은데 너무 심한건 저도 무섭기도 해요 ㅠㅠ

    2011.07.22 21: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무서운 경험을 하셨네요 ㅎㅎ
    정작 무서우셨겠지만 글이 너무 재밌어요 ^^

    2011.07.22 23: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으하하하하
    엉아들! 무서우셨겠지만 저도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ㅋㅋㅋㅋㅋㅋ
    저도 여기서 가끔 문신도배한 노랑머리 엉아들이나 흑형들을 볼때면
    괜히 주춤. 하게 되더라구요 ㅋㅋㅋㅋ
    그 포스는.. 정말이지.. 휴우...

    2011.07.23 00: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여자라서 아무 일 없이 끝났을 겁니다.
    남자엿다면 또 사정이 다르죠. ^^;;

    2011.07.23 08:0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아구나..얼마나 놀라셨을까나.. 그런데요. 문신도 문신 나름인 것 같아요. 여기선 문신을 자유롭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라, 거부반응 없지요.

    2011.07.23 08: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