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우울증'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10.10 아내의 우울증을 고친 남편의 무한 애정 (16)

조용하고 참 착한 후배가 변했다.
즐겁게 웃다가도 갑자기 울고, 무엇인가 조금만 심기를 건드려도 바로 전투자세로 돌입했다.

본인도 그렇게 변한 상황이 적응이 안 되는지 한 판의 전투 이후에는 자괴감에 빠져서 어쩔 줄 몰라했다.
짜증과 전투는 상대가 있기 마련이고 가끔 보는 친구나 선배보다는 그의 남편이 주된 대상이었다.

사리판단이 비교적 명확했던 후배가 남편하고 싸우거나, 남편에게 삐쳤거나 했다고 해서 그 이야기를 들어보면 잘못의 시작은 후배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남편은 오히려 아내를 아끼고 사랑하고 시간을 내어줄만큼 내어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후배 앞에서 그 남편 편을 들 수도 없는 상황이라 그저 들어주기밖에는 못했었다.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경제적인 것과 인간 관계과 있고 또 자존감의 상실이 있는 듯하다. 병리적인 해석은 모르겠지만 내 주위에서 보아온 바에 의하면 그렇다. 이 후배는 전형적으로 자존감 상실이 원인이다. 지방에서 남편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다가 남편이 서울에 자리를 잡은 이후로는 서울에서 전업주부로 살고 있었는데 점점 모든 세상이 자기 위주로 돌게 되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게 되었다.

이러다가는 정말 이상해 질 것 같아서 그 남편은 제대로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자고 했으나 후배는 전적으로 그것을 거부했다. 자기는 정신병자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마음의 감기라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듣지 않고 점점 심해졌고 극도로 자기 화를 다스리지 못했다. 그 이전에 화가 날 상황이 아닌데도 심하게 화를 내는 것이 보고 있는 사람이 더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결국 만났을 때 병원에 갈 것을 강권하게 되었다. 그건 감기 같은 거라 일단 도움을 받자고 했다. 역시 후배는 막무가내였다. 그러다가 어렵게 이유를 이야기하는데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능력이 없는 자기를 남편이 싫어하기라도 하면 어쩌나 라는 고민을 털어놨다.


결국 남편의 사랑을 잃어버릴까봐 전전긍긍하는 것이고 그 기저에는 본인의 자존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후배에게 제안했다. 아는 회사에서 사람을 구하는데 계약직이고 월급도 많지는 않지만 그 후배 집 근처라 혹시 한번 일해보지 않겠냐고. 일을 하면 아무래도 다른 일에 몰두하게 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또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화를 다스려야 하니 잦아들던 터지던 양단간에 결정은 될 것 같았다.

나의 어설픈 제안이었지만 후배는 그 회사에 다니게 되었고, 몇 년만에 경험하는 회사 생활을 긴장을 하게 만들었는지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는 신경도 무뎌졌고, 남편을 일일이 간섭하는 것도, 작은 건수에 화를 내는 것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회사 생활에 적응하게 된데에는 그 남편의 역할이 지대했다. 칼퇴근하는 직장에 다니는 남편은 매일 청소와 저녁밥을 만들어놓고, 아침까지 준비해놓고, 외식을 싫어하는 아내를 위해 도시락 밑반찬까지 공수하는 노력을 했다. 시댁이든 친정이든 나들이를 좀 줄이고, 주말에는 가까운 곳에서 작은 외출 거리를 만들어 놓고, 긴장을 풀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직장생활에 적응하는 아내를 위해 수시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조금 안 좋은 일이 있다고 하면 무조건 편들어서 위로해주고 용기를 줬다고 한다. 첫 월급을 탔을 때도 남편은 단호하게 생활비, 적금, 부모님 용돈등은 기존에 하던대로 그대로 하고, 월급으로 받은 돈은 온전히 후배만을 위해서 쓰라고 하더란다.

내심 남편이 돌봐주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던 지라 자기 월급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려던 후배는 너무 감격해서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설마 내가 돈을 벌어서 잘 해주는 거야?라는 생각이 몇 번 들었었는데 그게 무척이나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했단다.

