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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사는 이야기2011. 7. 19. 08:16


몇 년 전 기대되는 신입사원 한 명이 입사를 했다.
우리 부서는 독특한 자격조건이 필요해서 신입사원 뽑기는 정말 어려웠다. 무려 면접만 50여명을 넘게 본 후 드디어 신입사원이 우리 부서로 출근한 첫날이었다. 이전에 운동도 좀 했었고, 락 그룹의 기타리스트였다는 그의 경력까지 더해져서 다들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싹싹하기도 하고 열의도 보여서 하루만에 아, 인물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공식적인 신입사원 환영회는 추후에 치뤄지지만 그날 마침 몇몇 직원들과 술자리가 있었던 지라 같이 가겠냐고 담당 교육 직원이 청했었나보다. 우리끼리의 술자리에 나타난 그를 보면서 요즘 신입사원들이랑 많이 다른데~라며 환영해줬다.

문제는 우리 부서 사람들이 술을 어지간히 많이 먹는다는 사실이었는데 이 친구 역시 자신이 술을 잘 마신다고 생각했는지 주는 대로 벌컥벌컥 들이켰다. 괜찮냐고 물어도 한 번도 술에 취한 적이 없다는 말로 안심시켰었다.

대충 1차가 끝나고 극히 안 좋은 술 습관을 가진 우리네 습관대로 2차로 자리를 옮겼고 아예 그자리에서는 거의 술독처럼 마셔댔다. 3차로 가라오케에 가서 또... 예쁜 신입이 들어왔다는 생각에, 신입에 술로 뒤쳐질 수 없다(??)는 객기들에 모두 엄청 마셔댔다. 편의점에서 사온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하고 가뿐하게 헤여졌다...라고 우리는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지방 출장이 예정되어있던 나는 7시 반쯤 출근을 했다. 그런데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부터 우리 부서 쪽에서 계속 전화가 울리는 것이다. 어디 외국에서 온 전화인가 보다 생각하면서 이 시간이면 어느 나라냐~하면서 전화를 받았더니 나이든 남자의 목소리이다. 어제 회사로 출근한 신입사원 뭐시기의 집인데 어제 아들이 집에도 안 들어왔고 핸드폰도 안 된다는 것이다. 

헉!!


같이 택시를 타고 갔던 직원을 수배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분명 집 근처에 신입사원을 내려줬다는 얘기다. 새벽 한 시쯤이라 늦긴 했지만 분명 제대로 말도 하고 제대로 걷기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갑자기 핏기가 머리에서 쑥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연락이 된 다른 직원들을 가능한 빨리 오도록 재촉을 하고는 혹시나 하고 그 친구에게 계속 전화를 했다. 배터리가 나간건지는 모르지만 전화는 계속 무답이고. 경찰에 신고를 해야하나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그런데 그 때 보안실에서 연락이 왔다. 그 신입직원이 어제 새벽에 회사건물에 들어온 기록이 있는데 나간 기록이 없다면서 혹시 무슨 일 없냐고 확인하는 전화였다. 무슨 황당한 사건이냐 싶어서 자세히 물어봤더니 그저 새벽 두시 넘어서 들어간 흔적만 있다는 것이다. 

사무실에는 없으니 이상하다 싶어서 핸드폰으로 계속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하면서 여기저기 찾아봤다. 다른 직원도 출근해서 같이 찾아봤더니 이 친구 남자 화장실에서 뻗어 자고 있었다. 걱정도 되고 놀랍기도 해서 깨워서 씻기고 집으로 전화하라는 말을 전하고는 나는 바로 출장길에 나섰다. 

다음날 회사로 출근해 보니 그 친구는 더이상 출근할 수 없다면서 입사를 취소했단다. 공식적으로는 술을 그렇게 먹이는 회사는 다닐 수 없다면서. 사실 개인적으로는 창피해서란다. 그날 있었던 일은 비밀에 부쳐졌지만 새벽에 회사에 다시 온 이유는 잠깐 길거리에서 잠이 들었는데 깨자마자 회사에 출근해야한다는 생각에 무조건 회사로 왔단다...귀사본능인건가? --;;;

술이 취한 상태에서 보안카드로 건물에는 들어왔는데 사무실은 열리지 않아서 화장실에서 잠시 앉아서 잠이 든 것이었단다. 부서 사무실은 마지막 퇴근자가 비밀번호로 잠그고 첫 출근자가 해제하는 시스템인데 이 친구는 그걸 몰랐으니 보안카드만으로는 못 들어간 것이다. 이틀만에 그렇게 취한 추태를 보여줬다는 생각에 입사를 취소한 게 너무 아까워서 설득을 했다는데 결국 취소했다.

과도한 음주문화로 신입사원은 놓치고 부서장 한테는 우리 모두 엄청 깨졌다. 더할나위 없이 깨졌고 그 이후 절대 신입사원이 적응하기 전에는 술자리를 같이 하지 않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술도 좀 줄이기로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합의는 그저 합의로 끝나긴 했지만...


