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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04 음악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유희열의 스케치북, The Musician (22)

 

음악의 아름다움을 그저 아름다움으로 느끼게 해 준 프로그램이었다.

특별한 오락적 요소도 없고, 억지스러운 감동도 없고, 부자연스러운 과장도 없는 그저 음악 그 자체를 전해준 음악 프로그램이었다. 당연하다.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스러운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니까. 경쟁도 없고 사회적 이슈도 없이 그저 음악을 위한, 연주자를 위한, 청취자를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항상 가수들 뒤에서 그들의 노래를 빛나게 하기 위해 연주했던 세션맨들. 작곡도 하고, 녹음도 하고, 레코딩 참여자로 앨범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겠지만 대중에게는 거의 인식되지 않는 그네들의 존재가 유희열 100회 특집의 주인공이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100회 특집으로 마련되었었던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The Producer, The Label, The Drama 이후 최종적인 시리즈의 종결판인 The Musician은 1960년대 즈음부터 우리나라 대중음악계에서 활약했던 연주자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놀라운 선택을 했다.  

 

 

유희열답다고나 해야할지. 시리즈의 구성이나 내용이 무척이나 재미있었기에 진짜 100회 때는 무엇을 보여줄까, 어떤 대단한 가수들을 섭외해서 무대를 만들 것인가 기대를 했었는데 그 기대를 완전히 넘어서는 특집이다. 무대 위에서 유희열이 피아노에 앉아서 연주를 시작할 때만 해도 뭘까 했었는데 평소보다 더 많은 연주자들이 보이고, 기타에 함춘호를 보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 뮤지션이 이들 뮤지션임을.

 

협연이 끝나고 간단하게 특집의 의도를 설명하면서 그 연주자들을 향해 90도로 배꼽인사를 하는 유희열의 모습에서 그가 이 특집을 어떻게 준비해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이 연주자들을 모아서 특집을 구상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음악프로그램에서는 아마 처음 시도하는 듯한 연주자가 가수를 정하는 드문 연출이었다. 연주가 가수의 노래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가 아니라 가수들의 노래가 연주자들의 연주를 뒷받침하는, 가수가 주인공이 아니라 연주자가 가수를 초대해서 만드는 무대는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아코디언과 하모니카 함춘호의 기타 연주 때는 눈물이 날 뻔 했다.

구슬프면서도 애절하지만 얕은 끈적임이 아니라 깊은 바다의 안식 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연주에 흠뻑 젖었다.  푸른 바다의 심해 어딘가에 있는 듯한 연주단의 묵직한 여운이 느껴지는 연주는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그것이다. 아마 처음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집중해서 아코디언 연주를 들은 것은 처음이다. 슬프다 못해 아름다운 느낌이다. 애절하다 못해 처연한 미소가 지어지고, 아프다 못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50년 이상을 연주해왔다는 심성락 선생이 연주를 마치고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는 그말은 모두에게 전해졌다. 유희열이 얼굴을 들지 못하고 울음을 참는 듯한 모습, 울음을 참으려고 유희열을 생각한다는 하림의 그 마음은 연주하는 이들에게, 그 연주를 듣는 이들 모두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그저 선배연주자들의 무대를 빛내주기 위해 빛나는 머리로 참여한 하림의 뭉클거림은 그들이 선배연주자들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연주자의 무대를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이제 음악을 그만두려고 했었다는 연주자는 '함께'하니까 마음이 바뀐다고 했다. 역시 연주자들은 음악이 있어야 한다. 관객이 있어야한다. 그들을 부르는 자리가 더 있어야한다. 패티김 이미자 조용필 노래를 연주한 것으로 끝내지 말고,  지금의 가수들과 함께 연주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지속되기를 바라게 된다.

 

뒤에서만 있던 뮤지션들이 그들을 위한 무대에서 느껴온 감격은 어땠을까?  노래 중간을 그저 간주라고만 표현하는, 실제 연주대신 녹음된 반주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의 무대에 익숙해진 청중들에게 생으로 연주하는 이 무대는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무대였다. 유희열의 100회 특집은 음악을 앞에 보이는 가수에만 촛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뮤지션들에게 촛점을 맞춰준 진짜 음악을 들려준 프로그램이었다.

 

함춘호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다는 목이 메이는 인사는 가슴이 뭉클했다. 주인공이 가수가 아니라 연주자들이었던 이 무대는 무척이나 소중했다. 그들에게만 소종한 것이 아니라 좋은 음악을 듣게된 시청자로서도 무척이나 소중했다.

 

음악을 음악으로만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았다. 

