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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23 버스에서 소매치기로부터 구해준 아주머니 (19)
세상과 사는 이야기2011. 8. 23. 08:44

며칠 전 퇴근 시간의 버스 안에서 있었던 일이다.
잘 타지 않는 노선버스를 타고 있었는데 버스 안에는 좌석에 앉은 사람들 외에 통로에 약 세 줄 정도의 사람이 서있는 꽤 만원버스의 상황이었다. 서로 꽉 끼어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뒷 사람, 옆사람과 바로 빽빽히 서있는 상태라움직임에 불편을 느낄 정도는 되었었다.

기사 뒤의 두 번째 좌석 앞에 서있었고 별다른 불편은 느끼지 못한채 다만 저녁을 기다리는 주린 배를 잡고 있었다.  앞 좌석에는 5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앉아서 창밖도 내다보시다가 사람들도 보시다가 하는 듯했다.

그런데 신호에 걸려있던 차가 출발하는 순간 갑자기 아주머니가 어깨에 걸려있던 내 가방을 낚아채시면서 "아이고 이렇게 큰 가방이 얼마나 무거울까? 내가 들어줄게." 하시는데 가방은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미 아주머니의 무릎 위에 있었다. 엥~ 낚아채지는 바람에 어깨도 좀 아팠고, 비틀거리면서 스타일도 좀 구겨졌길래 이 분이 왜이러시나 하는 약간의 원망어린 눈빛으로 쳐다봤던 것 같다.

그런데도 아주머니는 개의치 않으시는 듯 가방은 가볍게 해서 들고다니라는 둥, 한 손에 들려있던 우산도 달라고 하며 자꾸 말씀을 크게 하시는 거였다. 아주머니가 갑자기 너무 과장되게 이것저것 이야기하시는 것도 이상하고 자꾸 내 뒤로 좌우로 눈길을 보내시는 것도 이상해서, 뒤를 돌아봤더니 누군가가 자리를 확 피하는 게 느껴졌다.

그 순간 아주머니가 내 옷을 살짝 잡아당기시며 눈짓을 하셨다. 아마 쳐다보지 말라는 거 같았다.

버스가 바로 다음 정류장에 멈춰섰고 우르르 사람들이 하차를 했다. 거기가 백병원 앞인데 강남 방향이었으니까 그 다음은 터널을 지나 한남동 단대앞이 정류장으로 무지 길고 러쉬 아워라 오래 걸리는 구간이다.

버스가 다시 출발하자 아주머니 왈 내가 버스를 타면서 지갑을 단말기에 찍고 가방에 넣는 것을 어느 총각이 힐끗 쳐다보더니 내 뒤쪽에 섰다는 것이다. 어쩔까하시다가 나에게 말로하면 이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거 같아서 버스가 흔들릴 때 자연스럽게 가방을 받아주는 게 제일 나을 거 같아서 그렇게 하셨다는 것이다.

 


바로 다음 정거장을 지나고 나면 터널에 들어가기 때문에 거기서는 소매치기 당한 것을 알아챘다 하더라도 터널 안에서 차를 세우기 어렵고 다음 정거장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니 조치를 취하기도 어려워서 거기서 소매치기를 하려했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강남방향인데 백병원 앞 정류소에서 그렇게 많은 인원이 하차한 것도 좀 이상했다. 

정말 다행이라고 고맙다고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했더니 소매치기가 초보인지 자꾸 옆사람이랑 눈짓을 교환하고 내 가방을 쳐다보고 해서 금방 이상한 걸 눈치채셨다고 한다. 나이가 드니까 별 게 다보이네 하시며 웃으시는데 무지 고마웠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평소 현금을 그다지 많이 가지고 다니지 않는데, 그 날 따라 현금을 좀 많이 가지고 귀가하는 날이었다. 그네들은 돈냄새를 맡는다더니 정말일까...

그 사람들이 진짜 소매치기였는지 아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으니 다행이었고, 사람많은 버스 안에서 좀더 주의를 기울여야한다는 것도 재인식하는 계기도 되었다. 아무튼 그 아주머니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얼굴이 동그랗고 작고 깜찍한 안경을 쓰고 계셨었는데...고맙습니다 ^^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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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헐 정말 그 아주머니 아니였으면 큰일날뻔 했네요...