그 친구 어디서 잘 살고 있겠지... ^^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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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열받아

    우리 아는형도 이랬는데
    술을 너무 많이먹여서 하루만에 안갈려고 했는데
    하도~설득을 하니 다닌다고 하긴하던데,,

    2011.07.19 15:17 [ ADDR : EDIT/ DEL : REPLY ]
  3. 술 잘 처먹는 게 무슨 자랑인 줄 알고...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나 생각해봐라. --;
    그 돈 아껴서 운동이나 하던지...

    2011.07.19 15:43 [ ADDR : EDIT/ DEL : REPLY ]
  4. 헉...
    좀 창피하긴 했겠어요
    저도 이럴까봐 술 많이 안마시려고 노력하는데 에공, 어디가서 잘 지내고 있겠죠 ㅎㅎ

    2011.07.19 15: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홍홍홍

    아ㅋㅋㅋ재미있네요!
    정말 재미있는 동료분들이세요! 님같은 동료분과 회사생활하면 재미있는 나날의 연속일꺼 같아요.
    아무런 정도 없이 일만하는 것보다는 동료들과 술좀 마시면서 기쁨과 힘듬을 나누는게 직장인의 묘미아닐까요?

    2011.07.19 16:04 [ ADDR : EDIT/ DEL : REPLY ]
    • 워낙 재미있고 왕따조차 없는 집단이라 참 즐겁게 지내는데 확대해석하는 사람들이 넘 많네요 ㅋ

      2011.07.19 22:06 신고 [ ADDR : EDIT/ DEL ]
  6. ㅋㅋㅋ 혹시 더 조건이 좋은 회사에 취직한거 아닐까요?
    흥미로운 글 잘보구 갑니다..^^

    2011.07.19 16: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ㅋㅋㅋ 혹시 더 조건이 좋은 회사에 취직한거 아닐까요?
    흥미로운 글 잘보구 갑니다..^^

    2011.07.19 16: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헐~~~
    퇴사이유가 참 어이없기도 하네요. ^^;;

    2011.07.19 16: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ㅎㅎ 재밌게 읽어보고 간답니다 ^^
    아직 친해지지도 않은상태에서 너무 창피하겠어요 ㅎㅎ
    친하다해도 창피하겠지만 ^^

    2011.07.19 16: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어휴

    부서장한테 깨질만도 하네요. 어렵게 뽑은 신입한테 뭐가 급해서 첫날부터 그리 퍼 먹이셨는지.

    2011.07.19 17:19 [ ADDR : EDIT/ DEL : REPLY ]
  11. JINO

    예전 비슷한 상황의 신입사원이 생각나면서 오늘은 누굴 꼬드겨 한잔할까 두리번 거리고 있습니다...ㅋㅋ 잼있게 글읽고 갑니다...^^

    2011.07.19 18:11 [ ADDR : EDIT/ DEL : REPLY ]
  12. 거참

    술많이 퍼마시는게 자랑인가? 물론 글쓴이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한국인으로서 볼때 우리나라 음주문화 참 문제 많다. 좀 바껴야 할 때도 되지 않았나? 다들 할 줄 아는게 없어서 그렇게 술만 마시긴 하는데 참 볼때마다 안타까운 맘 금치 못하겠다. 즐길때 즐겨도 좀 건전하게 즐기자. 몸버리고 돈버리고 뭐하는 짓인지. 참 불쌍하다. 쯧쯧..

    2011.07.19 18:43 [ ADDR : EDIT/ DEL : REPLY ]
    • 자랑은 아닙니다만. 모인 동료중에는 술 한 잔도 안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저 자리를 좋아해서 끝까지 같이하죠.그런 분위기가 좋은 건데 강요할 만한 사람도 없구요. 그나저나 말 참 차갑게 하시네요.

      2011.07.19 22:10 신고 [ ADDR : EDIT/ DEL ]
  13. 그렇게밖에여유없는문화인거죠..

    그거밖에 할 거 없기도 하고... 예전... 시간 보낼 것(밥)이 없어서 술(양념)을 빨리 벌컥벌컥 많이 마셔대는게 유일한 해소구였는데... 이제는 그게 굳어져서 누군가에 습관이 되고 그게 문화가 되어버렸네요...

    이미 그렇게 습관 들으신 분들은 아무리 뭐라해도 고쳐지지 않아요. 같이 즐기던가 그냥 조용히 잔을 거부하던가 ㅎ

    2011.07.19 19:01 [ ADDR : EDIT/ DEL : REPLY ]
  14. 잔을 거부한다고 해결될 문제 같으면 말이나 안하죠. 신입이 술잔 거부하면 첫날부터 찍히는게 울 나라인데요. 술로 회사에서 쌓였던 스트레스 해소하는것도 문제입니다. 그거 말고도 해소할 방법은 찾아보면 많을텐데 좀 어리석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젤 큰 문제는 술자리 참석 안한다고 왕따시키는게 심각한 문제입니다. 뭐 물론 술자리에서 사내에서 듣기 힘들었던 얘기들이 오가고 해서 참석하는게 좋긴 한데 그런 자리에 참석 안했다고 왕따시켜버리는거. 이거 정말 안좋은 사회현상입니다. 술 잘 마셔서 가정을 돌보지 않는 사람치고 화목한 가정 못봤습니다. 신입사원이 참 똑똑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술마시고 죽을일 있나?