 

 

<사진은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장면을 캡처한 것으로 저작권리는 해당방송사에 있으며, 글의 저작권은 http://neonastory.tistory.com 에 있습니다.>

Posted by 네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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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오나님, 유희열의 스케치북 매우 소중하고 감동스러운 자리였네요. 자주 그런 자리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2011.06.04 14: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지어서 만든 감동이 아니라 감동이 그대로 담긴 무대라 더 아름다웠습니다.

      2011.06.06 10:30 신고 [ ADDR : EDIT/ DEL ]
  2. 스케치북이 그나마 정통 음악프로그램의 맥을 이어주고 있네요. ^^

    2011.06.04 15: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나마 KBS가 음악 프로 몇개를 잘 이어온다는 게 다행이다 싶어요.

      2011.06.06 10:31 신고 [ ADDR : EDIT/ DEL ]
  3. 유희열의 스케치북도 은근이 오래가는 프로네요. 오래오래 장수해서 음악매니아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줬으면 좋겠습니다~

    2011.06.04 15: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끈기있는 프로그램인 거 같아요. 유희열이 진행을 맡았을 때 설마했었는데...ㅎ

      2011.06.06 10:31 신고 [ ADDR : EDIT/ DEL ]
  4. 네오나님요롱이왔어요!
    저도 유희열의 스케치북 애청자입니다! ㅎ
    이런 프로그램이 좀 더 많이 생겻으면 좋겟네요^^
    잼잇는 글 잘 보구 갑니다^^

    2011.06.04 17: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100회를 맞이했군요.
    못봤지만 감동이 있었네요

    2011.06.04 17: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뮤지션들을 주인공으로 한 아주 신선한 기획이었습니다. 감동도 줄줄줄...ㅎ

      2011.06.06 10:32 신고 [ ADDR : EDIT/ DEL ]
  6. 시청하자 않았지만 본듯 합니다
    토요일 저녁을 편안하게 보내세요~

    2011.06.04 18: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보지는 못했지만 정말 감동적이였겠어요.
    요즘은 통 tv를 볼 시간이 안나네요

    2011.06.04 22: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tv는 거의 BGM의 역할을 하고 있어서 가끔 집중하는데 스케치북은 꽤 집중되는 프로그램이예요 ㅎ

      2011.06.06 10:34 신고 [ ADDR : EDIT/ DEL ]
  8. 지나가다가..

    어제 무심코 스케치북 틀었다가 정말 감동 받았어요..
    어느 한 곳 허술한 곳 없는 꽉찬 연주였달까요?
    짧게는 20년, 길게는 50년동안 연주만 해 오셨던 국내 정상급 세션맨들이라니,
    한자리에 모이신 것 만으로도 대단한 공력이 느껴지는 무대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백호님의 낭만에 대하여 무대가 참 좋았는데,
    최백호님의 한국화 같은 목소리에 훌륭한 연주까지 곁들여지니 더 심금을 울리더군요.

    마지막에 인순이님...... 무대에 젖어서 한바탕 놀아주고 가시던 그 모습도 참 좋았습니다.

    아이돌의 무대가 식상해서 마련되었다는 무대도 기교와 포장으로 점철되는 요즘,
    음악인들만의 한바탕 놀이로도 충분히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

    그날 가서 직접 무대를 보고 오신 분들이 부러워요~

    2011.06.05 04:56 [ ADDR : EDIT/ DEL : REPLY ]
    • 낭만을 위하여와 다행이다도 감동적이었죠. 그래도 뮤지션 특집이라 뮤지션에 대해서 쓰고 싶어서 언급을 안 했는데 딱 집어주시네요 ㅎㅎ
      한국화 같은 목소리라는 표현 정말 아름답습니다.
      인순이와 루시드 폴 때문에 무지 웃었습니다 ㅎ

      2011.06.06 10:36 신고 [ ADDR : EDIT/ DEL ]
  9. 전 100회 특집을 보진못했지만 마치 이글을 보니 본 듯하네요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

    2011.06.05 07:4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글로 설명을 잘 해놓으셔서 프로그램을 보고 가는 듯하네요. 생생하게 전달 됩니다. ^^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2011.06.05 09: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저 감상이지만 그 감동은 10%도 못 적는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

      2011.06.06 10:37 신고 [ ADDR : EDIT/ DEL ]
  11. 좋은 뮤지션들과 잔잔한 감동을 주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계속 되었으면 합니다.

    2011.06.05 10: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항상 재미와 감동이 공존하는, 음악 프로그램이지만 재치와 센스를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 같아요.

      2011.06.06 10:38 신고 [ ADDR : EDIT/ DEL ]