이 후배가 이렇게 직장을 다닌지 벌써 1년이 거의 다 되어간다. 후배는 이제 무척 편안해졌다. 이전처럼 웃기도 잘하고 선한 인간형을 되찾아가고 있다. 자신이 왜그렇게 공격적이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후배는 임신한 동생이 꼭 갖고 싶다는 유모차를 턱 사주기도 하고, 결혼하는 시동생을 위해 자신의 돈으로 거액의 살림도 하나 사주고, 친정부모님과 시댁부모님, 남편에게 보약도 해주고 자신의 여행을 위해서 적금도 들고 있다고 한다.

직장 생활을 권하고 회사를 소개시켜준 나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또 자신이 우울증을 벗어나게 된 게 내 덕이라며 무척이나 고마워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공은 그 남편에게 있다. 희생이라고 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아내를 위한 사랑과 배려, 양보로 결국 아내가 큰 어려움을 헤쳐나올 수 있도록 도와줬으니 말이다.

아, 그런데 후배는 얼굴도 예뻐졌다. 확실히 정신적인 상태는 얼굴로도 나타나는 모양이다.
Posted by 네오나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비밀댓글입니다

    2011.10.10 08:37 [ ADDR : EDIT/ DEL : REPLY ]
  2. 아내에 대한 이러한 남편의 사랑은 진리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ㅎㅎ
    부부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글 넘 잘 보았어요... 총각이 이런건 잘 배워 두어야 하기에..ㅋㅋ

    2011.10.10 08: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비밀댓글입니다

    2011.10.10 08:41 [ ADDR : EDIT/ DEL : REPLY ]
  4. 비밀댓글입니다

    2011.10.10 08:48 [ ADDR : EDIT/ DEL : REPLY ]
  5. 사랑으로 모든것을 바꿔주셨네요.
    우울증..저도 있는데.. 제 남친 이 포스트 보여줘야겠어요^^

    2011.10.10 09: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아...
    대단히 멋진 남편입니다^^
    후배님은 결혼을 잘하셨네요..ㅎㅎㅎ

    아무래도 직장생활 하다 전업주부가 되면 우울증이 올수 있을듯해요..
    다행입니다^^
    아~!
    네오나님께는 한턱 쐈겠죠??ㅎㅎ

    2011.10.10 09: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일석이조네요. 우울증도 치료하고, 가정경제에 도움도 되고 ^^

    2011.10.10 09: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남편의 헌신적인 배려도 큰 도움이 됐겠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새 직장을 갖은거라 생각되네요.

    2011.10.10 10: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사랑의 힘인가요?!!!! ㅎ
    너무 잘 보구 갑니다~^^

    2011.10.10 14:2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잘해결되서 다행이네요~
    역시 남편의 애정이 최고의 해결책이었네요^^

    2011.10.10 17: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결론이 좋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ㅎㅎ

    2011.10.10 17: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우울증은 정말 무서운거 같더라구요..
    가까운 사람들이 정말 노력을 많이 해야하는..ㅜ.ㅜ

    2011.10.10 22: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죄송합니다.
    너무늦게찾아뵙네요.

    2011.10.10 23: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역시 우울증은 사랑이 최고이긴 한데~
    직장생활도 분명 도움이 된 것 같아요.

    2011.10.12 14: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부러우면 지는거다

    회사생활하는 맞벌이로써 부인과 같은 처지라 눈물이 나네요.
    내 우울증도 자존감의 상실이란걸 깨달았어요
    감사합니다....남편분때문에 부인이 더 부럽네요.....행복하게 사세요

    2011.10.28 09:59 [ ADDR : EDIT/ DEL : REPLY ]
  16. 들살이

    요즘 제 아내도 우울증 증세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이 글보니 제가 아내를 위해 해준게 없었네요...
    덕분에 제가 아내를 위해 해나아갈 방향을 찾았네요..
    정말 좋은 글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09.27 09:40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