    2011.07.19 19:57 [ ADDR : EDIT/ DEL : REPLY ]
  15. 지나가는 사람

    지나가다 들렀습니다. 글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네오나님의 몇몇 댓글을 보고 놀랐습니다... 기분 나쁘시더라도 좋은 쪽으로 말씀해주셨으면 더 좋은 마무리가 될 수 있었을테지요... ^^;;;;

    2011.07.19 22:38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러게요. 어지간하면 그러고 싶은데 이렇게 확대해석되는 데는 참기 어렵군요.

      2011.07.19 22:51 신고 [ ADDR : EDIT/ DEL ]
  16. 이 글 참 대박입니다~~ 그속에서 당당히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게 네오나님이네요? ^^
    울 회사도 비슷한 사례가 있어요. 매년 봄마다 전사원들이 수련회를 가는데 장소 문제상 한꺼번엔 못가고
    1차, 2차 나누어서 가거든요. 한 차수에 5백여명쯤..그런데 그해 새로 뽑힌 신입사원들 자기소개 시간에
    한 친구가 "건설회사는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하는데, 전 지금껏 술자리에서 남에게 져본적이 없습니다.
    선배님들과 술자리도 기대하겠습니다아~~" 하고 큰소리로 말하는게 아닙니까! 그거참...기가막히고..코가
    막힌다, 그죠? 요녀석 어린것이 사회를 뭘로 보고... ㅡㅡ; 근데 1년후 그 친구가 우리현장으로 발령받아
    왔답니다. 그래서 물어봤죠. 그 발언이후로 별일 없었냐고~ 그랬더니 말도 마랍니다. 가는곳마다 소문이
    나서 "너 술 잘한다면서? 어디 한번 같이 마셔보자~" 이런 직장상사들 땜에, 더군다나 한두번은 끝까지
    대작하는데 매일같이 계속되는 술자리에 도저히 못버티고 KO당하고 GG선언했다는군요~ ^^

    2011.07.19 23: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다들 비슷비슷한가봐요. 이 친구 이후에 신입사원이 술 잘 마신다는 말은 그냥 넘겨요. 먹는다는 것도 말리죠 -_-;; 보통 호되게 당했어야죠ㅋ 사실 이 이후에 글을 쓰려고 했었는데 이 다음에 들어온 친구도 똑같은 말을 해서는 얼마나 웃겼는지 몰라요. 이 친구도 한 번 같이 마시더니 사회는 역시 다르군요 라는 얘기로 마무리 됐죠 ㅎ

      건설회사라면 제일 많이 마시는 산업군으로 알려져있으니 오홋~~~ ㅎㅎ 정말 비슷한 케이스네요.

      2011.07.20 00:05 신고 [ ADDR : EDIT/ DEL ]
  17.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에 제가 신입사원일때 같이 입사한 동생 녀석이 술 먹고 뻗엇 오후 2시에 출근했더랬죠. 그런데 그 부서가 신입사원 회식때 술을 하도 먹여서 신입사원이 회사 못다니겠다고 그만뒀던 전력이 있던 부서라 그녀석도 그만둘까봐 그녀석 출근할때까지 그 부서 비상이었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1.07.20 08: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쩝;;;
    저도 처음 회사술자리에서 이거 신입사원이 못마시면 안된다! 라는 강박관념에 엄청 들이키다가 다음날 정말 죽을뻔했다는... 그나저나 안타까운 일이네요;;;

    2011.07.20 09: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음 우리나라 술문화는 분명 문제가 있긴해요;;
    그 신입사원도 왠지 불쌍하다는;

    2011.07.20 18: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미티게따

    그 직원 엄청 귀요미 아녜요?
    사회는 역시 무션 곳이군요.
    조심해야게뜨.

    2011.07.21 02:03 [ ADDR : EDIT/ DEL : REPLY ]
  21. 네몽

    저도 신입 한두달간은 진짜 힘들었지요.. 매일 이어지는 술자리에 끌려다니면서 주는대로 다 받아마시다가 골병들 뻔 했네요..그러다가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몇번 만취해서 객기를 좀 부렸더니 그 담부턴 강요 안하더군요 ㅋㅋ 웃어야 할 지 말아야할 지... 뭐 평소엔 일 잘하고 싹싹하게 잘 하니 대인관계는 좋은 편입니다.
    신입들 들어왔을 땐 아무래도 조심해야합니다. 그 입장에선 안그래도 처음이라 긴장되고 피로한 상태일텐데 어떻게든 열심히 해보려는 열의로 술까지 주는대로 다 마시다보니 얼마나 힘에 부치겠습니까..ㅎㅎ

    2012.02.05 11:19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