    전 이래서 현금 안들고 다니죠 ㅋㅋㅋㅋㅋㅋ

    2011.08.23 08: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정말 친절한 아주머니로군요
    화요일은 화이팅하세요~~

    2011.08.23 09: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헉... 정말 큰일날뻔하셨네요;;

    2011.08.23 10:21 [ ADDR : EDIT/ DEL : REPLY ]
  4. 평소 돈이 없을때는 안 꼬이던 그네들이 하필 돈이 좀 있는날엔 귀신같이 지갑을 노렸다니..
    섬찟하네요. 항상 조심하세요~

    2011.08.23 10: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아주머니가 현명하신 분이네요. 손해없이 경각심을 갖게되어 다행이네요. 에전에 양복 주머니가 칼로 찢어져서 일부러 수선없이 다녔던 적이 있거든요.

    2011.08.23 10: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쎈스있는 아주머니시네요...
    괜히 그럴때 어째야 하나 난감한데...
    다행입니다..
    글구 조심해야겠어요....ㅠ.ㅠ

    아...돈냄새는 귀신같이 맡는다고 하더군요...ㅡ,.ㅡ;;

    2011.08.23 10: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정말 큰일 날뻔했네요...
    아주머니 덕에 아무일 없으셔서 다행입니다. ~
    어딜 가든 조심해야될거 같아요~ 네오나님도 조심하세요 ..^^

    2011.08.23 10:48 [ ADDR : EDIT/ DEL : REPLY ]
  8. 다행이네요.
    아직도 그런분들이 계셔서 훈훈합니다~
    어찌됐든, 조심하셔야 할 것 같아요

    2011.08.23 10: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정말 고마우신 분이네요~~
    요즘 소매치기들은 더 조직화되고 지능화되어 있다고 하던데요.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11.08.23 12: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큰일이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잘 보구 갑니다^^

    2011.08.23 14: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무서운 세상이란 생각도 들고... 인정이 많은 세상이란 생각도 드네요;;;

    2011.08.23 14: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저도 형 결혼식장에서 고모가 누가 자꾸 쳐다본다면서 주의를 줬던 기억이 있네요. 세상엔 제 생각보다 나쁜 놈들이 많나봅니다. 무서워서이거~

    2011.08.23 16: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돈냄새(?)를 맡은 소매치기도 대단(?)하지만
    아주머니의 재치가 돋보입니다.
    다행입니다.

    2011.08.23 16: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정말 은인이시네요...
    저런분들이 많아져야 살만한 세상인데요..
    범죄를 당하고있어도 도와주지 않는 것이 요즘사회죠...
    참..안타깝네요.

    2011.08.23 16: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와, 정말 친절한 분을 만나셨네요. 요즘 버스 안에서 가방 들어주는 분 별로 만나기 어려운데요.
    또 다정하게 말을 거는 사람도 거의 없고요. 별일이 없어서 다행이네요.
    아주머니가 재치있게 그 상황을 잘 벗어나게 해주신 것 같아요.

    2011.08.23 20: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정말 좋은 분을 만나셨군요..^^
    사실 그런거 보고 그냥 지나치는 분들도 많은데.. 정말 다행입니다..^^

    2011.08.23 21: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오!! 좋은 아주머니시군요..;
    요즘 무서운 세상. 조심많이 해야되요..

    2011.08.23 23: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아주머니의재치있는 대처가 돋보이는군요.
    네오나님의 행운 가득 했던 날이기도 하구요.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2011.08.24 08:19 [ ADDR : EDIT/ DEL : REPLY ]
  19. 정말 친절하신 분을 만나셨군요~
    다행이네요;; 말로만 듣던 소매치기를 만나시다니..네오나님도 참 다양한 일을 경험하시는 듯;;
    그나저나 정말 돈냄새를 맡는걸까요?;; 신기하네요~

    2011.08.25 02: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